암호화폐거래소에 등돌린 은행...암호화폐 ‘휘청’
암호화폐거래소에 등돌린 은행...암호화폐 ‘휘청’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5.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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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하나‧우리은행, "거래소 검증 작업 하지 않을 것"
오는 9월 특금법 시행...대부분 거래소 자격 미달 예상돼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도 암호화폐 강력 규제 시사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사고나 범죄 가능성이 우려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더 이상 제휴를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이 암호화폐거래소에 등돌리며 시장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는 9월 말부터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케이뱅크, NH농협,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크,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규제 강화를 시사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잇단 악재가 겹친 모양새다. <편집자주>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와 관련해 규제를 강화할 것을 시사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은행들, "암호화폐거래소와 거래 NO"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암호화폐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미 제휴를 맺고 있지만 추가 제휴에는 난색을 보였다. 기존의 거래소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암호화폐거래소와 제휴 계약을 맺지 않는 이유로는 자금 세탁 등의 이슈가 있어 거래하기 부담스러운 점이 가장 크다. 자금 세탁 이슈는 한 번 발생하면 치명적으로 체계적인 지침이 없는 상황에 거래소와의 거래가 이익보다는 위험 요소가 많은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은행들의 이번 결정이 암호화폐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그 이유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과 연관이 있다. 

지난 3월 금융당국은 당국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형성된 암호화폐시장를 제도 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특금법을 시행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24일까지 은행을 통해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전 신고를 해야된다.

현재 은행과 제휴를 맺은 암호화폐거래소는 단 4곳 뿐이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는 케이뱅크과,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국내 운영 중인 가상화폐거래소는 100여곳이 넘는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이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제휴를 거부하면서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는 9월 이후 폐쇄될 위기에 놓였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하락세를 이어갔다.(사진/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하락세를 이어갔다.(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경고에 위기 고조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해 수위 높은 경고성 발언을 해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는 더욱 고조된 분위기다. 

이날 은 위원장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로 취급 업소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 등록한 업체가 없다”면서 “9월까지 등록이 안되면 가상화폐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거래하는 거랫소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야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은 위원장은 “하루에 20~30%씩 급등하는 자산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투자를 더 부추길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 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발언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 위원장의 한 마디가 금융계 전체에 파장을 미치는 만큼 이날의 발언이 금융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펀드 투자도 가능하다. 이에 암호화폐와 관련해 법을 정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등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암호화폐를 투기로 보는 시선이 강하고 금융당국에서도 부정적으로 보면서 금융계 전체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주요 국가 규제에 암호화폐 가격까지 하락 

이같은 악재 속에서 암호화폐마저 가격 하락 추세를 보여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데스크에 24일 오전 2시30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날과 비교해 14.00% 하락한 3만2677.44달러로 집계됐다. 약 한 달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더리움도 24시간 전보다 16.80% 떨어진 1914.81달러에 거래됐고 도지코인 역시 14.32% 빠지며 0.2874달러로 하락했다.

이같은 암호화폐 가격 하락은 주요 국가의 규제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미국은 가상화폐가 조세 회피 등의 불법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1만달러 이상 거래를 하는 기업에 대해 국세청 신고를 필수화했다.

중국 역시 지난 21일 류허 부총리가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를 타격하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강한 제재를 시사했다. 중국의 경우 비트코인의 채굴이 이뤄지는 주요 나라 중 한 곳으로 중국의 경고는 비트코인 시장 전체를 흔들기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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