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화이자 백신 3000만명분 확보 미스터리
대구 화이자 백신 3000만명분 확보 미스터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6.0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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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무역회사와 화이자 백신 공급 계약
정부·화이자 “그런 일 없다” 부인하고 있어

사실이면 중앙정부 백신 접종 체계 무너져
거짓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큰 타격 불가피

대구시는 지난 1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6000만회분 즉 3000만명의 분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 화이자는 국가나 WHO와 같은 국제기구 이외에는 공급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두 기관의 주장이 상충되고 있다. 만약 대구시가 외국계 무역회사를 통해서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고, 만약 확보가 거짓으로 판명되면 권영진 대구시장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분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분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분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발언의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대구시가 지난 3월부터 국제 의료계 인사들에게 권영진 대구시장 명의의 공문을 보냈고, 화이자 측과 연결 가능한 인사와 연락이 닿아 백신 도입 협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정부의 공식 계약과 별개로 대구시 자체적으로 3천만명분 분량의 화이자 백신 도입이 가능하다면서 대구시가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대구시 “화이자 백신 확보”

권 시장은 백신 도입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라면서 정부에 관련 협상 내용을 넘겼다고 소개했다. 권 시장은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메디시티협의회가 외국에 백신 공급 유통 쪽으로 공문도 보내고 협의를 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단계까지는 진전을 시켰지만 그다음 단계는 정부가 해야 될 몫”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화이자는 대구시에 백신 공급을 승인한 바가 없다면서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각국의 중앙 정부나 국제기구에만 백신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 당국 역시 대구시에 백신 구매를 제안한 주체는 외국무역회사로 해당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품이라고 하더라도 별도의 인증 절차가 필요한데, 접종 용량 등이 기존 화이자 제품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유사한 허위사례가 있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외국계 무역회사가 대구시에 허위로 접근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대구시가 해당 외국계 무역회사의 진위를 제대로 간파를 하는 것이 먼저인데 ‘정부가 백신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자신이 백신을 확보했다’는 공적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 회의 결과 및 방역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청 2층 상황실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 방지 회의 결과 및 방역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진실이면 전세계 백신 공급 혼란 속으로

만약 대구시의 주장이 사실이고, 외국계 무역회사를 통해 화이자 백신을 확보한 것이 진실이라면 전세계 백신 공급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나 지자체는 웃돈을 얹어서라도 외국계 무역회사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앙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자체들이 발벗고 나서서 외국계 무역회사와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으려고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의 백신 접종 체계는 무너지게 되고, 더 나아가 중앙정부의 방역체계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또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대해 더 이상 신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거짓으로 드러나면 정치적 타격 불가피

거꾸로 만약 외국계 무역회사와의 백신 협상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권 시장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공적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외국계 무역회사와의 협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발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외국계 무역회사로부터 백신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권 시장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 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게 빼앗길 수도 있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방역에 혼란을 줬다는 정치적 비난을 피할 길이 없는 권 시장으로서는 코너에 몰리게 되는 셈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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