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장들의 빛나는 숨결. 그 역사적 흔적을 한 자리에
프랑스 거장들의 빛나는 숨결. 그 역사적 흔적을 한 자리에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6.0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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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프루베, 샬롯페리앙, 피에르잔느레, 르코르뷔지에를 한 자리에 선보이는 단체전
장 프루베 자녀(Francoise Gauthier)가 소장하던 옷장, 책상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장 프루베의 신념이 담긴 유목 건축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임시 가옥
▲장 프루베의 신념이 담긴 유목 건축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임시 가옥

[한국뉴스투데이] 브랜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트 마케팅이자 아트를 통한 가치실현의 일환으로 열린 장 프루베: 더하우스 “Jean Prouve: TheHouse | Charlotte Perriand, Pierre Jeanneret, Le Corbusier” 전시가 511일부터 611일까지 약 한 달간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헨리베글린 Henry Beguelin의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플래그쉽 스토어 지하의 복합문화공간 Gallery L.993의 개관 첫 기념 전시이다. Gallery L.993은 이번 첫 개관전시에서 역사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장 프루베, 샬롯 페리앙, 피에르 잔느레, 르코르뷔지에 이 네 거장의 작업 중 개별 및 협업 빈티지 가구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네 거장의 개별 및 협업 빈티지 가구 작업들을 볼 수 있는 전시

아담한 전시장에서 맞이하는 장 프루베: 더하우스 전시는 작품들의 밀집도가 높지 않아 시야를 가르지 않고 편안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집을 잃은 유랑민들을 위해 설계된 장 프루베의 대표적인 작품인 조립식 주택 (circa 1944-1945)이다. 장 프루베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목제 가구가 주를 이루었던 당시에 가구에 금속을 사용하여 제작을 했다. 이로 인하여 기술적, 구조적 혁신을 끌어냈고 실용주의 가구 디자인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개별 주문을 통해 제작되어 각 피스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개별 주문을 통해 제작되어 각 피스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작품인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쟁 유랑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조립식 주택이다. 가구부터 집까지 모든 것을 휴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프루베의 신념을 담아 운반과 조립, 해체가 용이하고 저비용으로 지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임시 가옥은 유목 건축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시장에 설치한 것은 당시 일반 가정집 창고로 쓰이던 것을 L.933 측에서 찾아 옮겨온 것이다. 따라서 당시 생산된 약 400개의 주택 중 현재는 매우 소수만이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어 희소성으로 인해 그 가치가 높게 인정되고 있다.

샬롯 페리앙은 20세기 초중반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사회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약했던 1세대 여성 디자이너로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본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뉘아주 책장(Nuage Bookshelf)는 페리앙이 50년대 후반, 일본에서 파리로 돌아와서 Galerie Steph SimonAtelier Jean Prouve와 협력으로 제작된 시리즈 중 하나이다. 개별 주문을 통해 제작되어 각 피스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2단보다 3단이 더 희귀하게 여겨진다. 또한 얼마나 다양한 색이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더 높게 평가되고 있으며 페리앙의 세련되고 견고한 미학적 조형미를 살펴볼 수 있다.

▲인도 펀자브대학 도서관에서 실제 사용한 잡지꽂이
▲인도 펀자브대학 도서관에서 실제 사용한 잡지꽂이

피에르 잔느레 역시 사촌인 르코르뷔지에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적긴 했지만, 당대의 뛰어난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이다. 샬롯 페리앙, 르코르뷔지에와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를 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르코르뷔지에와 피에르 잔느레가 함께 인도 찬디가르 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피에르 잔느레가 디렉팅을 했던 가구들을 선보인다. ‘찬디가르 도시 프로젝트는 인도 찬디가르 시를 행정도시이자 랜드 마크로 개발하고자 하는 인도 정부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찬디가르 퍼니쳐로 불리는 잔느레의 작업들이다. 덥고 습한 인도 지방의 기후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티크라는 소재로 통풍이 잘 통하도록 만들어진 의자와 인도 펀자브대학 도서관에서 실제 사용한 잡지꽂이를 선보인다. 잡지꽂이는 모던성이 가미된 구조적인 면모와 미니멀한 디자인에 흐르는 시적 감성으로 고고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르코르뷔지에는 대표적인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이다. 자신의 스튜디오에 근무했던 샬롯 페리앙과 사촌인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건축물의 내부를 구성할 가구를 직접 설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다. 르코르뷔지에는 이후 본인의 저서에서 직접 정의 및 분류한 여러 가구를 실제로 제작에 옮겼다. 본 전시에서는 샬롯 페리앙과 협업한 포트 망토(코트 행어)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 1940-60년대에 걸쳐 네 사람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시절 제작된 의자, 책장, 스툴, 테이블에 이르는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장 프루베의 자녀인 Francoise Gauthier가 소장했던 (designed 1933, produced circa 1950s), (1947) 등 가치 있는 빈티지 가구부터 장 프루베의(designed 1950, produced 1950-1969), 샬롯 페리앙의 (circa1955-1960) 등 각 작가의 대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되는 작품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르코르뷔지에와 샬롯 페리앙이 협업한 포트 망토(코트 행어)
▲르코르뷔지에와 샬롯 페리앙이 협업한 포트 망토(코트 행어)

Gallery L.993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밝혀줄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

이번 장 프루베: 더하우스전 전시가 열리고 있는 L.993은 편집매장이다. 이곳은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곳으로 국내 멀티숍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Li Berty) 한국 최초로 이탈리아 현지 지사를 운영하며 쌓아온 바잉 노하우를 토대로, 30년 동안 이탈리아 및 유럽의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며 트랜드 세터들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컨셉의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해왔다. 이번에 지하 공간에 문을 연 Gallery L.993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기획으로 패션과 예술에 관한 진지한 연구를 통해 서로 유기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밝혀줄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건축과 가구라는 소재로 기획한 세심한 기획력

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예술을 통한 마케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패션과 예술은 심미안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므로 서로 시너지를 내기에 매우 적합한 조합이다. 그렇기에 많은 곳에서 행해지고 있지만, 더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특별한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 효과가 예전만 못할지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일반적인 전시와는 조금은 성격이 다른 건축과 가구라는 소재를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끼게 한 이번 장 프루베: 더하우스 전시는 일반적 미술품의 전시가 아닌 것에 있어 L.993의 세심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특히 르코르뷔지에의 그늘에 있던 피에르 잔느레, 샬롯 페리앙에 대한 재조명을 전시로 보여준 것은 L.993이 기존의 유명세를 넘어서 진정 가치로운 것들에 대한 발굴의 의지로 읽혀져 사뭇 인상적이다. 과거를 담아내는 예술품그리고 미래를 지향해야 하는 패션이라는 두 물결을 품으며 시작한 L.933 그리고 Gallery L.993의 행보는 그곳을 향해 발걸음이 내디뎠던 이들에게 앞으로의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하다.

전시장소 :강남구 선릉로 15322 Henry Beguelin e L.993 로데오 플래그쉽스토어 B1 Gallery L.993

전시기간 : 2021. 5. 11() 6. 11()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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