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불거진 쿠팡 탈퇴 러쉬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불거진 쿠팡 탈퇴 러쉬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6.2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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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진압 중 소방관 순직...쿠팡, "유가족 평생 지원"
빠른 대처에도 쿠팡 탈퇴 이어져, 불매 운동도 확산
김범석, 한국 쿠팡과의 손절 "책임 회피 사임" 지적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과정에서 광주소방서 김동식 구조대장이 순직했다. 쿠팡은 순직 소방관의 유족을 평생 지원하겠다며 애도했지만 쿠팡 이용객들은 쿠팡을 탈퇴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쿠팡이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에 안일했다는 지적과 함께 최근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은 것이 내년부터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책임 회피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 탈퇴 러쉬가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의 비난받는 이유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쿠팡에 집중된 관심은 그동안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쿠팡을 비난하는 움직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용객들의 쿠팡 탈퇴 러쉬는 쿠팡 불매 운동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 중 소방관 순직

지난 17일 오전 오전 5시 36분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20분만에 관할 소방서와 인접 소방서에서 인력을 동원하는 등 대응 2단계 경보령을 발령했다. 인력 150여 명, 장비 60여 대가 동원된 진화 작업으로 경보령은 6시 14분쯤 대응 1단계로 내려갔고 화재 발생 2시간 40분 여만인 오전 8시 20분쯤 큰 불길은 잡혔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수색팀 5명은 최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2층에서 혹시 모를 인명 구조를 위해 진입했으나 창고에 쌓인 가연물 등 각종 적재물이 무너지면서 김동식 구조대장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후 다시 거세진 불길은 3일동안 이어졌다. 김 구조대장은 실종된 지 47시간 만인 지난 19일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김 구조대장이 숨진 채 발견되자 쿠팡은 다음 날인 20일 강한승 대표이사는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故) 김동식 소방령님의 숭고한 헌신에 모든 쿠팡 구성원의 마음을 담아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한순간에 가장을 잃은 김동식 소방령님 유가족분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게 유족과 협의해 평생 유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이번 화재 진압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소방관님이 조속히 쾌유할 수 있게 모든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강 대표는 "마지막까지 구조대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헌신한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게 유족과 협의해 순직 소방관 자녀분를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화재가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직원에 대해서 "1700명의 상시직 직원분들에게는 근무할 수 없는 기간에도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단기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분들이 희망하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전환 배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달 31일 김범석 창업주가 쿠팡 한국 법인의 모든 직함에서 사임했다. 쿠팡은 이를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17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김범석 창업주가 쿠팡 한국 법인의 모든 직함에서 사임했다. 쿠팡은 이를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17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쿠팡 화재 당일 김범석 창업주 사임

쿠팡은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강한승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빠른 사과와 대처 방안을 내놨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쿠팡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늘었다. 지난 18일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 쿠팡 탈퇴가 올라가는가하면 쿠팡의 회원탈퇴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날 김범석 창업주가 국내 쿠팡 법인의 모든 직함을 내려놨다는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범석 창업주의 한국 쿠팡과의 손절은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진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12월 김범석 창업주는 강한승‧박대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은 의장에 올랐다.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회사의 운영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회장직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의장직에 오른지 5개월만에 김범석 창업주는 의장직과 함께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하며 한국 쿠팡 법인의 모든 직함을 내려놨다. 이에 김범석 창업주는 쿠팡 뉴욕 법인인 쿠팡 Inc.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만 맡게 됐다. 쿠팡은 김범석 창업주가 한국 쿠팡 법인의 직함을 모두 사임한 이유에 대해 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김범석 창업주는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 신분으로 올해 초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내년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대표가 산재 발생 시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되는 법안을 피하기 위한 책임 회피성 사임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쿠팡이 현재까지 사업장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사과와 책임에서 회피하려는 기업이었고 그 중심에 김범석 창업주가 있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1년간 쿠팡에서 6명의 노동자 사망했지만...

쿠팡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동안 무려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해 3월 택배노동자가 배송 중 빌라 계단에서 사망했고 5월에는 물류센터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사망한 근로자도 있었다. 6월에는 천안물류센터 조리실에서 청소를 하던 근로자가 심정지로 사망했고 10월에는 27살의 젊은 근로자가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올 1월에는 야간근무를 마친 50대 여성 근로자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3월에는 심야새벽배송 택배노동자가 거주하던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들과 노조는 이들은 평소 지병이 없이 건강했지만 과도한 근무와 할당량, 정해진 휴게 시간도 사용할 수 없는 상대평가제도의 압박 등 쿠팡의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사망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계속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노동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상식적이다. 기업은 이를 책임지고 개선해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쿠팡은 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죽어나가도 유족들에게 사과를 한 경우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 출석을 요구받은 김범석 당시 대표는 자신은 불참한 태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 엄성환 전무를 내보냈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사과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요구에 엄성환 전무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입장과 함께 "고인과 가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달드린다"는 대답을 했을 뿐이다. 

한편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일명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의 경중에 따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 쿠팡의 창업주는 모든 직함을 내려놨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쿠팡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은 탈퇴 러쉬와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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