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놓친 롯데그룹의 해법은?
이베이코리아 놓친 롯데그룹의 해법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6.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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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베이 인수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계획보다 앞당겨진 하반기 사장단 회의
롯데온 강화, 필요한 인수합병 적극 참여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신세계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던 롯데그룹이 고배를 마셨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짓고 크게 한발 나가자 롯데그룹은 이커머스 전문가를 영입하고 예정된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앞당기는가 하면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혀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업계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편집자주>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한 가운데 롯데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4일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를 체결할 것이라 밝힌 가운데 라이벌 롯데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이베이 기대 못미쳐, 필요한 인수합병 적극 참여”

지난 18일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직후 사내망을 통해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거래액 기준 업계 3위를 유지하고 있고 고객, 판매자, 상품 등 이커머스의 핵심역량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급성장하는 경쟁사들 대비 경쟁력이 약하고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어 경쟁력에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롯데 이커머스사업부와 통합하면 단기간에 국내 상위 3위의 외형을 갖추지만 단순 통합으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어 “시너지 창출을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비와 소요 시간을 고려하면 기대했던 것보다 시너지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인수 이후 경쟁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강 부사장의 메시지를 보면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과 함께 본입찰에 참여하긴 했지만 검토 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수 의향서에 신세계가 4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냈지만 롯데는 불과 3조원을 써낸 것을 봐도 짐작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롯데그룹은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 하에 돌파구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하반기 사장단 회의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롯데그룹을 초조하게 만든걸까? 롯데그룹은 사장단 회의를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하반기 대비에 나선다. 다음 달 1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주재로 이틀에 걸쳐 그룹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를 열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이 참석하는 롯데그룹의 사장단 회의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연 2회 열리는데 하반기 사장단 회의는 보통 7월 중순에 열렸지만 라이벌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으로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일정을 보름정도 앞당겨 진행한다.

사장단 회의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룻해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등 4개 BU장, 주요 계열사 50여곳의 임원 100여명이 참석한다. 이번 회의 역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화상 회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회의의 주된 내용은 상반기 실적 평가와 하반기 전략 수립 등이지만 이번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커머스 사업 부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물 건너가면서 하반기에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 강화하며 돌파구 마련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 롯데백화점과 롯데쇼핑 등 200개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4월에는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 등 롯데쇼핑 법인 내 5개 사업부와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7개 쇼핑 채널을 통합한 롯데ON을 출범한 바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ON의 출범은 오프라인 중심이던 기존의 체제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체질 개선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롯데ON은 출범 1년이 넘도록 고전하고 있다.

출범 첫 해 롯데쇼핑은 매출 16조761억원으로 전년대비 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백화점도 매출 2조6550억, 영업이익 3280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2%, 36.9% 감소했다. 할인점도 매출 6조390억으로 전년보다 4.6% 감소했지만 온라인 매출의 증가로 영업이익은 190억으로 흑자전환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롯데그룹은 올해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ON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올 초 조영제 대표(이커머스사업부장)을 경질시킨 롯데는 나영호 신임 대표를 영입했다. 나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로 현대차그룹과 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G마켓 신규사업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롯데의 이커머스 부문을 짊어진 나 대표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가운데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그룹과 업계 1위 네이버, 이커머스계 공룡이라는 쿠팡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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