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커피 브랜드로 우뚝 선 카페 펠른…“줄을 서시오”
새로운 커피 브랜드로 우뚝 선 카페 펠른…“줄을 서시오”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6.29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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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1년 만에 6.000명의 예약자로 6개월 예약 만료
현대자동차 아이오닉과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성공적 협업
▲함께하는 분들에 대해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믿음으로 대하는 박성호 대표
▲함께하는 분들에 대해 언제나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믿음으로 대하는 박성호 대표

[한국뉴스투데이] 보통 한 분야에 경험과 이론을 통해 10년 이상을 몸담아야 어느 정도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이 오히려 고정 관념에 갇혀 새롭고 신선한 시선을 가지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인 영상 콘텐츠 제작과 광고 기획 사업을 하면서 커피 사업이라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커피문화를 재정의해 나가는 이가 있다. 요식업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은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창의적인 시각으로 커피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카페 펠른의 박성호 대표. 현재 전국 2만여 개가 넘는 커피숍이 있고 이제 커피는 식음료의 개념을 넘어서 우리 삶에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카페 펠른은 더는 특별할 것 없는 커피숍을 독특한 관점에서 해석, 커피문화에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해 1여 년 만에 6.000여 명의 예약자와 대기자를 만드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더해 현대 전기자동차 아이오닉과 협업을 하는 등 성공 가도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산업에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틈새를 공약해 나가며 새 문화를 개척해가는 커피 페어링 바 펠른의 성공 요인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소년 박성호의 눈에 비친 여행의 기억. 세상에 없던 커피숍을 탄생시키다.

어릴 적 이탈리아 여행에서 사람들이 거리의 카페에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모습은 어린 소년의 가슴에 오래도록 머물러 소망을 품게 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마음에 씨를 뿌리고 성인이 된 어느 날 꿈의 열매로 자라도록 했다. 그 기억이 최근 새로 오픈한 카페 펠른의 두 번째 사업.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를 만들게 한 원천이 됐다. 어릴 적부터 커피숍 사업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던 카페 펠른 박성호 대표는 원래 영화연출 전공자다. 현재 영상 콘텐츠, 광고 제작 회사 몽규를 운영중에 있다. 회사 특성상 늘 다른 회사들의 요구에 맞춰 일을 해오던 것 외에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발단되어 카페 펠른의 역사는 시작됐다.

틀에 박히지 않은 시야에 더한 과감한 시도

이제 커피는 일상이자 더는 특별할 것이 없는 식음료이다. 하지만 펠른은 커피를 하나의 음식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커피문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커피를 아직도 카페인 충전의 개념으로 마시는 사람들의 인식과 커피에 대한 이해 부족의 안타까움으로 디저트를 함께 내놓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마카세('맡긴다' 뜻의 일본어로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자재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내는 ) 형식의 디저트 페어링 코스를 진행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기존에 테이블에서 마주 보고 마시는 방식이 아닌 Bar 스타일 방식의 도입은 혁신 그 자체였다.

사람들을 사로잡은 커피 페어링 코스. 1년여 만에 6개월 예약인 찬 성지로 떠오르다

이러한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 커피 페어링 코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오픈 1년여 만에 6000명 이상의 예약자가 몰려 6개월간 예약이 차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붐을 타고 현대 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에서 함께 환경지속가능성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협업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약 6주간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대자동차와의 협업 이후 가지게 된 새로운 미션

하지만 현대 자동차와의 프로젝트 이후 여러 가지 공허한 마음을 느낀 펠른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몇 달 동안 지속가능성’, ‘친환경과 같은 문제의식에 대해 지속해서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몰입하며 지내다 막을 내려 돌아와 보니 우리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인지하게 됐다. 그동안 새롭고 재밌는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너무 소비적이고 럭셔리 취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 방향에 대한 제고의 시간과 관점을 지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자는 의견들이 모여 새로운 사업인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비건 메뉴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Bar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의 도입은 혁신 그 자체
▲Bar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의 도입은 혁신 그 자체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 비건 메뉴 개발로 이어지다

비건 메뉴의 경우 성수 프로젝트 때 사용했던 공정무역비건 초콜릿을 재료로 디저트를 개발했다. 이번 비건 디저트 메뉴들은 베이킹의 필요 3요소인 우유 버터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동물성 기름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았고 곡물 재료에 동물성 사료조차 쓰지 않았을 만큼 엄선한 재료로 만든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은 작은 카페지만 환경이나 동물보호와 같은 사회적 문제의식에 동참하여 가치 있는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하게 됐다.

생각을 바로 이행하는 추진력

항상 생각하는 것을 바로 실행하는 박성호 대표는 자본이 없어도 뭔가에 욕구가 생기면 그것을 잘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들을 모아 설득한다. 예술학교를 다니며 영화연출을 전공한 탓에 주변에 아티스트들이 많아 그들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수월했다. 펠른의 공간 디자이너나 로고 디자이너들도 모두 친구나 지인들이다. 함께 디저트를 개발해나가는 쉐프들은 미슐랭 주니어급의 크리에이티브한 인재들로 직접 알아보고 선별해서 펠른이 추구하는 비전과 방향성, 가치를 피력하여 마음을 움직여준 분들과 함께 펠른의 역사를 그려나가고 있다.

최근 트랜드인 수평적 경영과 능동성은 펠른의 힘

박성호 대표는 자신과 함께하는 분들의 선택이나 아이디어가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믿음으로 그들을 대한다. 각자의 역할이나 위치에서의 뛰어난 부분을 인정해야 진정 좋은 것이 아웃풋으로 발현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박성호 대표는 펠른을 굉장히 능동적인 팀으로 이끌고 있어 언제든지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바뀔 힘이 있다. 이곳은 사장부터 전 직원에게 동등한 권한이 주어지는 수평적 구도이다. 기존에 마케팅과 광고의 일을 통해 기획실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통해 도출되는 아이템과 방향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방법론을 펠른 경영에도 도입해서 펠른에서의 일들도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배운 경영 리더십

리더십에 관해서는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 영화는 각자 기능이 다른 팀들(헤어 팀, 조명 팀, 메이크업 팀 등)이 모여 크게는 100명씩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함께 맞춰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눈과 몸으로 체득하면서 협업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배웠다. 팀들이 가진 전문성은 혼자 다 가지지 못하므로 펠른 팀을 꾸릴 때도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와서 각자의 포지션의 최고치를 끌어올려 작품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진행하고 있다.

의식 없이 마시던 커피. 펠른을 통한 취향의 발견

항상 생각한 부분이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소비하고 이제는 습관으로 자리를 잡게 됐음에도 거기에 문화가 없는 게 아쉬웠다.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지만 대형 프렌차이즈들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의식 없이 흘러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박 대표는 커피에 있어 개인화를 적용하고자 모든 시스템을 철저히 다르게 설계했다. 사람들은 이곳에 오면 다른 카페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커피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페어링 코스를 접하며 마스터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 그 손님은 펠른을 나갔을 때부터는 적어도 커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신의 취향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런 점에 박 대표는 큰 가치를 느끼고 있다.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진정성은 고스란히 고객 감동으로

펠른은 디저트 페어링 코스 외에도 사이폰 커피라는 다소 독특한 추출방식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사이폰 커피는 일본에서는 일반화되어있는데 시각적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다른 형식의 추출방식을 고객들에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또한 커피 페어링 코스 시즌마다 종류를 달리하는데 일단 커피를 먼저 선정하고 그 원두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기준으로 디저트 코스를 기획한다. 이곳은 원두 선정부터 로스팅 방법향과   모든 것이 고객 취향으로 맞춤 서비스로 한다. 이는 요즘 흐름인 개인화라는 관점에서는 적절한 선택이지만 번거로움이 많이 따른다. 하지만 굳이 이러한 수고스러움을 택한 이유는 펠른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위함이다. 생산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소비자들이 인정해주고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불편을 자처한다. 사실 고객분들이 우리에게 지불하는 금액에 대해 어떠한 실망도 시키지 않고자 노력하다 보니 이러한 불편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국인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고자 택한 연남동

카페 펠른의 분위기는 연남동보다는 한남동이나 청담동에 더 어울릴 듯하다. 하지만 굳이 연남동에서 오픈을 한 이유가 있다. 바로 외국인 여행객들을 염두하고 선택한 지역이다. 현재 서울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오는 곳이 연남동인데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왔을 때 펠른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남동을 선택하게 됐다. 펠른이 외국인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곳이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하는 부분과 방향성

펠른을 좋은 브랜드로 정착해 나가고 새로 시작한 비건 메뉴와 서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스탠딩 에스프레소바와 같은 기존에 없는 모델을 만들어 새로운 문화를 써나가고자 한다. 페어링코스를 주축으로 하는 펠른의 사업 모델은 확대 재생산이 쉽지 않은 콘텐츠인 데 반해 스탠딩 에스프레소바는 그 구조가 가볍기 때문에 확대 재생산이 용이해 사업적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에스프레소바를 통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의 확장을 이루고자 한다.

커피 사업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한마디

어떤 분야든 결정적 아이디어는 다른 분야와 장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박 대표는 커피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평소에 다양한 분야를 살피며 아이디어의 레퍼런스를 쌓아놓으라고 조언한다. 메뉴나 컨셉을 정할 때 보통은 주변 카페나 외국의 레퍼런스를 참고하는데 그는 오히려 기피한다. 평소 일상에서 레퍼런스를 쌓아놓고 거기서 영감을 얻으려 한다. 만약 컵을 디자인해야 하면 디자인을 해야 하는 시점부터는 의도적으로 컵을 보지 않는다. 기존에 쌓여있던 자신만의 레퍼런스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작업을 해서 특이하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펠른은 방울져 떨어지다. 진주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로 펠른의 브랜드 매니저의 의견으로 탄생한 네이밍이다. 여기에 더해 커피 드립을 내리면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그 원형들의 사이를 표현한 것이 지금의 펠른 로고다. ‘커피의 이면을 보자. 커피의 방울은 동그란데 사람들이 그 동그란 방울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른 면이나 여백을 보자는 의미로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해 로고를 만들게 됐다는 박성호 대표. 항상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바라보려는 삶의 습관과 태도는 인간을 타 생명체보다 위대하게 하는 큰 능력인 창의성으로 발휘되어 커피산업에 새모델을 제시하고 나아가 커피화를 재정의하고 있다.

오픈 1년도 안 돼서 유재석의 식스센스방송 출연,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을 이뤄냈으며 수천 명의 예약자와 대기자를 만들어낸 카페 펠른은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최고의 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날 선 프로정신으로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펠른 이라는 단어는 독일에서 방울져 떨어지다. 진주외에도 아빠가 딸을 사랑스럽게 부를 때, 사랑하는 연인을 부르는 이름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이토록 매력적인 단어 이상으로 카페 펠른은 발상부터 공간구성, 모든 시도와 경영방식 그리고 결과물들 모두가 매력이 넘친다. 항상 다른 면을 보고자 하는 시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세상에 제시하는 박성호 대표. 조금만 다른 이면을 보고자 하는 의지와 집중력으로 세상에 없던 모델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용기와 추진력.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이 모든 것이 29세에 펠른을 창업하여 1년 만에 성공시킨 펠른 그리고 박성호 대표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다.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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