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논쟁으로 “윤석열 땡큐” 외치는 이재명, 왜?
역사 논쟁으로 “윤석열 땡큐” 외치는 이재명, 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7.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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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미 점령군’ vs 윤석열 ‘역사적 망언’
민주당 경선 과정서 ‘윤석열’ 참전으로 확전
 
민주당 지지층 이재명 보호에 나설 가능성
다른 대권 주자들은 오히려 노심초사 분위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소위 ‘역사 전쟁’을 벌였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의 패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반이재명 연대’의 공격을 받고 있던 이 지사로서는 당내 지지층 결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내부 논쟁은 사라진다’는 가장 기초적인 정치이론을 윤 전 총장이 망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편집자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9층 서재필실에서 열린 전남·경기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 9층 서재필실에서 열린 전남·경기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인간은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단결하는 습성이 있다. 이에 정치인들은 자신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냈다. 그로 인해 내부의 정적들이 단결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치르고 있다. 9명의 대선주자는 그야말로 치열하게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을 가한다. 특히 반이재명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8명의 후보는 토론회 때마다 이 지사를 공격한다. 1위 후보를 공격해야 자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공격한 윤석열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갖고 공격을 가했다. 두 사람의 대선 출마 이후 첫 대립니다.

이 지사가 해방 이후 미군은 점령군으로 이땅에 들어왔고, 친일 세력과 결탁하면서 대한민국 출발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망언이라면서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이에 이 지사는 ‘구태색깔 공세’라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고, 맥아더 장군 역시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포교령을 발표했는데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역사전쟁을 통해 첫 번째로 충돌한 것이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충돌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 치중해야 하고, 윤 전 총장은 범야권 단일화에 대해 매몰돼야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충돌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너무 일찍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달 30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국회기자실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달 30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후 여의도 국회 소통관 국회기자실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더욱이 이 지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 있다. 즉, 이 지사는 8명의 후보를 상대해야 한다. 각종 토론이나 국민면접 등을 통해 이 지사를 제외한 8명의 후보는 현재 이 지사를 공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윤 전 총장이 아니더라도 이 지사를 공격할 사람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직접 이 지사를 향해 공격을 가했다는 것은 이 지사로서는 어쩌면 고마운 일이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대로 ‘외부의 적’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서는 ‘외부의 적’이 나타났다. 그 외부의 적이 이 지사를 향해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는 이 지사를 지지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라도 이 지사를 두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다른 후보들 역시 이 지사에 대해 공세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당원들이나 지지자들로서는 ‘외부의 적’이 나타났는데 서로 총질을 해대는 모습을 별로 보기 좋게 바라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은 갈등보다는...

이 지사로서는 윤 전 총장이 ‘역사전쟁’에 참전해준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반이재명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지지층을 굳건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윤 전 총장이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야권 주자들도 일제히 이 지사의 역사 인식에 대해 비판을 가했지만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1위가 비판을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이런 이유로 윤 전 총장이 역사전쟁에 참전을 안했었으면 하는 평가를 내리는 정치전문가들도 많다.

한 정치전문가는 “주변 참모들이 정치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때 참전을 해야 하고, 어떤 때 뒤로 물러나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조언을 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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