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탐방】 기획전시전…‘익숙하지만 낯선 것들’
【전시회 탐방】 기획전시전…‘익숙하지만 낯선 것들’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8.03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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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 속에서의 전시. 용기 있는 도전으로 관람객을 만나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 일상 속 작은 행복의 의미 재조명하는 시간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과감하게 전시회를 강행한 젊은 작가들이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거리 두기로 실생활이 타격을 받는 상황은 공연·전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201년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업종은 공연 및 전시의 취소로 관람수입 등 피해가 상당 부분 발생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및 미술관 관람수입 감소 등의 피해액은 관람료(696.32억 원) 교육·체험프로그램(187.3억원) 편의시설 운영(2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연 및 미술시장의 피해금액은 4,492억 원, 프리랜서 예술인 고용피해 2,918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문화시설의 휴관 및 폐관, 공연·전시의 무기한 연기 및 취소는 예술 활동의 위축과 중단으로 문화예술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 발생 전·후 문화계가 받은 타격은 다른 분야보다 심각하다. 속성상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전시와 공연에서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은 문화예술계의 활동 자체를 정지시키고 있다. 사실상 기약 없이 많은 창작 활동이 정지 상태다. 이러한 와중에 관람객들과 소통하겠다며 전시회를 연 젊은 작가들이 있다. 이들의 전시는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열렸기에 도전과 모험적인 태도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기획전시전이 한창이던 지난 710, 안성 보나카바 스페이스 플러스 갤러리를 둘러봤다. <편집자 주>

▲이번 전시의 작가 및 기획자들의 단체사진 장면
▲이번 전시의 작가 및 기획자들의 단체사진 장면

경기도 안성에 위피한 보나카바 스페이스 플러스 갤러리에서 지난 71일부터 15일까지 6명의 청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관객들과 소통했다. 이번 전시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직면한 현재,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낯선 광경이 익숙해진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당면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자 했다.

6인의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평범했던 일상과 오브제에 예술성을 덧입히고 작품으로 포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익숙함낯섦의 의미를 투영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현 상황에 대한 어두운 면모를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뒤바뀐 익숙함과 낯섦의 개념을 유희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며 새로운 시선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번 전시회는 청년작가들의 발굴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문화예술향유를 위해 기획되었는데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소희 교수의 총괄로 김솔이, 유윤주, 유이니, 이유리 총 4인의 기획으로 15일 동안 진행됐다.

이번에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사진학과 석사과정 중에 있는 작가들로 김나연, 고정욱, 양준식, 김찬우, 허창범, Ella son 6인이 함께했다.

▲낯선 시선으로 신체를 마주하게 하는 김나연 작가의 '인체 지형도'
▲낯선 시선으로 신체를 마주하게 하는 김나연 작가의 '인체 지형도'

이들은 모두 낯섦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각자 자신만의 독특한 문법을 통해 표현된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김나연의 <인체 지형도>는 신체를 과장되게 확대하거나 부분적으로 절취한 구도를 담아냈다.

또한, 매일 마주 보는 육체를 마치 등고선처럼 확대해 낯설게 보게끔 유도한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신체를 낯선 시선으로 마주하게 하며 익숙한 지각의 과정을 고찰하게 했다.

김찬우의 <Film project_16.051.301> 영상 작품, 허창범의 <자연의 역습_Counterattack of Mother Nature> 평면작품은 의도적으로 중첩 시킨 이미지로 몰입감을 증대시키는 작품을 전시했다.

양준식의 <Vessel> 각 작품의 제목이 대상의 구매처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아우라의 개념에 물음을 던지는 장치로 기능하다. 또한, 전시장이라는 공간성과 대상의 실체를 유희적으로 풀이하여 관람객에게 익숙한 사물의 이동을 통한 낯선 경험을 제시한다.

고정욱의 <식은땀> 연작은 작가 본인이 진단받은 병인 뇌전증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증상이 발현될 때 겪는 긴장감과 초조하고 공포스러운 순간을 포착하고 이를 방치되고 적재된 일상의 소재의 사물 표면에서 촉각적 상상을 시각적으로 작품화했다.

 

마지막 작품은 Ella Son의 패브릭 꼴라주 작품인 <Windy, Sunny, and Vogorous Summer in Seoul>은 끈과 매듭의 연속으로 사람들 간의 연결과 사회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전시회에 다녀간 관람객들신선하다” 

전시장의 분위기는 코로나19라는 현 상황과 전시장소의 접근성에 있어 안성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다소 한산한 분위기다. 하지만 방문한 관람객들은 대부분 작품 관람에 상당히 진지한 모습들을 보였다.

전시장에 상주하는 기획자들은 방문한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스럽게 응대하며 작품 및 전시 전반에 대한 세심한 설명으로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대학생 김다정(22·) 씨는 고정욱 작가의 작품이 사진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식은땀 시리즈 중 기포가 생긴 이미지는 사진 속에서 보이는 평면성이 마치 그림으로 보였다며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양준식 작가의 사진 속 백자가 다이소에서 구매한 것이라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본인도 비슷한 것을 다이소에서 샀던 것 같은데, 본인의 그릇도 이렇게 촬영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한 다이소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제품 가운데 하나로 존재할 때와 이렇게 연출되어 촬영이라는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재탄생된 후의 모습에서의 차이와 그 느낌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작품을 바라보았다.

김다정 씨는 청년들의 기발한 작품세계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작품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코로나로 인해 바뀐 우리의 생활이 익숙해지는 것처럼 우리가 익숙하고 편하게 생각했던 것들의 가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작은 행복들의 의미를 재조명하며 우리 주변과 나의 몸, 다이소의 작은 제품, 항상 다녀오던 바닷가 등 작가들은 이 상황을 잘 나타내는 소재와 주제로 시대를 표현해 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관람 후 단순히 작품에 대한 느낌보다는 비포코로나와 에프터코로나에 대한 전후 나의 생활, 느낌을 되돌아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제공한 전시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익숙함과 낯섦의 개념에 새로운 시선을 갖도록 유도한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展
▲익숙함과 낯섦의 개념에 새로운 시선을 갖도록 유도한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展

코로나19 상황 동안의 전시회 및 공연들의 현주소

현재 미술계는 팬데믹 상황이 한창이던 2020년에 비해 비교적 나아지는 추세다. 온라인을 통해 작품 판매와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각종 아트페어 및 경매는 상당히 좋은 거래와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많은 전시장들이 전시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갈수록 온라인 전시를 찾아보는 관람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수도권 지역으로부터 멀어진 외곽 전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서울과 수도권 이외 지역을 방문하면서도 관람을 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은 줄어들었다. 즉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교통편이 불리한 지역의 경우엔 찾아가서 관람하는 관람객은 적어졌다.

따라서 이번 전시 역시 전시회장의 위치적 한계로 인해 전시장은 다소 한가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전시 작품들과 취지에 공감하며 관람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확진자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가운데 문화예술계가 또다시 비상에 걸렸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많은 이들의 지쳐가고 예술인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예술의 순기능 중에는 치유의 기능이 있는데 이번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이 먼저 작가들 자신이 작품 표현을 통해 1차적 치유가 그리고 이를 본 관객들의 진지한 관람 속에서 얻은 위로와 위안이 치유의 경험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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