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와 유대계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피카소’와 유대계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 레아 킴 통신원
  • 승인 2021.08.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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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계 재벌 가문, ‘로스차일드’의 와인
피카소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제작한 와인 라벨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히는 ‘피카소’가 그려낸 와인

[한국뉴스투데이] 유럽에서 예술 공부를 하다 보면, 비단 예술뿐 아니라 와인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두게 된다. 바로 수많은 예술 작품들 속에 와인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와인은 고급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과거 예술 작품들 속 와인이 등장하는 이유도, 많은 경우 풍요와 부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번 시간부터 풍요의 술, 와인이 등장하는 작품 하나와 이를 그려낸 작가, 그리고 작품과 어울리는 와인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로써 마냥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와인과 미술을 동시에 재밌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LA BOUTEILLE DE VIN Pablo Picasso, 1926 - Fondation Beyeler, Riehen, Bâle-Ville, Suisse
▲LA BOUTEILLE DE VIN Pablo Picasso, 1926 - Fondation Beyeler, Riehen, Bâle-Ville, Suisse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예술가 중 하나인 파블로 피카소는 1881,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났다. 미술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에게서 재능을 물려받아서 그런지 어린 나이부터 예술 천재 소리를 듣던 그였다.

어느 날부터 현실 세계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은 그에게 더 이상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만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재해석해냈다.

위의 작품 또한 이런 그의 입체파 형식의 작품 중 하나다. ‘와인병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가 작품을 그렸을 당시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맑고 푸른 것을 보니 날씨 좋은 어느 여름날이었을 것이다. 테이블 위 식탁보와 함께 깔린 악보와 와인병 앞 놓여있는 기타가 집주인의 음악 사랑을 보여준다.

테이블 위 놓여있는 와인잔 안에 불그스름한 음료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보니 피카소는 친구와 함께 로제 와인을 마시고 있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하늘색의 타일 바닥에 적갈색의 가구가 멋스럽게 매칭되어있는 공간을 보니 누군진 몰라도 집주인의 인테리어 센스는 상당했을 것이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기타 소리를 안주 삼아 친구와 와인잔을 기울였을 그의 모습이 상상되는 그림이다.

최고의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피카소는 와인과 꽤나 연이 깊은 모양이다. 그는 와인을 자신의 작품들 속에 등장시켰을 뿐 아니라, 특정 와인 브랜드의 레이블을 제작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 바 있다.

피카소가 태어나기 26년 전인 1855,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에서 와인 등급 체계가 만들어졌다. 이는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를 위해 나폴레옹 3세의 요구로 만들어진 등급 체계로써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역사상 딱 한 번의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등급 변동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가 바로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주인공인 샤또 무똥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라는 와인이다. 여기에서 로칠드는 로스차일드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와인은 유대계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만들어진다. 이 와인의 이름은 1853년 나다니엘 드 로칠드 남작(Baron Nathaniel de Rothschild)이 보르도 뽀이약(Pauillac) 지역에 위치한 브랑 무통(Brane Mouton) 포도밭을 매입한 후, 자신의 이름과 구매한 포도밭의 이름을 합쳐 붙인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1973년 빈티지), 1등급으로 승급한 1973년에는 자축의 의미로 파블로 피카소의 ‘바커스의 주연(酒宴)’이라는 그림이 레이블로 사용됐다.
▲파블로 피카소(1973년 빈티지), 1등급으로 승급한 1973년에는 자축의 의미로 파블로 피카소의 ‘바커스의 주연(酒宴)’이라는 그림이 레이블로 사용됐다.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의 특등급 와인중 하나인 샤또 무똥 로칠드는 빈티지(와인에 들어가는 포도가 생산된 연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으나, 보통의 경우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이 와인의 가격이 이토록 높게 책정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역시 특등급 와인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나다니엘 드 로칠드 남작의 증손자인 필립 드 로칠드(Phillipe de Rothschild)2등급이었던 샤또 무똥 로칠드를 1등급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 전까지는 샤또의 역할이 수확된 포도로 와인 양조 과정까지만 마친 후 상인에게 넘기는 것에 그쳤다.

그렇기에 와인을 유통하는 이만 돋보일 뿐, 와인의 생산자의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보여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한 연유로 필립 드 로칠드는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하기만 하던 샤또에서 와인 병입 과정까지 마쳐서 판매하기로 한다.

와인 한 병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도맡다 보니 책임감과 더불어 자부심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필립 드 로칠드는 와인병에 두른 와인 라벨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이 한 장의 스티커 위에 그가 만든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내어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연합군의 승리를 축하하며, 승리를 의미하는 V자가 들어간 디자인을 예술가 필립 쥴리앙에게 의뢰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매년 다른 화가들이 샤또 무똥 로칠드 와인 라벨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내로라하는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휘두르고 있으니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이 와인에 향하게 됐다.

이로써 사람들의 인식 속 샤또 무똥 로칠드는 더 이상 평범한 와인이 아닌 예술 그 자체였다.

1973년은 샤또 무똥 로칠드 와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기록된다. 이 해()는 바로 샤또 무똥 로칠드가 2등급 와인이라는 설움을 이겨내고 약 120년 만에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된 해이기 때문이다.

감격스러운 이 해()를 기념하기 위해 로칠드 가문에서는 당대 최고 예술가였던 파블로 피카소에게 라벨 제작을 의뢰한다. 와인 가문과 예술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라벨 제작을 마친 후 얼마 안 가 파블로 피카소는 타계했다.

피카소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와인 라벨이었기에 샤또 무똥 로칠드 1973년 빈티지는 더욱 주목받게 됐다.

레아 킴 통신원 grandbleuart@gmail.com

레아 킴의 와인스토리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 후, 같은 도시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좋아하는 와인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WSET 와인 인증 과정 1, 2단계를 수료한 바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티스토리 블로그(그랑블루아트)에서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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