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나연 작가...마주하는 육체를 예술로 담는다
【인터뷰】 김나연 작가...마주하는 육체를 예술로 담는다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8.19 15: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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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근간이 된 감정 스위치.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을 있게 한 ‘뇌출혈’
본다는 것에 대한 생각들이 인체라는 바탕 위에 새롭게 탄생된 작업 ‘인체지형도’

[한국뉴스투데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7, 경기도 안성의 보나카바 스페이스 플러스 갤러리에서 보름간 6명의 청년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이라는 테마로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창작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작가들에게서 볼 수 없는 기획과 독창성을 지닌 완성도 있는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화이트 큐브 안에서 6명의 작가의 작품은 제각각의 공간을 점유하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관람자에게 말을 건넸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낯설었던 풍경이 일상이 되고 익숙했던 모습이 낯설어진 현재 상황은 오히려 청년작가들에게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동기가 됐다. 본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나연, 고정욱, 양준식 3명의 작가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세계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지각에 대한 생각들을 인체라는 바탕 위에 새롭게 그리는 작업에 몰두, 그렇게 인체지형도 시리즈가 시작됐다고 김나연 작가는 말한다.
▲지각에 대한 생각들을 인체라는 바탕 위에 새롭게 그리는 작업에 몰두, 그렇게 인체지형도 시리즈가 시작됐다고 김나연 작가는 말한다.

선은 살아있고 꿈틀댔으며 때로는 웅장하기까지 했다. 선들이 서로 닿아 용솟음치며 튀어 올라 어디론가 내달릴 것만 같다. 김나연 작가의 작품 인체지형도에서 켜켜이 쌓인 인체의 픽셀들은 오랜 퇴적물이 쌓인 지층과도 같아 희로애락을 담아낸 인생처럼 보였다. , 2차원 평면 위에 형체를 가늠하기 힘든 대상의 굴곡진 곡선과 어두운 계곡은 보는 이에게 낯섦의 감정을 만나게 한다.

김나연 작가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남들처럼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며 화가의 꿈을 키웠지만, 가슴 한쪽에는 사진에 대한 열망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미대 진학 후 아르바이트를 해 처음 번 돈으로 작가는 전문가용 DSLR 카메라를 샀다. 작가의 시선이 붓이 됐고 새하얀 도화지 같은 필름을 카메라로 채색해 나갔다. 작가는 일과 학업으로 바쁜 낮에 못 한 사진 찍기에 대한 아쉬움을 잠을 아껴가며 새벽까지 셔터를 누르고 곳곳을 그려나갔다. 이러한 작가의 열정은 결국 사진학과로 전향해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가슴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사진에 대한 '열정과 꿈'

그렇게 원하던 사진을 학부 4년 내내 공부했지만 무언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낀 작가는 다시 한번 사진 공부를 위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현상학적인 면 보다 관념적인 것에 유독 관심이 많던 작가는 석사과정의 시간 안에서 인체에 관한 탐구와 지각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하게 만든 뇌출혈이라는 병을 통해 하나의 감정 스위치를 만들고 오랜 시간 생각해온 본다는 것’. , 지각에 대한 자기 생각들을 인체라는 바탕 위에 새롭게 그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렇게 인체지형도 시리즈가 시작됐다. 이번 전시 속에서 그녀는 익숙했던 몸이 낯설게 보이는 지점과 익숙했던 본다는 행위가 낯설게 느껴지는 지점을 드러내고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지각에 대한 당연한 사실들을 상기시키고자 했다.

▲전시장에서 살아 꿈틀대는 김나연 작가의 인체지형도 작품들
▲전시장에서 살아 꿈틀대는 김나연 작가의 인체지형도 작품들

이러한 작업을 위해 보통 구상 기간만 1여 년, 제작하면서 완성해나가기까지 또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전시를 위한 작품들은 2018년부터 시작된 작업인데 제작하면서 작가는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부정하고자 했던 마음을 봤다. ‘뇌출혈로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아픔이 이번 작품 창작의 근원이지만 슬픈 감정을 담는 것보다 그저 담담한 마음으로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동안 포트폴리오를 낼 때 이런 사실을 작가 노트에서 빼고 제출해왔던 사실을 새삼 인식하고 결코 담담할 수 없던 진짜 속내를 깨닫게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작업 초반에는 가족을 잃은 감정에 젖어 힘들게 작업했고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할 수 없지만, 작품에 고스란히 발현됐다는 점이다. 작가는 그녀가 겪은 아픔을 실존에 관해 스스로와의 질의응답과 작품 제작의 과정에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보통은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지만, 그 속에 예술이 함께하기 때문에 안정될 수 있고 예술로 표현을 하면서 삶의 원동력을 얻고 있다고 한다.

흔히 예술가와 사진가에게는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보다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생기는 관심과 애정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끓어오르는 관심과 애정은 어떤 순간에서도 사진과 작품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아가 삶 자체를 노력과 성실로 채우게 만들고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이 모여 재능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핀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삶과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 사람과 사람’, ‘작업과 나’, ‘사회와 나등의 모든 관계라고 말했다. 관계야말로 과정과 결과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므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성실과 노력을 통한 관심과 애정으로 사진작가로의 역량과 재능을 마음껏 키워가고 있는 김나연 작가는 모두가 힘겨운 코로나 시대를 어떤 식으로 견뎌 나갈 계획일까? 작가는 어려운 시기지만 지난 작업을 발전시키고 그 결과물들과 기존에 해온 인체지형도 시리즈 작업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면서 보낼 예정이다.

특히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본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이지만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 볼 계획도 하고 있다. 기존 인체지형도 작업이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보편적 본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더 개인적인 해석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고 있다. 결국, 본다는 것이 자아의 재구성된 결과물이라면 같은 것을 바라봐도 각자는 다르게 인지하고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한다.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던 몸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여름 태양과도 같은 작가의 열정은 카메라로 향했다.
▲한여름 태양과도 같은 작가의 열정은 카메라로 향했다.

스트레스와 창작의 고통이 주는 묘한 쾌감

예술가는 창작을 위해 인생을 바친다. 새로운 것은 기쁨과 고통을 안고 태어난다. 기쁨조차도 고통을 잉태하고 나온 태아다. 그렇기에 창작 활동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창작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 작가는 즐기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고민을 작품화하는 것에 대한 묘한 쾌감이 있다고 말한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도 결국 스트레스와 창작의 고통도 작품의 일환이기에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정에서의 지루함과 어려움을 기꺼이 감당해 나가고 그 안에서 행복까지도 찾아내는 것. 이것은 예술가 아니 한 인간으로서 대단히 큰 장점이자 자질이 아닐 수 없다.

평생 살아가도 깨닫기 어려운 과정에 대해 즐김과 그 속에서 얻는 행복을 벌써 알고 걸어가는 김나연 작가. 작가의 예술 인생에서 광야의 토양이 꽤 비옥하게 느껴지고 그곳에서 이미 푸르게 자라난 숲의 냄새가 코끝에서 느껴진다면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일까? 김나연 작가 작품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늘 해오던 지각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했다. 특히 이번 작품 중에는 사진임에도 조각으로 보이는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다. 앞으로 어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우리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나게 할지 기대된다.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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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1 19:00:30
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