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예술가 ‘조르조 모란디’와 독일의 화이트 와인 ‘리슬링’
외톨이 예술가 ‘조르조 모란디’와 독일의 화이트 와인 ‘리슬링’
  • 레아 킴 통신원
  • 승인 2021.08.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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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리슬링’
외톨이 예술가, ‘조르조 모란디’의 와인병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조지오 모란디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조지오 모란디

[한국뉴스투데이] 나는 와인과 예술가가 참 많이 닮아있다고 느낀다. 색과 향, 농도의 미세한 정도에 따라 와인의 맛과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 마치 섬세하다 못해 복잡하고 독특한 예술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와인이 숙성되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이 가지게 되는 특성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예술가의 모습과 닮아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와인은 디캔터(decanter)에 담겨짐에 따라 깊게 숨겨져 있던 진정한 맛과 향을 표출하게 되는데, 이 또한 재능은 있지만, 무명의 어느 예술가가 그의 재능을 알아본 후원자의 도움으로 마침내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되는 것과도 같다.

이번에 소개할 예술가 또한 자신만의 세상이 확고한 사람이었다. '(bottle)의 화가'로 불릴 만큼 (bottle)’을 주제로 한, 수많은 정물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몬티(Paolo Monti)가 찍은 모란디의 아뜰리에
▲이탈리아 사진작가 파올로 몬티(Paolo Monti)가 찍은 모란디의 아뜰리에

'(bottle)의 화가' 조르조 모란디의 삶

조르조 모란디는 1890,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판화가다. 그는 20세기 이탈리아 화단을 주름잡던 주인공이자, 세기의 가장 위대한 조각가 중 하나로도 추앙받는다.

모란디는 독특하고도 절제의 미가 돋보이는 정물화로 유명하다. 평소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고 믿었다는 그. 이 때문인지 그의 정물화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병이나 커피 주전자와 같은 사물들을 기능적 맥락에서 꺼내 순수한 본질로 해석해낸다.

그는 5남매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큰 열정을 보였고, 그의 이런 열정은 그가 17살이 되는 해에 볼로냐 미술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했다.

그를 묘사하는 말로 자주 은둔혹은 고독등의 단어가 거론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어린 나이서부터 죽음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13살이 되는 해에 남동생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미술 학교에 다니던 19살의 모란디는 아버지마저 잃게 된다. 하루아침에 그는 홀로 남은 어머니와 세 명의 여동생들(안나, 디나, 마리아 테레사)을 돌보는 가장 노릇을 하게 되었다.

▲정물화(Natura Morta), 조르조 모란디, 1951 – 모란디 미술관, 이탈리아 볼로냐
▲정물화(Natura Morta), 조르조 모란디, 1951 – 모란디 미술관, 이탈리아 볼로냐

위에 있는 조르조 모란디의 그림을 보면, 그가 얼마나 겸손하고 심플한 성격을 가졌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그의 단출하지만 부드러운 색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이런 그의 그림 중앙에는 5개의 병들이 위치하고 있다. 병목이 좁고 긴 것을 보니 프랑스 알자스 지역과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리슬링이 떠오른다.

▲리슬링 포도(출처: http://www.vin-vigne.com)
▲리슬링 포도(출처: http://www.vin-vigne.com)

여름 추천 화이트 와인, ‘리슬링(Riesling)’

리슬링은 라인강과 모젤 계곡 부근을 주요 원산지로 둔 청포도 품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샤르도네와 함께 화이트 와인에 많이 쓰이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향기로운 꽃 향을 지니고 있으며, 마실 때 혀끝이 저릴 만큼 산도 또한 매우 높기에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인다. 종류 또한 드라이한 것부터 아주 스위트한 것까지 다양해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와인 중 하나다.

리슬링 포도는 서늘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보통의 포도 수확 시기를 훌쩍 넘긴 초겨울에 수확되어 아이스 와인으로도 만들어진다. 햇빛을 오랫동안 충분히 즐긴 이 포도는 영하의 온도에서 꽁꽁 얼려진 상태로 수확된다. 포도알 자체가 잘 영글었을 뿐 아니라 얼린 상태에서 즙을 짜내는 식으로 만들어지기에, 리슬링 포도로 만든 아이스 와인은 매우 향기롭고 당도가 높다.

여느 다른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리슬링 와인은 숙성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색과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리슬링 와인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제각기 다를 수 있다.

이런 팔색조 매력을 지닌 리슬링도 변함없는 고유의 특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숙성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미네랄 향과 석유 향이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와인을 논할 때, 다소 어울리지 않는 표현법으로 생각되기 십상이나, 사실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쓸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 중 석유(petrol) 향의 특징은 리슬링 포도알과 껍질에 들어있는 화학 물질(TDN) 때문에 생긴다. 보통의 경우 와인은 숙성될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잘 숙성된 리슬링 와인 만큼은 처음 마시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안 좋은 이미지만 남길 가능성이 크다.

▲리슬링 포도병 모음(출처: www.amazon.fr)
▲대표적인 독일 리슬링 와인 모음(출처: www.amazon.fr)

리슬링 와인은 여느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흰 살 생선이나 해산물들과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산도가 높은 리슬링은 오징어 튀김같이 튀긴 요리들과 잘 어울리고, 달달한 리슬링은 과일 샐러드나 디저트와도 좋은 궁합이다. 같은 이름의 와인이라 할지라도 어떤 리슬링 인지에 따라 다양한 음식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어린 여동생들과 함께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아파트에서 지냈다는 조르조 모란디. 아버지를 여의고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어야 했던 부드럽지만 강인한 모란디와 추위에 강하고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리슬링은 어딘가 매우 닮아있다.

레아 킴 통신원 grandbleuart@gmail.com

레아 킴의 와인스토리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 후, 같은 도시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좋아하는 와인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WSET 와인 인증 과정 1, 2단계를 수료한 바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티스토리 블로그(그랑블루아트)에서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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