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남겨진 미군 무기, 남는 장사하는 미국  
아프간에 남겨진 미군 무기, 남는 장사하는 미국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9.07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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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천문학적인 재래식 무기를 남기고 떠나
아프간 장악한 탈레반, 미군 무기로 무장하고
 
아프간 내 내전 우려에 탈레반의 운명은
재래식 무기, 위구르족에 흘러들어갈 수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서 무기는 그대로 남겨뒀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면 재래식 무기를 남겨둔 것. 재래식 무기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부 가져가지 않았다. 남겨진 미군의 무기가 탈레반을 더 강하게 무장시키면서 강력한 군대로 거듭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탈레반은 이제 중동의 변두리 무장단체가 아니라 강력한 무기를 가진 아프간 정규군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편집자주>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조기가 게양됐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조기가 게양됐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하면서 첨단무기는 죄다 철군을 시켰지만 재래식 무기는 남겨뒀다. 탈레반은 미군의 무기로 중무장하면서 더 이상 중동의 변두리에 있는 무장단체가 아니라 아프간의 어엿한 정규군이 됐다.

아프간 정규군이 됐다는 의미

탈레반이 아프간 정규군이 됐다는 의미는 다른 무장단체와는 성격이 다르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_K : 이슬람국가의 아프간 분파)에게는 위협적이다. IS-K는 미군과도 적대적이었지만 탈레반과도 적대적이었다. IS-K는 탈레반에 불만을 품고 탈레반에서 떨어져 나온 조직으로 탈레반보다 더 극단적 원리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 미군도 20년 주둔하면서 IS-K 존재에 골치를 앓아야 했다. 이제 미군이 빠지게 되면서 탈레반과 IS-K는 서로에 대해 총을 겨눠야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IS-K보다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아프간의 내전 뿐이다. 그것은 미국으로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것이며, 기왕이면 탈레반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재래식 무기를 남겨놓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국제사회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부러 무기를 남겨놓아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빠르게 장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테러단체를 빠르게 제압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탈레반이 더 이상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탈레반 입장에서도 아프간을 장악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안정을 취하고 싶을 뿐이지 미국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중국 견제용?

또 다른 이유는 대중국 견제용일 수도 있다. 탈레반이 빠르게 무장시키게 되고, 아프간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게 된다면 미국의 재래식 무기가 남아돌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 재래식 무기는 주변국으로 퍼지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 맞서 독립을 원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미국 재래식 무기가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구르족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와 식량이다. 그래야만 중국과 싸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위구르족과 인접해 있는 아프간이 정치적으로 빠르게 안정화되고 나면 아프간을 통해 미국 재래식 무기를 입수할 수 있게 된다.

탈레반 입장에서도 중국의 중동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위구르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구르족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미국이 남겨놓고 간 재래식 무기를 위구르족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미국 빠졌지만 영향력은 여전

결국 미국은 아프간에서 빠졌지만 영향력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군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계속 주둔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재래식 무기를 버리고 가는 편이 미국에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탈레반과 전략적 관계를 맺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은 탈레반에게 아프간의 영향력을 인정해주고, 탈레반은 미국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중동 지역의 새로운 신흥강자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적 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산악지대에서 총을 쏠 줄은 알았지 문서를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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