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토바이 '위험한 질주' 국민 목숨 위협한다
배달 오토바이 '위험한 질주' 국민 목숨 위협한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09.0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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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늦으면 화내는 ‘빨리빨리’ 문화의 희생양
목숨 건 무법 질주, 도로‧인도 안전한 곳이 없다
이륜자동차 관리, 자동차 수준으로 대폭 강화

[한국뉴스투데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되며 도로에서는 신호를 위반하고, 인도 위까지 침범하며 국민 목숨을 위협하는 오토바이가 늘고 있다. 빠른 배달만을 요구하는 미성숙한 문화의 희생양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배달 기사들의 위험한 질주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일 서울 학동역 인근에서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배달 기사 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4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출처/뉴시스)
지난 1일 서울 학동역 인근에서 배달 기사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배달 기사 수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4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출처/뉴시스)

◆배달 늦으면 화내는 ‘빨리빨리’ 문화의 희생양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오토바이가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에 탑승했던 두 명 중 한 명은 숨졌고, 또 한 명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30일에는 금천구에서 소형 SUV가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뒤에서 들이받아 오토바이를 몰던 배달 기사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배달 기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를 기다리다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오토바이 사고 건수는 2018년 1만7611건부터 2019년 2만898건, 지난해 2만1258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와 고객들이 평점을 통해 빠른 배달을 독촉하는 분위기 등이 배달 기사들의 위험한 운전을 독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대한 라이더유니온 쿠팡이츠협의회장은 “배달 플랫폼 업체들마다 번쩍배달, 로켓배달 등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압박이 고스란히 배달 기사들에게 전가되고 라이더들도 지정시간까지 전달해야한다는 압박으로 급하게 주행하다 보니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숨 건 무법 질주, 도로‧인도 안전한 곳이 없다

대다수 시민은 반복되는 배달 기사의 사망 사고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배달 기사들의 과격한 오토바이 운전으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사는 박모(37) 씨는 “출퇴근 길에 신호를 위반하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앞을 버젓이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발견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아무 데서나 유턴은 기본, 오토바이 통행은 금지된 횡단보도로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건너고 아예 대놓고 인도 위를 달린다는 것.

최근 MBC 뉴스 취재진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30여분 간 도로를 촬영하는 동안 오토바이의 신호위반 11건, 인도주행 8건, 횡단보도 통행 4건, 불법유턴과 중앙선 침범 5건 등 모두 28건의 위반 사항이 포착된 바도 있다.

심지어 그곳은 지난 5월 배달 기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다 SUV 차량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진 곳이다.

◆이륜자동차 관리, 자동차 수준으로 대폭 강화

정부는 다음 달부터 사용신고를 하지 않은 이륜차와 번호판 미부착, 불법 튜닝, 무단 방치, 대포차 등 불법 이륜차를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처벌한다. 사용신고를 하지 않고 운행하거나 사용폐지 후 번호판 없이 운행하는 이륜차는 과태료 수준을 기존 100만원 이하에서 300만원 이하로 상향한다.

또 소유자 정보가 불명확한 노후 이륜차는 일제 조사와 단속을 통해 정보를 현행화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 사용폐지를 유도한다.

차량 및 소유자 정보를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해 사용신고 시, 정보 전산화를 확대하고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한국교통안전공단 운영) 개선을 통해 온라인 사용신고 서비스를 제공, 사용자 편의를 향상할 계획이다.

주요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으면 자동차와 같은 수준으로 과태료를 최대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한다. 주요장치 작동상태와 불법 튜닝 점검 등 차량 안전성 확보를 위해 그간 자동차에만 실시해 온 안전 검사를 이륜차에도 도입한다.

공단검사소(59곳)를 중심으로 먼저 대형 이륜차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중·소형 이륜차는 점진적으로 검사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으면 검사명령(즉시)과 운행정지 명령(1년 경과)을 내리고, 이를 위반하면 지자체가 직권 사용폐지 등 강력한 조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다. 육안검사로는 정확한 점검이 어려운 전조등·제동장치 등 주요장치 검사를 위해 검사장비(이동식·고정식)도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한편 배달 기사들을 비롯한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 가운데 정부의 이런 조치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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