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치 1조7000억원'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금융권
'미래가치 1조7000억원'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금융권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09.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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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고객 MZ세대 노린 메타버스로 디지털 전환 꾀해
코로나 19로 언택트 확산, 비대면 플랫폼 메타버스 성장
가상세계 속 화폐 현금화 실현되면 금융권 새로운 수익

[한국뉴스투데이] 공간 제약 없는 메타버스 바람이 금융권에도 불어 닥쳤다. 미래 자산 유통 가능성과 MZ세대와의 접점, 소통 채널 등의 배경으로 금융권이 메타버스에 진출하며 미래가치를 1조7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 ‘메타버스에 올라탈 시간’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9년 455억달러(약 52조65억원) 규모의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2030년 1조7000억달러(약 1943조95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금융사가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수익창출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관련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조기 발굴하여 영업기회를 선점하는 방식이다. 또 가상세계 콘텐츠까지 지식재산권(IP) 대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천했다.

지난 6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금의 메타버스에 올라탈 시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소통의 확산으로 대학교 입학식, 기업체 신입사원 교육 등 주로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활동들이 메타버스 공간으로 이동했다"며 “가상 세계 활동으로 취득한 가상화폐가 실제 화폐와 교환되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 보장이 가능해지면서 가상 세계 속 경제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가상현실 기기 등 메타버스 경험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하드웨어 발달로 이용자의 관심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메타버스 관련 보고서를 통해 KB금융지주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지점을 제안했다. 제페토 플랫폼 안에 KB국민은행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BTS)이 직원으로 일하는 지점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메타버스 도입으로 미래 고객과 소통을 늘리고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는 금융그룹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현실과 연동되는 가상세계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지칭하는 개념. 가상 세계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현실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기존 가상현실(VR)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해석된다.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우리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메타버스를 접해왔다.

과거 온라인 메신저 세이클럽에서 선보인 아바타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왔다. 최근 부활을 꾀하고 있는 싸이월드도 미니홈피라는 가상공간을 이용했다. 당시 싸이월드는 도토리라는 지금의 비트코인과도 같은 가상 자산이 있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의 SNS 역시 가상세계가 현실로 들어온 메타버스의 사례다.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포켓몬고 역시 증강현실 세계도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메타버스다.

2003년 미국의 게임 개발회사 린든랩이 3D 가상 세계 서비스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를 선보이면서 메타버스와 아바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으며 세컨드라이프는 이용자의 분신인 아바타와 다양한 가상 체험이 매력을 발산하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또한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고도화된 메타버스가 구현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가상세계 속 화폐가 그 플랫폼을 통해 현금화가 된다는 점이다.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같은 개념이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의 재화 골드는 현금화가 원론적으로 불가하지만, 메타버스로 구현된 가상세계에서 재화는 그 플랫폼을 통해 현금화는 물론 현금을 재화로 환전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개념을 접목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유명 온라인 게임 로블록스다. 지난 3월 상장한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는 난해 2월 20억달러에서 상장 후 453억달러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로블록스 안에서는 로벅스라는 일종의 재화가 통용되는데 게임 내 10만 로벅스는 약 350달러로 실제 환전이 가능하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 주로 ‘제페토’ 이용… 자체 플랫폼 만들기도

현재 메타버스에 가장 집중하는 IT업계는 금융권이다. 메타버스가 각광받을수록 플랫폼 스스로 재화 관리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세계에서 자금중개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권엔 새로운 수익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하나은행이다. 지난 7월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인 제페토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해 신입행원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메타버스 생태계에 처음 진입했다. 하나글로벌캠퍼스는 하나금융그룹이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문을 연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본뜨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경험본부 조직에 메타버스 전담조직 ‘디지털 혁신 TFT’를 신설했다. 디지털혁신TFT는 원천기술 보유업체와의 비즈니스 협력·투자 방향 검토,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위한 세미나·강연 및 상담서비스, MZ세대 고객과 소통을 위한 체험공간(컬처뱅크, 클럽원, 하나드림타운 등) 구축,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영업지원(마이브랜치, CRM 연계)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검토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하나카드 역시 제페토에 지난달 하나카드 월드를 세웠다. 야외콘서트장과 캠핑장 등을 6개 공간을 구축해 향후 이용자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양방향 마케팅 채널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메타버스 전문 플랫폼이 아닌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의 금융 플랫폼 쏠(SOL)을 종합생활플랫폼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IT스타트업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신한 SOL 베이스볼파크에서 야구팬 2만명과 함께 야구 국가대표팀 응원 행사를 치렀다.

신한라이프는 메타버스를 플랫폼이 아닌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이용한 금융업계 최초의 사례로 큰 성공을 거뒀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의 메타버스 활용과 경험 확산을 위한 자체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 게더(Gather)를 만들어 이를 활용한 KB금융타운을 오픈했다. 올해는 아바타와 가상 영업점을 활용한 다양한 메타버스 활용방안을 모색해 가상공간에서 고객상담·이체·상품가입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먼저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출시했다. 지난 6월 출시해 업계 최초로 상장된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펀드는 출시 열흘 만에 34억7600억원이 판매됐다.

하나카드 역시 네이버 제페토에 지난달 하나카드 월드를 세웠다. 야외콘서트장과 캠핑장 등을 6개 공간을 구축해 향후 이용자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양방향 마케팅 채널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기반 미래금융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 주관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회원사로 가입했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는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네이버랩스, EBS 등 200여 개의 회원사가 참여 중이다. 최근 우리카드 역시 메타버스 서비스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지난 5월 디지털혁신캠퍼스에서 메타버스와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을 통해 본 미래 금융을 주제로 디토크(D-Talk) 세미나를 열어 메타버스의 형태와 구현 기술, XAI의 개념과 원리, 메타버스 주요 사례 등을 다뤘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열린 디지털 웰쓰케어(Wealth Care) 세미나 장소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택했다. 세미나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연출하고 가상 아바타가 고객을 맞았다.

DGB금융그룹 역시 최근 제페토에서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6명이 참석한 그룹 경영 현안회의를 진행했다. 제페토는 ESG(환경·사회 공헌·지배구조) 공모전 시상식에도 이용됐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6월 22일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메타시티포럼은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이 모인 회의체다.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 (사진/픽사베이)

◆잠재적 고객 MZ세대 공략

이처럼 금융권이 저마다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 과거 3040세대가 페이스북에 열광했듯 MZ세대가 메타버스를 접목한 SNS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주 이용고객인 MZ세대를 대상으로 타겟 마케팅이 성공하면 대면 마케팅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와 접촉할 수 있게된다.

잠재적 고객군인 10대들에게 자신들의 브랜드를 각인시킨다는 점도 효과적이다. 당장 이익이 되진 않지만 향후 잠재력을 생각하면 투자를 망설일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신한금융이 MZ세대 직원으로 구성된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출범해 MZ세대 직원과 적극 소통하고 하반기 사업 전략을 통해 M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강화할 계획인 것도 이와 같은 의미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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