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지금도 어설픈 게 많은 노인이다!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지금도 어설픈 게 많은 노인이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1.09.19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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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술공헌상 수상

고영재 감독의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지난 16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폐막식에서 예술공헌상을 받았다. 고영재 감독은 “ 정태춘, 박은옥이 걸어온 음악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으면서,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극사실주의적이고 추상적이면서도 기승전결의 끝맺음이 명확한 그의 노랫말과 그 노래들이 시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보여 줄 수 있을까?”질문하며 작업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감독의 진지한 고뇌는 부연 설명 필요 없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영화 속 28곡의 가락과 노랫말이 오롯이 답한다.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아치? 무슨 뜻이지?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초청에 앞서 지난여름 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영화 상영은 물론 ‘세상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제목으로 정태춘·박은옥 콘서트도 열렸는데, 노래와 이야기가 곁들인 콘서트였다. 그때 무대에서 정태춘 가수가 영화 제목의 ‘아치’란 자신이 기르던 새의 이름으로‘양아치’를 빗댄 말이라고. 그 새에 자기 모습을 투영하여 만든 노래가 ‘아치의 노래’라고 조근조근 들려줬다. 이 노래는 정태춘·박은옥 10집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에 수록된 곡.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영화는 2019년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순회공연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모아둔 기록들을 근간으로 구성됐다. 스크린을 마주한 120분간은 마치 공연장 객석에 앉아있는 착각이 들 만큼 쩌릿한 현장감이 있다. 노랫말을 따라가며 음미할 수 있도록 노래 전곡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미덕이다.

다큐영화 '아치의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다큐영화 '아치의노래, 정태춘'. 스틸컷.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1978년 데뷔곡 ‘시인의 마을’과 촛불, 등 초기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격변의 80~90년대 ‘아, 대한민국’, ‘92년 장마, 종로에서’ 등을 좋아하는 사람, 초기부터 끝까지 일편단심 변치 않고 한결같이 좋아하는 사람, 도대체 정태춘이 누구야? 라며 그를 모르는 젊은이도 있을 터. 영화는 이점을 놓치지 않고 50대, 30대, 10대 팬의 인터뷰를 감칠맛 나게 양념처럼 곁들여 다양한 연령층이 만난 정태춘의 다층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감독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자상한 연출이다.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영화 상영 후 무대인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다큐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 영화 상영 후 무대인사.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노래 대신 붓글씨와 그림

노래는 사실 오래전에 접었다는 정태춘. 노래를 만들어 봐도 너무 진부해! 라는 생각 때문에. 때때로 좋은 노래를 들으면 ‘나도 노래 만들고 싶어진다’그러나 음악으로 세상 사람과 교류하려는 생각을 버렸다고 지난 제천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으로 노래를 하겠다는 향후 계획은 없다는 그. ‘어설픈 게 많은 노인’이라고 자신을 애써 드러내길 꺼린다. 이젠 노래 대신 붓글씨로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은둔 혹은 칩거인가.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말에 동조하기 힘들다. 그의 노래를 곁에 두고 계속 들고 싶어지므로.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노래:봉숭아 가사 일부)

영화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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