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무인점포 창업, “무늬만 무인” 우려
급증하는 무인점포 창업, “무늬만 무인” 우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09.2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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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본 고수익’에 혹해 창업, 보안 수단은 CCTV뿐
무인 허점 노린 절도 기승, AI 기술 상용화는 요원

[한국뉴스투데이] 인건비 상승과 비대면 소비 증가 등으로 다양한 업종의 무인점포 창업이 늘고 있다. 창업자들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관리에 많은 시간이나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노린 점을 노린 절도 범죄나 점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의 일탈이 속출해 ‘무늬만 무인’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무인점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인점포를 노린 범죄에 대한 우려도 함께 늘며 무분별한 창업에 주의를 요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계속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무인점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인점포를 노린 범죄에 대한 우려도 함께 늘며 무분별한 창업에 주의를 요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소자본 고수익’에 혹해 창업, 보안 수단은 CCTV뿐
무인점포는 넓은 부지나 인테리어가 필요 없어 초기 투자 비용이 타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하고, 인건비 역시 필요 없기 때문에 ‘소자본 고수익’을 노리며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온종일 CCTV를 들여다보며 가게 안을 감시하기 일쑤다.

이는 국내의 무인점포 대부분이 무인 계산대에서 손님이 직접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들 점포에서 손님들은 구매할 상품을 키오스크(KIOSK)에 가져와 직접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해야 한다. 별도의 출입 통제 장치나 진열대 잠금장치는 물론이고 상주 직원도 없는 경우가 많지만, 대신 여러 대의 CCTV가 매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AI가 각종 카메라와 센서로 점포 안의 모든 제품을 인식함으로써 이용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제품을 들고 나서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을 설치한 점포는 거의 없다.

진보된 기술로 보이는 ‘무인화’ 점포를 표방하지만, 실상은 소자본 창업을 위한 CCTV 감시 매장에 불과한 셈이다.

◆무인 허점 노린 절도 기승, AI 기술 상용화는 요원
문제는 CCTV만으로는 절도 범죄 등 일탈 행위를 막기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엔 서울과 부산 일대의 무인점포를 돌며 키오스크를 부수고 현금을 훔친 10대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들은 강도는 주인이 매장에 없고, 매장 내 물품과 냉장고에 보안장치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은 점 등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조사 결과 무인점포 절도는 2019년 203건에서 지난해 367건, 올해 1~5월 사이 686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주인이 없는 점을 노린 절도 범죄가 빈번하고 무인점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데도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CCTV 설치 외에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인점포 중에 최근 몇 년 새 급증하는 곳은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이다. 빙과업계 추정치를 보면 전국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수는 2017년 880개에서 2018년 1,810개, 2019년 2,200개, 지난해엔 3,600개까지 늘었다. 올해는 4,000개까지 늘어났다.

물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비대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주민들에게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점포를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단점으로 인해 물건 가격을 계산하지 않고 도주하거나 점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의 일탈이 속출하고 있어 점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이 각 지역 지구대·파출소를 중심으로 무인점포나 어두운 골목길 등이 위치한 곳을 위주로 순찰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무인점포 범죄를 예방하기가 어렵다는 게 점주들의 입장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박(56·여) 씨는 “인건비가 나가지 않지만 CCTV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매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음식물을 바닥에 앉아 먹는 사람들 때문에 CC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푸념했다.

무인점포를 도입한 다른 업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편의점업계가 대표적이다.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의 무인점포는 현재 전국 900여 곳에 달한다.

편의점은 안면 인식 기술, 선반 무게 센서 등 신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무인점포’를 시범 운영 중이다. 손님의 얼굴을 인식해 출입문이 열리고,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AI가 자동으로 인지해 별도의 결제 없이 상품을 갖고 나가도 자동으로 과금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AI 비전이나 무게 센서 등 주요 기술의 안정성 및 단가 문제로 당장 상용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용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기만을 바라는 게 최선인 실정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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