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령 통과...노동‧경제 모두 ‘반발’
중대재해법 시행령 통과...노동‧경제 모두 ‘반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9.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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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통과
경총,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
한국노총, "직업성질병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제 42차 국무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8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제 42회 국무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이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노동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1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시행령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노동계와 재계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확정

지난 28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의 핵심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린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대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가 해당된다.

이날 시행령은 각종 급성중독 등 24가지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적용 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정했다. 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구체적인 안전 확보 의무 등도 담겼다. 

상시근로자 수 500명 이상, 시공능력 상위 200위 내 건설사업자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 조직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안전·보건 관리자와 산업보건의 등을 정해진 수 이상으로 배치하고 재해 발생 등에 대비한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재해가 발생해 중대산업재해로 처벌받는 사업장은 사업장 명칭과 재해 발생 일시·장소, 피해자 수, 재해 내용과 원인, 해당 사업장에서 최근 5년 내 발생한 재해 여부를 반드시 공표해야 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계 10개 단체장들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 여의도 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뉴시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계 10개 단체장들은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 여의도 회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뉴시스)

경제계, ”현장 혼란 불가피할 것“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중대재해법 시행령이 의결되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업계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점과 현장 혼란 등을 이유로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는 위반 시 1년 이상 징역형이라는 매우 엄한 형벌과 직결되는 만큼 어떠한 법령보다 명확히 규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총은 "이번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내용 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계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검토·반영되지 않은 채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 대해 경영계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국무회의에서조차 시행령 제정안의 미비점이 해소되지 못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영책임자는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매우 엄한 형벌에 처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는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는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 ”입법 취지 퇴색됐다“

반면 노동자들은 더 강력한 시행령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중대재해처벌법 모법에서 시행령으로 위임했던 내용들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의미를 축소하거나 한정하여 시행령에서 모법의 입법 취지가 상당히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시행령 의견수렴을 통해 잘못된 지점을 개선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취지에 맞게 종사자와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법인과 경영책임자가 그 역할을 다하게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시행령 의결전 ▲근골격계 질환 중 재해 발생이 사고에 기인한 사고성 요통과 뇌·심혈관계 질환 중 노동시간과 노동강도에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직업성질병에 포함할 것과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안전·보건 관계법령을 포괄적으로 설정하고 ▲중대산업재해 2회 이상 발생한 경우에는 가중교육 도입 ▲형이 확정되고 공표하는 것이 아닌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확인되는 1심 결과 이후로 공표해 공표제도의 효과 극대화 등을 의견으로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시행령 의견서에서 “제정된 법의 원래 입법 취지에 따라서 종사자와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직업성질병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법인과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확실히 규정하는 시행령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처럼 재계와 노동계가 각각의 의견으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분야별 고시 제정과 가이드라인 마련, 권역별 교육, 현장지원단 구성과 운영을 통한 컨설팅 지원을 앞두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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