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1.10.04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뉴스투데이]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키우는 식물이나 애착 물건 등에도 이름을 붙이고, 심지어는 대화까지 하며 그 대상을 특별히 여기는 경우도 종종 볼 수가 있다. 고대에 언어라는 것으로 소통을 하게 되면서 이름이라는 것은, 무엇과 무엇을 규정짓고 구분하는 목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다. 인간 역시 그를 지칭하는 것은 그것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어준 이름을 받아 대개는 평생을 살아가지만, 여러 피치 못할 사정 등에 의해 스스로 개명해 사는 이들도 꽤 많다. 지금은 내 의지가 아닌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 평생 지어진 이름으로만 살아갈 필요는 없게끔 법 자체도 많이 유연해졌음을 보통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불리기 거북하다고 느껴지는 이름을 법적으로 바꾸기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아졌다.

어떻게 보면, 이름이란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 나를 대변하는 하나의 명사가 되므로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다르게 불리길 원하는 것은 매우 타당한 하나의 기본적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름이란 건 그냥 지칭, 또는 호칭에만 불과한 것은 아니다. 시인 김춘수의 글귀에서처럼, 그가 나에게로 와서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나는 이 되었다 했듯이 이름은 붙여줘서 그저 불리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과 나라는 인간 본연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다.

딱히 예쁘거나 멋진 이름이라는 것 역시 그 시대나 유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동명이인이 수두룩한 경우들에서 그들의 이름이 같다 한들 그것이 커다란 의미가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건 한 단어로 어떤 한 인격체를 모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다. 한정된 단어와 언어로 각기 다른 인격체를 모두 설명할 수 없기에, 이름이 같아서 불편함을 겪더라도 그걸 감수할 만큼 주어진 이름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명분이 어떤 이에게는 중요할 수도 있다.

나를 누군가가 어떻게 불러 주는지가 결국은 나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본인이 주어진 이름으로 대부분 살아가는 만큼 자녀나 반려동물의 이름을 짓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한다. 나의 결정으로 사는 내내 그 이름으로 불릴 테니 많은 고민을 하고 이름을 지어준다.

그런데 그 이름을 지은 의미나 고민들은 어느 순간 무색해지기도 한다. 나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면 같은 이름이어도 다른 이름이 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 여성비하 내지는 신분제도로 인해 지어진 언년이니 개똥이니 하는 기타 등등의 이름들도 어느 누군가에겐 세상 하나뿐인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름이 좋을까?"
"내 이름은 나를 대변하는데."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이름이어도 각기 다르게 살아간다.

내 이름을 불러 주는 누군가가 어떤 마음으로 나를 부르고 있는지가 진정한 그 이름의 가치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 이름을 불러 주는 이들이 있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 나를 불러 주는 이들에게 새삼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