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MZ세대, 금융계 판도를 뒤흔들다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MZ세대, 금융계 판도를 뒤흔들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10.2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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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트렌드 읽기①] MZ세대의 금융생활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세대층을 나눈 이후, 가장 범위가 크기도 해 일각에선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함께 묶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정치인은 MZ세대를 공략하고, MZ세대가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본다. <편집자주>

금융의 핵심 이용자로 자리잡은 MZ세대 대부분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다.(사진출처/뉴시스)
금융의 핵심 이용자로 자리잡은 MZ세대 대부분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익숙하다.(사진출처/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면서도 성취감을 위한 직관적인 체험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는 금융 서비스에서도 기존의 패턴을 뒤흔들고 있다. 보험이나 예금 가입보다는 주식·코인에 열중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거의 모든 소비를 모바일에서 이용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적극성을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금융사의 큰손이 될 수밖에 없는 MZ세대를 겨냥한 금융사들의 행보가 이채롭다.

◆ 은행 방문 대신, 손안에서 송금·계좌조회

MZ세대의 금융 생활은 은행이 문을 닫은 직후 시작된다. 전자신문과 토스가 지난 8월 한 달간 약 2,000만의 누적가입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융 앱의 이용자 수는 오후 5시 이후부터 오후 11시까지 매시간 평균 5.7%에 달했다. 은행이 문을 닫은 뒤부터 시간당 약 114만 명의 사용자가 모바일 앱으로 다양한 금융 활동을 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유의미한 것은 토스 앱의 이용자 중 76%가 MZ세대이기 때문이다. 토스는 오프라인 은행 지점을 두지 않은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가 핵심 사용자로서 기능하며 기존 금융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MZ세대 상당수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 지점을 방문하기보다는 토스를 비롯한 금융 플랫폼에서 모바일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 미래 큰손 잡기…‘MZ에게 색다른 경험을’

앞으로 금융시장의 큰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MZ세대 마음을 잡기 위해 금융권들은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게임 마케팅이다. 게임사와 협업해 게이머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기본, 게임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금융 앱 내에 게임적 요소를 곁들였다.

하나은행이 최근 출시한 적금 상품은 버튼을 두드리면 설정한 금액만큼 추가 입금되고, 입금 횟수 기준으로 우대금리도 제공하는 등 마치 게임처럼 성취감을 느끼게 구성했다.

하나카드에서는 글로벌 인기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월드 챔피언십 최다 우승팀 T1과 협업해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고객 1,000명 한정으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카드를 발급하며 인기를 끌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인스타그램 ‘릴스’를 통해 댄서 아이키의 춤을 따라하고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하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농협은행은 자사 앱인 올원뱅크에서 ‘올리키우기’ 게임 시즌2를 선보였다. 앱에서 송금, 금융상품 가입 등을 진행하면 제공되는 ‘올원캔디’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알부터 시작해 5단계를 거쳐 캐릭터는 각자 다른 14종류의 다른 결말을 맞는데, 엔딩 캐릭터 획득 시마다 현금처럼 쓰는 NH포인트가 제공된다. 올해 1~5월에 열린 시즌1에서는 이용 고객 수가 월간 방문자의 13%인 약 34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하나금융그룹은 자사의 비전을 MZ세대와 공유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숏비디오 플랫폼 틱톡을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지난 6월 하나금융그룹은 자사의 비전을 MZ세대와 공유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숏비디오 플랫폼 틱톡을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사진출처/뉴시스)

◆ 보험에 관심 없는 MZ세대, 당장의 필요성 못 느끼는 보험사

금융의 한 축인 보험업계는 MZ세대에게 다소 외면받고 있다. 보험사 매출의 핵심은 보험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의 장기 보장성보험인데, MZ세대는 보험 가입이 쉽고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미니보험이나 온라인보험에 관심이 높다.

또 MZ세대는 주식이나 코인 등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고, 보험은 다소 노후대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이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20대 주식투자 비율은 2019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23.9%에서 지난해 39.2%로 15.3% 높아졌다. 1년 만에 30대(38.8%), 40대(38.5%), 50대 이상(37.0%) 투자자 비율을 모두 앞질렀다.

코인투자 역시 지난 7월 말 기준 4대 코인거래소의 예치금은 20~30대가 약 3조4500억 원으로 40~50대(1조7600억 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보험업계에서는 MZ세대의 미래 가능성은 알지만, 당장 행동에 나서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달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보험사 CEO 대상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CEO 39명 중 33명(84%)은 ‘MZ세대의 부상이 향후 2~3년 내 보험산업에 제한적이거나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사들이 MZ세대 공략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장 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MZ세대가 미래 소비자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로, 이미 보험에 가입한 기존 소비자에 대한 신뢰 제고 노력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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