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차별과 혐오의 시대...차별금지법 돌파구 될까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차별과 혐오의 시대...차별금지법 돌파구 될까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1.10.23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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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바로알기 ⓵] 차별금지법의 어제와 오늘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이래로 7차례나 발의됐지만 거듭 무산됐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만큼 그것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셌기 때문이다. 현재 차별금지법에 관한 4개의 국민동의 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지금, 한국뉴스투데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차별금지법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주>

'2019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 집회 외국인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 세계 인종차별철폐의 날' 기념 집회 외국인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차별금지법은 7차례의 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14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존 여러 법안에 차별금지 규정이 포함됐지만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A씨는 숙명여대 법학과의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일주일 만에 입학을 포기했다. A씨는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지난 2019년 법원으로부터 여성으로의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법적 여성으로서 입학 절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그런데 숙명여대 학생들이 A씨의 입학을 격렬히 반대해 A씨는 끝내 입학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9B씨는 한 호텔의 세탁실에 채용됐지만, 이튿날 해고당했다. B씨가 검은 피부를 가진 탓에 이목이 쏠려 꺼려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면접에 통과한 뒤 B씨가 맡게 될 업무를 알려주고, 다른 직원들에게 소개까지 마친 뒤였다.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대응할 방도가 없다.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B씨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차별에 해당한다며 해당 호텔에 직원 대상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B씨에 구제조치할 것을 권고했지만, 권고일 뿐 실질적인 강제력은 없다. 부당한 이유로 차별이 발생해도 그에 대응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87년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있고, 2007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이외에도 근로기준법, 고용정책기본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등에는 차별금지 규정이 포함돼있다.

이러한 법들은 특정한 하나의 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라 불린다. 문제가 돼온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지역,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차별 금지 사유로 본다.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들이 이미 있는데, 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그 이유는 차별의 성격에 있다. 차별은 대개 하나의 이유를 근거로 발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사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지난 7월 대한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경북 42곳 시민단체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대한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경북 42곳 시민단체들이 대구시청 앞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령 지난달 대구시 북구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이슬람 사원의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거리에 내걸렸고, 시민들은 중동인들의 냄새가 싫다고 불평했다.

이 상황에는 종교, 사상, 출신 국가 및 지역, 인종 등 여러 차별의 사유가 뒤섞여있다. 이 중 하나를 금지한다고 해서 차별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종교차별금지법, 인종차별금지법 등 각각의 차별금지법을 모두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차별에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을 만들자는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취지다.

한국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최초로 발의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노무현이 대선 후보일 당시의 공약이었다. 당선 이후 입법부의 주도로 차별금지법 제정추진기획단이 결성됐고, 지난한 논의를 거쳐 입법예고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입법예고 후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을 삭제해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러 기독교 단체들은 동성애와 성적 문란이 조장될지 모른다며 우려했고,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성적 지향을 포함해 출신국가, 전과, 학력 등 7가지 사유를 삭제하면서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무산됐다.

이후 발의된 법안들도 비슷했다. 2008년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 10, 201112월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10, 201211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10, 20132월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 등 51, 20132월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 등 12명 등의 발의가 있었지만 모두 긴 찬반씨름 끝에 흐지부지됐다.

현재 국회에는 차별금지법안 또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 등의 이름으로 장혜영,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4개의 차별금지법안이 제안돼있다. 한편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원 역시 10만 명을 달성하는 등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14년째 이어진 싸움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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