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차별금지법이 넘어야 할 산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차별금지법이 넘어야 할 산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1.10.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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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바로알기 ⓶] 차별금지법 반대의 쟁점은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최초 발의 이후로 7차례나 발의됐지만 거듭 무산됐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만큼 그것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셌기 때문이다. 현재 차별금지법에 관한 네 개의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지금, 한국뉴스투데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차별금지법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7월 대한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경북 42곳 시민단체 등이 평등법안(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월 대한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경북 42곳 시민단체 등이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반대금지법이라는 말이 있다. 동성애에 반대를 표현하기만 해도 처벌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독교 진영에서 나온 말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기독교 단체들의 반대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과 가해자 증명책임 등의 조항이 문제가 되면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반대할 표현의 자유도 있을까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각 지역 기독교총연합회, 성시화운동본부,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이하 진평연) 등의 시민단체가 협력해 전국 각지에서 개최됐다.

각 단체는 공청회에서 차별금지법이란 동성 성행위와 성전환 행위를 옹호·조장하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대의견 표시를 차별로 몰아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도 차별금지법이 특정한 정체성에 반대하는 사람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소수집단에 적대감을 표출한다면 제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독일·뉴질랜드 등 해외에서는 혐오표현 금지가 법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캐나다의 인권법은 혐오표현의 고의성이 인정되면 징역 2년까지 처벌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 발의돼있는 차별금지법은 혐오표현금지법과는 차이를 보인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교육·행정서비스 등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만 다루고 피해자의 문제 제기에 대한 보복행위를 제외하고는 형사처벌 조항도 없다. 일상에서 적대감을 표현한다고 해서 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정체성에 반대하는 교육을 진행하면 규제될 것이라는 진평연의 우려와 같이, 특정 정체성을 적대하는 표현이 교육계에서 일어난다면 규제될 수는 있다. 교육의 경우 공적 영역으로서 차별금지법의 적용 범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의 회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한국교회수호결사대 등 단체의 회원들이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별 여부, 가해자가 입증한다

이런 논란 외에도 차별이 아니었다는 점을 가해자가 입증하도록 한 조항을 둘러싼 논쟁도 거세다.

장혜영 의원의 발의안은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피해자가 주장할 경우 그러한 행위가 없었다거나, 차별금지사유에 해당하는 차별이 아니었다거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가해자가 증명하도록 했다.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의원의 발의안도 유사하다.

가해자에게 증명의 책임을 두는 이유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 분쟁의 경우 주로 차별을 한 자에게 정보가 편재돼 있고 피해자가 증거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용 문제에서는 근로자가 해고되고 나면 기업의 인사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 피해자가 직접 차별을 입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기존 법리에서는 피해자 입증을 원칙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 차이가 논란의 소지로 남는다.

가해자가 차별을 입증하도록 할 경우 차별을 근거로 한 행위가 아니었어도 그것을 증명할 서류나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차별로 판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작은 기업일수록 이런 우려는 크다. 5년째 출판사를 운영해온 A씨는 우리같이 작은 회사들은 대부분 해고 사유를 구두 상으로 통보하고, 해고 사유가 따로 기록으로 남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에 나도 외국인을 고용했다가 며칠 만에 근태 문제로 해고했는데, 만약 그가 외국인이라서 해고당했다며 소송을 걸어와도 우리 쪽에선 아니라는 증거가 없으니 그대로 유죄 처리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표했다.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는 조항도

또 범죄 내용이 악의적이거나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배상액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데에 의문도 나온다.

차별행위의 내용·규모·고의성·지속성·반복성·보복성을 살피는 등 악의적 행위를 판단하는 요건이 갖춰져 있지만, 손해액의 3(장혜영 의원의 발의안은 2)에서 5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판결할 수 있는 등 그 규모가 크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같은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본보기 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그 배상액은 개인에게 귀속돼 공익적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법과 같이 손해액만큼만 배상하도록 하는 전보적 배상제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는 충분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은 외려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소위 내로남불식 적용으로 특정한 집단에만 특혜를 주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면 누구나 피해자로 나서서 구제받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주장과 차별의 경계를 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구체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 등 차별금지법에 동의하면서도 그 한계를 지적하려는 입장도 있다.

이처럼 쏟아지는 의문들에 국가인권위원회나 국회의원의 입장 외에는 명쾌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상반된 주장 간의 충돌만 반복되고 있어 위와 같은 의문들에 다양한 답과 조정안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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