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디지털에서 태어나 아날로그에 빠지다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디지털에서 태어나 아날로그에 빠지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10.3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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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전유물 같던 ‘LP판’, MZ세대 취향저격
필름 카메라를 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세대층을 나눈 이후, 가장 범위가 크기도 해 일각에선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함께 묶는 것은 억측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정치인은 MZ세대를 공략하고, MZ세대가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본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MZ세대를 가리켜 디지털과 함께 태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MZ세대는 디지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쉽게 구매하면서도 많은 정보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지는 등 직접 체험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일부 마니아들의 것으로 치부되던 LP판, 필름 카메라 등 아날로그 감성이 MZ세대를 통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MZ세대는 사용법이 다소 복잡해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긴 시간을 들여 필름을 인화하는 것을 즐긴다.(사진출처/픽사베이)
빙그르르 도는 판에 바늘을 얹어 소리를 듣는 LP, 여기에 MZ세대들이 꽃혔다.(사진출처/픽사베이)

◆ 아재 전유물 같던 ‘LP판’, MZ세대 취향저격

빽판과 바이닐. 두 단어는 흔히 'LP판'으로 불리는 음원 저장 매체를 뜻하는 같은 용어다.

다만 '빽판'은 LP가 빽빽이 꽂힌 DJ 부스에서 음악을 즐기던 기성세대가, '바이닐'은 아날로그 감성에 매료된 MZ세대가 주로 사용한다. LP판의 주재료인 PVC(염화비닐)를 말하는 '바이닐(Vinyl)'에서 유래했다.

중장년층의 전유물처럼, 잊힌 문화 중 하나였던 LP는 뉴트로 열풍의 주역인 MZ세대에 의해 또 한 번의 부흥기를 맞이했다.

아이유, 백예린, 이소라, 잔나비, 버스커버스커 등 가수들이 한정 굿즈처럼 LP를 발매하면 단 몇 분 만에 동난다. 일부 미개봉 제품은 원래 가격의 수십 배로 거래되기도 한다.

국내 도서/음반 판매사이트 '예스24'의 지난해 LP 구매 비중 집계를 보면 30대가 31.7%, 20대가 21.2%로 절반을 넘는다.

이에 힘입어 가요 부문 LP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2.4%나 증가했다.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빌보드와 음반 판매량 조사회사 'MRC'의 지난해 미국 LP판매량 집계를 보면 2,754만 장으로 30년 만의 최대치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에 익숙한 MZ세대는 턴테이블로 LP판을 돌려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에서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MZ세대는 사용법이 다소 복잡해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긴 시간을 들여 필름을 인화하는 것을 즐긴다.(사진출처/픽사베이)
MZ세대는 사용법이 다소 복잡해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긴 시간을 들여 필름을 인화하는 것을 즐긴다.(사진출처/픽사베이)

◆ 필름 카메라를 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필름 카메라'도 LP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마트폰에 탑재한 카메라 기능의 발달로 디지털카메라조차도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오히려 필름 카메라는 MZ세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추세다.

지난 5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아날로그' 감수성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19.6%만이 최근 1년 이내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시기로도 10년 전(17.1%)이나 그보다 훨씬 이전(25.2%), 심지어 정확한 시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19.3%)도 많았다.

그러나 MZ세대에 속하는 20~30대는 각각 32.8%, 19.6%로 최근 1년 이내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딱' 소리가 날 때까지 필름을 감고,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고 집에서 먼 현상소까지 일부러 찾아간다.

필름을 현상하고 자르고 인화하는, 디지털카메라로는 느낄 수 없는 과정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필름 카메라의 이런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앞선 조사에서 필름 카메라에 호감을 느낀 사람들(20대 69.6%, 30대 66.8%, 40대 61.2%, 50대 59.6%)이 매우 많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는 필름 카메라를 직접 살 의향(20대 54.8%, 30대 50.8%, 40대 39.6%, 50대 33.2%)도 매우 높다.

필름 카메라를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주로 복고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52%, 중복응답), 진짜 기록을 남긴다는 느낌이 든다(47.5%)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한 장 한 장에 정성이 들어가고(44.4%), 실물로 소장할 수 있으며(37.4%), 필름 사진 자체가 희소하기 때문이라는(32.3%) 응답도 뒤를 이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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