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 특별기획】 뜨거운 감자, 차별금지법
【창간 10주년 특별기획】 뜨거운 감자, 차별금지법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1.11.0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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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바로알기 ⓷] 대선 바람 앞 차별금지법의 촛불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최초 발의 이후로 7차례나 발의됐지만 거듭 무산됐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만큼 그것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거셌기 때문이다. 현재 차별금지법에 관한 네 개의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을 달성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입장 역시 중요한 쟁점이 되는 지금, 한국뉴스투데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차별금지법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19대 대선에서 차별금지법은 여느 때보다 뜨거운 키워드가 됐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주요 후보들 간의 입장이 상충하면서, 국회 안팎으로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다가오는 20대 대선의 후보들 역시 상반된 견해를 밝히고 있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씨름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4월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인사말 중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무지개를 펼쳐 시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4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자회견 인사말 중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동성애 반대한다"는 문재인 후보의 토론 중 발언에 항의하며 무지개를 펼쳐 시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의 뜨거운 감자 넘기기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선 후보였던 2012년 당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질의에 대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 차별금지법이 포괄적 인권 기본법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별사유에 대한 금지를 최대한 담아내겠다고 답했다. 성소수자들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201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여러 기독교 단체와의 만남에서 문재인은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 다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차별의 방지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충분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표명한 대로 지금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은 주도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7일 한국일보의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비공개 참모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해볼 때가 된 것 같다고 언급한 점이 알려지면서 차별금지법의 제정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입법 시도라기보다는 다음 대선 후보에게 바통을 넘기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홍준표·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의 입장은 모두 달라 누가 바통을 넘겨받는지에 따라 차별금지법의 운명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동성애를 합법화시키려고 하느냐는 발언으로 맞받았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간 홍준표는 꾸준히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지난 2017년 대선 토론에서 그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허용법이라고 주장하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에게 동성애 반대하냐고 물었다. 문재인은 그렇다. 동성애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토론에서 심상정 후보는 동성애는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홍준표는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에 반한다거나 동성애는 하늘의 섭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독교적 시각에 따른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여러 번에 걸쳐 표현했다.

이러한 홍준표의 입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사뭇 차이를 보인다. 이준석은 당대표 이전 한 인터뷰를 통해 차별금지법 대부분의 사안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동성애는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의 만남에서는 논의가 미성숙한 상태라 이 상태로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당 대표로서 논의가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논의 주도의 뜻을 내비쳤다.

같은 사회적 합의지만

사회적인 합의가 불충분해 당장의 제정은 곤란하다는 입장도 많았다. 가령 윤석열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부당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논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2012년 대선후보 인권공약 검증토론회와 2016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개질의에서는 찬성한다고 답변했었지만, 2017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질의에는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답한 뒤 지금까지 같은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회적 합의의 필요에 동의하면서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거듭 밝혀 안철수·윤석열과는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차별금지법 언급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불합리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 평등권의 발로 아니겠냐"고 밝혔다.

지난 2017년에도 이재명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하나의 존재하는 현실이니까 그걸 차별하거나 백안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그것을 법으로 만들어 강행하기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9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의 마무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오체투지의 마무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보다 적극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공약 가운데 하나로 차별금지법을 포함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꾸준히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뭐하러 동성애를 합법화하냐는 홍준표의 발언에 대해 동성애는 불법이 아니다. 개인의 인권과 저마다의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문재인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물었던) 2017년에서 벗어나 시민에 대한 기본을 갖추시길 바란다고 지적하는 등,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거나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후보들에 비판도 이어왔다.

한편, 다가오는 10일 차별금지법에 관한 네 개의 청원에 답변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여야 간사들 사이에서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관련 논의를 해보자는 암묵적 합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에 공동토론회 개최를 제안했고, 법제사법위원회의 간사이자 차별금지법 대표발의자인 박주민 의원도 공청회를 예고하는 등 주춤했던 차별금지법 제정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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