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도 노조와 마찰 촉각
쿠팡,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도 노조와 마찰 촉각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11.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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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쿠팡 내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지난 3일 고용노동부가 쿠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고용노동부가 쿠팡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쿠팡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쿠팡의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지 9개월만에 고용노동부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공개 사과와 함께 가해 직원들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쿠팡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허위 주장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직장 내 괴롭힘

지난 3일 고용노동부는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근무 중인 A씨가 제기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노조활동과 관련해 업무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해당되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한 사안은 노조활동을 한 노동자에게 쏟아진 업무지적이다. 지난 2월 A씨는 노동조합 홍보 밴드 쿠키런에 가입하고 미지급수당에 대한 문의글 등을 올리며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 날 현장총관리자는 A씨의 쿠키런 밴드 활동에 대해 “쿠키런 조끼 언제 입을 거야?”, “너 총대 잘 멘다며?” 등 조롱을 보냈다.

이에 A씨는 쿠키런 밴드에 다시 글을 올려 쿠팡이 노조 밴드를 모니터링 하는 것 같다고 글을 올렸고 바로 다음날 다시 현장총관리자가 찾아와 “쿠키런에 그런 글 쓰지 말라”면서 쿠키런 밴드 활동을 중단할 것을 강요했다. 항변하는 A씨에게 현장총관리자는 “계속 쓸테면 써라, 쓰면 어떻게 되자 보자”면서 오랜 시간 붙들고 폭언과 협박을 이어갔다.

이날 A씨는 밤 11시 이후 2차 근무배치에서 원래 근무에는 없는 차량유도 작업으로 배치됐다. 이후 새벽 2시 40분경 다른 현장관리자인 이모 반장이 찾아와 A씨에 대한 몇 가지 지적사항을 말하고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 

A씨는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사실관계확인서였지만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할 것이 두려워 불러주는대로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했다. 작성을 마친 A씨에게 이모 반장은 실내 대기실에서 대기하지 말고 화단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2월 중순 새벽 추위에 A씨는 지시에 따라 밖에서 대기하며 일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관계확인서에 대해 쿠팡은 조퇴 등 간단한 사유가 있을 때도 작성하는 말그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불과하다고 설명하지만 통상 인사평가에서 사실관계확인서는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고용노동부 역시 “근로자들이 기간제 계약이 완료되어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사실관계확인서 징구는 계약 연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등 심리적 위축을 줄 수 있다”면서 “사실관계확인서 중 일부는 일종의 비공식적 징계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조합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조합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뉴시스)

아직 끊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점이다. A씨는 주 업무가 아닌 차량유도에 계속 배치됐고 배치 변경 요구에도 묵살됐다. 이어 2차로 사실관계확인서 작성을 강요당했고 이후 밖에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쿠팡에 지속적인 호소를 해왔다. 지난 2월 쿠팡윤리채널과 인천4센터 등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 쿠팡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가해자와의 분리조치 요청도 계속 거절했다. 

이후에도 관리자들은 A씨 동료들에게 업무를 도와주지 말라고 얘기하거나 가해자와 같은 근무 배치를 했다. 또 A씨의 동료들에게 “A씨가 일을 못한다”, “일을 안한다” 등의 험담을 하는 등 집단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집단 괴롭힘이 심각해지자 A씨는 고용노동부에 가해자 2명에 대해 추가진정서를 제출했다. 집단 괴롭힘 정황이 확인되면서 고용노동부는 재조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재조사가 결정된지 한 달만에 담당감독관이 갑자기 교체돼 집단 괴롭힘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쿠팡 사실 왜곡하는 허위 주장 강경 대응 

그럼에도 고용노동부가 일부 괴롭힘 사안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면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의 공개 사과와 함께 A씨에 대한 5개월 유급 휴가, 심리 치료비 지원, 가해 직원들의 중징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노동청이 노조 활동과 관련한 업무 지적을 한 질책은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했으나 다른 주장들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안의 전체적인 사실관계와 관한 노동청의 판단 내용을 왜곡하는 노조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쿠팡은 “노조는 가해자를 4명이라 지목하고 이들의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관할 노동청은 이 중 1명의 일부 발언만 문제삼았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없는 직원들에 대해 법적 근거없이 불이익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A씨의 유급휴가와 관련해서도 “유급휴가 요구가 수용되려면 그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소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이 합리적 관련성과 근거가 부족하다 보고 있어 양측이 원만한 해결을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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