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 중장년은 외롭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중장년은 외롭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1.11.14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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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중장년 인력관리 애로 호소
무연고 사망, 중장년층 비율 증가세

[한국뉴스투데이] 빠른 사회 변화와 함께 삶의 가치관과 태도 등도 함께 변화하며 이른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강했던 시대에 태어나 교육받고, 다소 경직된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아온 대다수 중장년에게 세상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기업은 그들의 나이를 껄끄러워하고, 사회는 그들보다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중장년층은 기업에서는 퇴사 권고 대상자, 사회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출처/픽사베이)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중장년층은 기업에서는 퇴사 권고 대상자, 사회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출처/픽사베이)

◆기업들은 중장년 인력관리 애로 호소

정년 60세가 의무화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은 중장년 인력을 관리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한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대·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중장년 인력관리에 대한 기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중장년 인력관리 어려움의 이유에 대해서는 ‘높은 인건비’가 47.8%(복수응답)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신규채용 부담’(26.1%), ‘저성과자 증가’(24.3%), ‘건강·안전관리’(23.9%), ‘인사적체’(22.1%) 등 순이었다.

젊은 직원과 비교한 중장년 인력의 업무 능력과 생산성에 대해서는 ‘비슷하다’는 응답이 56.3%, ‘젊은 직원보다 낮다’는 응답은 25.3%였다.

정년 65세 연장은 기업의 71.7%가 ‘부정적이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40.7%, ‘고용연장 하더라도 정년 연장 방식은 안 된다’가 23.7%, ‘대기업, 공공기관 등 좋은 일자리에서만 혜택받는 제도로 반대한다’가 7.3%였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 60세 의무화 여파가 해소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고령화 속도만을 보고 고용연장을 추진할 경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임금과 직무의 유연성을 높여 고용시장을 선진화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쓸쓸한 무연고 사망, 중장년층 비율 증가세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539만7615가구이던 1인 가구는 지난해 664만3354가구를 기록했다. 4년 만에 124만5739가구가 더 생겼고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2016년 서울시 변사자 자료로 분석한 무연고 사망 통계는 총 162건으로 집계됐다. 연령별 비율은 50대 36.2%, 60대 19.7%, 40대 21.1%였는데 남성 비율이 84.6%로 높았다. 

이에 서울시는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을 세우고 매년 무연고 사망 실태조사를 하도록 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 2021년 시행한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에서도 중장년, 남성, 다가구주택 거주, 집주인이 주검 발견 등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50대가 가장 많던 것(2016년 고독사 통계)에서 60대 초반으로 조금 연령대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50대와 40대도 고독사 위험계층으로 분석됐고 남성이 대다수였다. ‘고독사 위험계층 실태조사’는 2020년 장례비 지원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장제급여 수급자)를 분석한 결과다.

부산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산에서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 역시 40~50대 중장년층 남성으로 집계됐다. 더욱 비참한 것은 서울과 달리 이들의 환경, 주거, 직업 같은 기초 조사나 통계조차도 없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부산 MBC의 보도에 따르면 부산에서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총 45만5000여 명. 이 중 40세 이상 64세 이하 연령대가 전체의 54%로 가장 많았고, 특히 남성이 16만9000명으로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무연고로 사망한 사람만 344명, 이 중 140명이 중장년 남성으로, 두 명 중 한 명 꼴이다.

박주홍 부산복지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사회복지대상자가 아니었었고, 그 연령대 그 분들에 대한 특징이나 그 분들이 뭘 원하는지 조사들이 아직까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고독사 위험군인 중장년 1인 남성 가구에 대한 구, 군 단위의 복지 사업이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나 분석 자료는 거의 없다. 부산시에서 이들의 직업이나 주거, 수급유형에 대한 용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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