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시대, 리더십의 나침반
초연결 시대, 리더십의 나침반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1.11.15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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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SNS로 초연결된 사회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은 군중에 있다.
훌륭한 리더라면, BTS처럼 리더십 나침반을 군중에게 맞추고 공감과 희망을 주어라.

1. 초연결 사회에서 세상을 바꾸는 군중의 힘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엔에 의해 꼼짝 못 하게 됐다. 국가 원수들이 아니라 보이밴드 BTS를 보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 2021.9.21.일 자 보도

일곱 멤버는 젊은 세대의 경험을 나누며 미래를 보는 관점이 팬데믹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이야기했다.” -워싱턴포스트지

“2018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엔에서 연설한 BTS는 이제 유엔 단골이다.” -IT전문매체 매셔블

▲BTS는 초연결된 대중을 움직이는 신권력 모델의 상징이 되었다. 2021년 9월 20일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청년 세대를 향해서 던진 희망의 메시지’는 세계인이 주목한 연설이었다. (사진/ 뉴시스)
▲BTS는 초연결된 대중을 움직이는 신권력 모델의 상징이 되었다. 2021년 9월 20일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청년 세대를 향해서 던진 희망의 메시지’는 세계인이 주목한 연설이었다. (사진/ 뉴시스)

유엔은 BTS를 통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연결된 군중의 힘을 끌어내는 데 BTS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BTS의 또 다른 일화 중에 세탁 섬유유연제 품절 사건이 있다. 멤버 정국이 팬 카페에서 빨래 이야기를 하자 팬 한 명이 어떤 섬유유연제를 쓰냐고 질문했다. 정국은 ‘000 제품을 쓴다.’라고 했다. 이후 좋아하는 아이돌과 같은 향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아미(Army. BTS 팬클럽)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했고 전 세계 아미들이 해당 제품을 사들여 결국 품절 대란을 맞았다는 일화이다. 초연결된 사회에서 군중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역사를 보면 인류성장의 마디마다 늘 혁신이라는 이름의 운동이 있었다. 같은 생각과 목표로 연결된 대중이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중세에는 편지나 전령이 대중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고, 근대에는 전보, 신문 등이 그 역할을 했다. 이후 정보화시대를 거쳐 인터넷이라는 초연결 수단을 통해 실시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SNS로 초연결된 군중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상명하복의 봉건적 사회시스템에 염증을 느낀다. 대신 세상일에 관여하기를 원할 때 참여라는 이름으로 자율적 권력을 형성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고발사건은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운동>을 확산시켰다. 초연결된 대중의 힘은 유명 연예인, 정치인, 권력자조차도 가볍게 무너트렸다. 광화문 촛불혁명은 대통령조차도 물러나게 만들어 초연결된 군중이 신권력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의 싸움은 누가 더 사람을 많이 모으느냐로 결정될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쪽이 승자가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2. 초연결 시대, 당신의 리더십 나침반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진시황제는 중국을 통일하고 아방궁을 지었다. 아방궁에 들어가려면 특별한 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쇠붙이를 숨겨서 들어가면 갑자기 문에 붙어버려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객을 대비한 방책이었는데 자기성을 가진 돌로 문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11세기 송나라대에 자석(磁石, 자기성을 띤 돌)이 지구의 자극을 가리키는 성질을 활용해서 나침반이 만들어졌다. 나침반이 북극을 향해있듯이 리더십도 늘 시대의 흐름을 향해있어야 한다. 리더십 환경은 수시로 변화되고 그때마다 요구되는 리더십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사회운동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조직인 퍼포스(Purpose)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제러미 하이먼즈는 <뉴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에서 신권력 나침반으로 본 지도자 유형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군중 지도자 유형이다. 군중의 힘을 수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이 더 많은 힘을 행사하게 만드는 지도자형이다. 두 번째, 응원단장 유형이다. 협력, 투명성, 참여 같은 신권력 가치들을 표방하지만, 구권력 방식으로 군중을 이끈다는 특징이 있다. 세 번째는 성주(城主) 유형이다. 전통적인 위계질서와 권위를 바탕으로 하는 지도자 유형으로 군대, 기업, 교육계에 널리 퍼져있다. 네 번째는 영합주의자 유형이다. 군중을 동원해 신권력 도구와 전술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지만, 구권력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당신은 네 가지 리더십 유형에서 어디에 해당하는가?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초연결 시대 리더십의 나침반은 위 네 가지 유형 중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바로 군중이다. 군중 지도자형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 구권력의 가치는 화폐 지배, 소수에 집중, 수직적, 지도자가 주도하고 폐쇄적인 것이 특징인 반면 초연결 시대의 신권력은 흐름 중시, 다수가 창출, 투명,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 세상이 바뀌면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구태의연한 리더십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리더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있다. 이 악당은 지나가는 사람을 꾀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자신의 침대에 묶은 뒤 침대 길이보다 짧은 사람은 몸을 잡아당겨 죽이고, 침대보다 큰 사람은 침대 크기에 맞게 머리나 다리를 잘라서 죽인다. 침대 길이가 죽이고 살리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리더십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권력의 틀에 얽매여 부하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가? 군중을 향한 열린 사고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를 두려워 말아야 한다. 군중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나의 리더십 나침반은 나를 향하고 있는지, 군중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때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갖가지 이념이 충돌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온갖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훌륭한 리더라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군중의 힘을 두려워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앞장서서 군중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든 기업을 경영하는 사업가이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BTS가 군중을 이끄는 힘은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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