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을 바라보며 친구와 특별한 와인 
센강을 바라보며 친구와 특별한 와인 
  • 레아 킴 통신원
  • 승인 2021.11.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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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와인바 탐구생활 ⓵ – 파리 4구,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

[한국뉴스투데이=파리] 파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센강의 우안(rive droite)에는 소위 힙하다는 와인바들이 몰려있다.

이번 시간에는 그중에서도 최근에 자주 가게 되는 바를 하나 소개해보고자 한다. 파리 4구, 생폴 역(Saint Paul) 근처에 위치한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가 바로 그곳이다. 

▲매그넘 라 꺄브 입구 모습
▲매그넘 라 꺄브 입구 모습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며 파리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대는 이곳 생폴 역 부근은 패션과 바, 그리고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몇 달 전쯤 우연히 구글맵에서 해당 바를 찾은 후 벼루 다 지난 10월 드디어 처음으로 방문할 수 있었다. 이곳은 유기농 와인과 내츄럴 와인 전문 바(bar)로 와인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친구들과 함께 가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재미난 공간이다.

겉에서 보면 꽤나 작은 공간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정작 바 안으로 들어가 보니 크기가 상당했다. 바 내부에는 사장님의 취향이 물씬 풍기는 스타일리쉬한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했다. 

이곳을 방문한 날은 에티오피아에서 왔다는 미소가 멋진 에티엔(Etienne)이 일하고 있었다. 에티엔은 프랑스의 와인이 유명한 어느 도시에서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와인 종류에 따라 몇 페이지나 되는 메뉴판을 뚫어지라 보고 있으니 그가 빙그레 웃으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짧은 외출에도 손이 꽁꽁 얼 것만 같은 추위엔 역시 레드 와인이 아닌가. 저녁을 든든히 먹고 온 터라 묵직한 레드 와인 한 잔이 절실했다.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 내부 모습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 내부 모습

나에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주말마다 만나는 13년 지기 프랑스 친구가 하나 있다. 그녀와는 파리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바들을 찾아다니며 걸스데이 아웃을 즐기곤 한다. 

이날 매그넘 라 꺄브에서도 그녀와 함께였다. 남들은 한 주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여유를 즐기고 있을 일요일 늦은 오후 시간에 방문한 터라 바 안에는 우리뿐이었다. 자연스레 그의 관심은 우리 테이블로 향했고, 덕분에 꽤 좋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다. 

▲스텔라 노바 도멘의 미라 세티(Mira Ceti
▲스텔라 노바 도멘의 미라 세티(Mira Ceti)

가볍고 산도가 높은 와인을 주로 마시는 그녀와 묵직한 와인을 좋아하는 나. 둘의 와인 취향이 전혀 달랐기에 에티엔의 추천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는 마침 열어둔 와인이 있다며, 두 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기회를 주었다.

원래는 가볍게 좋아하는 종류의 와인을 한 잔씩만 마시기로 했으나, 그가 추천한 와인이 맛있기도 했고, 바의 분위기에 취해 추천받은 와인 중 하나를 병으로 주문하기에 이른다.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의 사장님, 니꼴라
▲매그넘 라 꺄브(MAGNUM la Cave)의 사장님, 니꼴라

지난번 방문이 꽤 만족스러웠기에 이곳에 2주 만에 재방문하게 되었다. 평일 저녁 오픈 시간에 맞춰가게 되었고, 해당 날은 사장님, 니꼴라(Nicolas)가 일하는 날이었다. 오픈 준비에 한창이던 그에게 허락을 맡고 바 안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오픈 준비 중인 니꼴라의 모습
▲오픈 준비 중인 니꼴라의 모습

와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프랑스 생활 5년 차가 되니 와인 취향만큼은 확고해졌다. 와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묵직하고 풍미가 다채로운 레드와인이 단연 나의 페이보릿이다.

지난번 방문 때 마신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랑그독 지방의 스텔라 노바(Stella Nova) 도멘 와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어 이번에도 같은 도멘의 와인으로 주문하게 되었다. 

▲스텔라 노바 도멘의 아리안(Ariane) / 짙은 루비색의 아리안 한 잔
▲스텔라 노바 도멘의 아리안(Ariane) / 짙은 루비색의 아리안 한 잔

이날 나와 동행한 친구와는 아리안 한 병을 앞에 두고 정말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와인이라는 술 한 병에는 와인 메이커의 와인에 대한 사랑, 생산된 지역의 역사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담겨있다. 이렇게 와인에 담긴 이야기를 안주 삼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많은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저녁 시간에 만난 터라 와인과 함께 즐길 치즈도 주문하기로 한다. 프랑스의 바에서는 치즈를 주문하면 맛있는 바게트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허기진 배를 단돈 만 원 돈에 채울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저녁이 있겠는가!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동부의 도시, 브장송(Besançon) 출신인 나의 친구. 그는 자기 고향에서 만든다는 모르비에(Morbier) 치즈가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치즈 문외한이기에 그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 

▲와인바 내부는 온갖 종류의 와인이 전시되어있다./니꼴라의 음악 취향이 돋보이는 장소.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및 LP판들이 전시되어 있다.
▲와인바 내부는 온갖 종류의 와인이 전시되어있다./니꼴라의 음악 취향이 돋보이는 장소.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및 LP판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초 향이 은은하게 나는 속살이 부드러운 모르비에 치즈는 단연 최고의 선택이었다. 

다른 직원 없이 혼자 바에 찾아온 손님들을 응대하던 니꼴라는 우리 테이블에도 가끔 찾아와 치즈와 함께 먹을 빵을 부족하지 않게 가져다주었다.

그가 테이블에 올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는데, 그 덕분에 이렇게 멋진 와인바를 열기 전 그가 했던 일 등 그의 인생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파리 내의 조용한 분위기에 맛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바를 찾고 있다면, 이곳 매그넘 라 꺄브를 추천한다. 좋은 음악 취향을 가진 니꼴라와 친절하고 미소가 멋진 에티엔이 당신에게 좋은 와인과 좋은 시간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사진/ 레아 킴 통신원]

레아 킴 통신원 grandbleuart@gmail.com

레아 킴의 와인스토리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 후, 같은 도시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좋아하는 와인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WSET 와인 인증 과정 1, 2단계를 수료한 바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티스토리 블로그(그랑블루아트)에서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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