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다
정답은 없다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1.11.19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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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한강을 따라 달렸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달리는 사람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정면에서 스치는 사람, 뒤에서 나를 앞서가는 사람, 

팔을 휘휘 저으며 달리는 사람, 팔꿈치를 몸에 딱 붙이고 달리는 사람, 
발끝이 안쪽으로 향하는 사람, 반대로 바깥쪽으로 향하는 사람,
무릎을 굽히고, 엉거주춤 달리는 사람, 무릎과 허리를 쫙 펴고 달리는 사람,
보폭을 크게 하는 사람, 작게 하는 사람… 
사람들마다 달리는 자세가 다 제각각이다. 
나의 달리는 모습은 저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내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이맘때다.
걷기를 하다가 조금 싱거워져서 달려볼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겨우 100걸음 달리는 시늉을 하다 숨이 차서 멈췄고, 
숨을 고르고 난 뒤 다시 달렸지만,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난 이렇게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서 턱에 걸리는데 
마라톤 선수들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까?

그때부터 달리는 방법과 관련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숨 쉬는 법부터 팔의 위치, 발을 내딛는 자세까지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는 물론이고, 각종 달리기 관련 책까지 
접할 수 있는 건 모두 뒤졌다. 

하나의 정보를 얻을 때마다 곧바로 달릴 때 적용해봤다. 
숨을 두 번 ‘훅훅’ 내뱉고, 두 번 ‘흡흡’ 들이마시니 신기하게도 
숨이 덜 차면서 더 멀리 뛸 수 있었다. 
그때의 기쁨이란…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을 발견했을 때 
알몸으로 뛰쳐나올 만큼 흥분했었던 그 순간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하지만, 쉬지 않고 오래 달리게 되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나중에는 정강이도 아프더니, 발바닥도 문제가 생겼다. 
급기야 팔꿈치에도 통증이 찾아와 달리는 걸 멈춰야 했다. 
 
다시 달리기 관련 정보를 찾았다. 
그런데, 접하는 정보마다 이렇게 다를 수가…
뒤꿈치를 먼저 디뎌야 한다고도 하고, 
발가락이나 앞꿈치를 먼저 대야 한다고도 한다.
신발 밑창은 푹신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양말처럼 얇아야 더 좋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무릎은 펴는 것이 좋다는 것과 약간 구부리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뭘 믿어야 하나? 
달리기 자세를 두고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것이 또 있을까? 
그래도 통증이 있다는 건 올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일 테니
어떤 날은 뒤꿈치를 먼저 대보고, 어떤 날은 앞꿈치를 대보고 
푹신한 운동화를 신었다가, 밑창이 얇은 운동화를 신었다가…
말 그대로 내 몸을 마루타 삼아 괜찮을 때까지 실험을 거듭했다.

이렇게 해서야…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맛봤던 성취감과 상쾌함 때문에 계속 달리겠다고 했는데
어느새 자세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달리는 이유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로 달리면 된다”

계속되는 통증과 달리기의 올바른 자세를 찾지 못했을 때 
우연히 책에서 본 문구가 머리에 콱 박혔다. 
무릎이나 발목의 방향, 팔꿈치의 각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뛰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주법을 찾아야 한단다. 
 
그래… 그럼 나도 내가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는 자세로 달려보자!!
숨이 차지 않게 천천히 달리고, 무릎은 조금 굽히면서 시선은 앞, 
뒤꿈치보단 발가락을 먼저 디디고, 팔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살짝만 흔들고…

그렇게 며칠 편하게 달리다 보니 이전에 있었던 통증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고, 
‘훅훅’, ‘흡흡’ 의식적으로 두 번씩 숨을 쉬지도 않았는데 숨도 차지 않는다.
바로 이거였다. 다시 내 마음엔 아르키메데스의 흥분이 찾아왔다.

사실, 달리기처럼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에서 ‘올바른 자세’라는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가장 올바른 자세이자, 
스스로 터득하고 찾아야 하는 정답이기도 하다.
사람들마다 달리는 모습이 다 제각각인 이유도 
자신에게 가장 맞는 최적화 된 자세가 아니겠는가?

이제 알았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도 그 자세는 나만을 위한 자세다. 
근 1년 만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장 편한 자세를 찾은 것이다.
굳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어떤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구력이 필요한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
자기가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자기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찾아가면 된다.
다른 의견이나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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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1-12-02 15:57:29
글을 읽으면서 지금 한강에 나가서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세상살이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데 달리기 하나에서도 인생을 배우게 되네요~ 열심히 운동하는 작가님이 멋져요~ 나도 오늘부터 달리기 하렵니다. 나에게 맞는 나의 방법으로~ 선한 영향력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