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망...뼈아픈 역사 속 영원한 침묵의 길로
전두환 사망...뼈아픈 역사 속 영원한 침묵의 길로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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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1대, 12대 대통령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두환)이 사망했다. 전씨는 9년간의 재임 기간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 유린 등을 일삼은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퇴임 후에는 내란죄와 뇌물수수죄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 사망했다. 정치권에서는 전씨의 국가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조문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시대를 이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만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진실 앞에서 영원히 입을 다문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은 무거운 침묵만이 감돈다. <편집자주>

지난 8월 9일 전두환씨가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받은 뒤 부축을 받으며 광주 동구 광주법원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월 9일 전두환씨가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받은 뒤 부축을 받으며 광주 동구 광주법원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대통령 시절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및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공이 있지만 그 모든 공을 뒤덮은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 유린 앞에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무색하다.

전두환, 23일 자택서 사망

올해 90세가 된 전두환씨가 23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숨졌다. 이날 전씨 부인인 이순자씨가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전씨를 발견했다.

전씨는 석달 전부터 악성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고 있었다. 전씨 사망 후 브리핑을 진행한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열흘 전부터 의자에서 앉고 서는 데도 부축을 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 전 비서관은 ”별도의 유언은 남기지 않았고 2017년 회고록의 내용으로 유언을 대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씨의 장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해는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된다. 장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1대, 12대 대통령으로 

전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1979년 12‧12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이후 1980년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한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치인, 군인, 교수, 기업인, 종교인 등으로 구성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신설, 대규모 탄압작전을 벌였다.

정권을 잡은 전씨는 연좌제를 폐지하고 정당해산령을 내려 여러 정당을 해산시켰다. 그 해 10월 새 헌법을 공포한뒤 1981년 1월에는 새로 창당한 민주정의당에 입당하고 당 총재에 취임, 새 헌법에 따른 간접선거로 12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씨는 재임 기간 동안 중임을 제한하는 대통령 단임제 채택하고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 확대했다. 또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및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전씨는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학원안정법을 제정하고 1981년 9월 학생과 교사, 회사원을 불법감금하고 고문한 부림사건, 노조를 탄압한 청계피복노동조합 탄압 사건 등 인권 유린을 일삼았다.

또 노숙자‧행려병자들‧고아는 물론 심지어 멀쩡한 사람들까지 통금시간 이후에 돌아다니는 사람을 다 잡아들여 불법적으로 감금 및 강제 노역을 시킨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후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으로 전씨에 대한 반발과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 요구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아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6월 항쟁이 일어나자 6.29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였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씨의 빈소. (사진/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전두환씨의 빈소. (사진/뉴시스)

퇴임 후 여러 재판에 연루

전씨는 퇴임 후 1997년 내란죄·내란목적살인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과 2205억원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특별사면으로 석방됐지만 “예금 자산이 29만원밖에 없다”는 말을 남기고 추징금 2205억원 중 532억원만 납부했다. 현재까지 환수된 추징금은 1249억원으로 미납 추징금은 956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에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광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현재까지 항소심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국가장 반대 목소리

전씨의 사망으로 가장 민감한 곳은 정치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8여 년을 철권통치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유린한 것에 참회가 없었다”며 “참으로 아쉽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 주범"이라며 조문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씨의 사망 소식에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준비 일정을 보고, 전직 대통령이니 가야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 오후 조문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전두환 씨가 끝내 진실을 밝히지 않고 광주 학살에 대한 사과도 없이 떠났다"면서 "성찰 없는 죽음은 유죄"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가장 여부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청와대는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전씨가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 밝혀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능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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