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보졸레 누보 시음기】 매년 11월 셋째 주에 나오는 와인이 있다?
【2021년 보졸레 누보 시음기】 매년 11월 셋째 주에 나오는 와인이 있다?
  • 레아 킴 통신원
  • 승인 2021.11.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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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처음 온 친구들 다양한 와인 맛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졸레 누보’
보졸레 지역 만들어진 햇 와인을 바로 마시는 전통이 현대에 세계 와인 축제

[한국뉴스투데이=파리] 올해는 11월 18일 목요일에 올해의 보졸레 누보가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손이 꽁꽁 얼고, 코끝이 시린 겨울이 찾아왔다. 작년 한 해를 집에서만 보내야 했던 수다쟁이 프랑스인들은 이 추운 날씨에도 기회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수다 삼매경이다.

한국과는 달리 자주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문화인 프랑스에 살다 보니 하우스 파티에 심심치 않게 초대가 되곤 한다. 

패션모델 일을 병행하며 나와 사진을 함께 공부하는 친구 중 하나는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노른자 땅 펜트하우스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모여 산다. 지난 목요일 그녀의 집에서 열린 점심 식사 자리에 초대가 되어 다녀왔다. 

식사 자리에 초대가 되었으니 와인을 한 병 사가야 하지 않겠나 싶어 집 근처 와인샵에 들리기로 한다.

프랑스인들은 어디에서 와인을 구매할까?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살다 보니 와인을 물만큼이나 자주 마시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집 근처 슈퍼마켓, 대형마트 심지어 동네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와인을 팔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니꼴라(Nicolas)에서 와인을 구매한다. 집 근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아저씨가 무척이나 친절하시기 때문이다.

니꼴라는 와인 전문샵으로 프랑스에서만 500개가 넘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고, 모로코, 스위스, 타이완 등 여러 나라에 있다. 

그러다 보니 파리 시내를 걷다 보면 니꼴라 상점을 수도 없이 지나치게 된다. 역시 프랑스인들의 와인 사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파리 내에 위치한 니꼴라 상점
▲파리 내에 위치한 니꼴라 상점

이날 식사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은 대만, 폴란드, 러시아 등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어떤 와인을 가져가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차 와인 샵 유리창에 붙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보졸레 누보가 상점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글귀가 상점 유리창에 붙어있다.
▲보졸레 누보가 상점에 들어왔음을 알리는 글귀가 상점 유리창에 붙어있다.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어요!)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친절한 주인아저씨는 찾는 와인이 있느냐며 물어왔다. 보졸레 누보를 찾고 있다고 하니, 상점 입구 앞에 놓인 바구니 세 개를 가리켰다. 

세 종류의 보졸레 누보 모두 10유로 미만으로 한화로 만 원 정도였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햇 와인을 단돈 만 원에 맛볼 수 있다니!

마음 같아서는 세 병 모두 사서 마셔보고 싶었으나 레드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식사 자리에 없어서 한 병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니꼴라 상점 입구 앞에 놓은 보졸레 누보 와인들
▲니꼴라 상점 입구 앞에 놓은 보졸레 누보 와인들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는 어떤 와인?

우선 ‘보졸레 누보’라는 이름의 뜻을 살펴보자. 보졸레(Beaujolais)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 위치한 곳이고, 누보(Nouveau)는 프랑스어로 ‘새로운’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곳 보졸레 지방은 매해 9월에 수확한 가메(Gamay) 포도로 만든 와인을 짧은 숙성 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졸레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그 해 만들어진 햇 와인을 바로 마시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러한 전통이 현대에 와선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세계 와인 축제가 된 것이다.

보통 부르고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재배하기 까다롭지만, 장기 숙성이 가능한 피노 누아 포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보졸레 지역에서만큼은 잘 익고, 재배하기도 비교적 쉬운 가메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가메로 만든 와인은 상큼하고 가벼운 맛으로, 여왕의 이미지를 지닌 피노 누아와 비교했을 때 어린 소녀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붉은 루비색의 보졸레 누보 와인
▲붉은 루비색의 보졸레 누보 와인

매년 11월이 되면 전 세계에서 그해 만들어진 보졸레 누보를 하루빨리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 서 있다. 물론 보졸레 누보의 가볍고 상큼한 맛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케팅의 효과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 또한 프랑스에 처음 온 친구들이 다양한 와인을 맛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와인 샵의 마케팅에 넘어가 식사와 함께 곁들일 보졸레 누보 한 병을 선물로 사 갔다. 

레드 와인이라면 질색을 하는 친구들마저도 생각보다 진하지 않은 보졸레 누보의 맛에 신기해했다. 식사 메뉴로 치킨 브레스트가 들어간 바질 베스토 크림 파스타가 나왔는데, 보졸레 누보와 꽤 잘 어울렸다. 

좋은 음식, 좋은 와인,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 식사 자리는 자연스레 길어졌다. 보졸레 지역에서 70년 전 만들어진 와인 축제가 2021년 11월 어느 날, 파리 어느 아파트에서 열린 점심 식사 자리에서 8개국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대화 주제가 되어주다니 놀랍지 않은가! 

레아 킴 통신원 grandbleuart@gmail.com

레아 킴의 와인스토리

프랑스 파리에서 조형예술학을 전공 후, 같은 도시에서 사진학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좋아하는 와인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WSET 와인 인증 과정 1, 2단계를 수료한 바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티스토리 블로그(그랑블루아트)에서 문화예술 교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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