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딥 데이터 리더십
개와 늑대의 시간, 딥 데이터 리더십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1.11.30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밤의 짙은 푸른색과 낮의 짙은 붉은 색이 만나 산등성이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 위기인지 기회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개와 늑대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 밤의 짙은 푸른색과 낮의 짙은 붉은 색이 만나 산등성이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를 말한다. 개라고 생각하면 안전하다고 여길 것이고, 늑대라고 생각하면 곧 닥칠 위험에 불안할 것이다. 리더십의 현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자주 직면하게 된다. 내가 거래하는 상대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지금의 상황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리더는 늘 불확실한 상황에서 건전한 판단과 결심을 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꾸려는 리더의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왔다. 거북이 등 껍질을 태워서 갈라진 틈을 보며 앞날을 점쳤는가 하면, 상소나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아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리더가 접하는 정보의 양도 많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늘 리더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앞날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까?’였다. 
 
빅 데이터(Big Data)와 딥 데이터(Deep Data)

2011년 미국 국세청은 대용량 데이터와 IT기술을 결합해 ‘통합형 탈세 및 사기 범죄 방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원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빅 데이터(Big Data)의 시작이었다. 빅 데이터는 단순히 대용량 데이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술에 더 초점을 둔 용어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후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존전략은 리더들의 주요 관심사였고 판단과 결심의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빅 데이터의 시대로만 멈춰있기를 거부하고 있다. 빅 데이터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불리는 불확실성에 빅 데이터보다 새로운 정보 생성과 판단의 근거가 필요해졌다. 해가 질 무렵의 산등성이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빅 데이터는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개과 동물의 특징부터 개의 기원, 늑대의 습성 등 판단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한다. 그래도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정보는 방대한 분량이 아니라 유의미한 정보다.

‘마을의 모든 개가 집에 있는지, 밖으로 나간 개는 없는지, 최근 주변 늑대들의 활동 경로와 시간대는?’

이런 정보가 당장 내가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의미한 정보다. 즉,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아니라 질적으로 유의미한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들어 딥 데이터(Deep Data)라는 용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딥 데이터란 ‘양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질적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 기업들은 양적으로 승부하는 빅 데이터(Big Data)가 아닌, 실무적으로 유의미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딥 데이터(Deep Data)’를 생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남들도 수집할 수 있거나 허위 정보가 섞인 빅 데이터(Big Data)보다 남들이 모르는 구체적인 정보가 담기고 정확성까지 담보된 딥 데이터(Deep Data)를 활용할 경우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냉혹한 현실을 보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1월 24일 미국 출장을 다녀오며 소회를 밝힌 말이다. 삼성의 초격차 전략이 변하고 있다. 이제 빅 데이터(Big Data)로는 초격차를 이뤄낼 수 없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딥 데이터(Deep Data)를 활용한 전략만이 초격차를 이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감정에 기반하지 않고 딥 데이터에 기반한 리더십이 필요
 
1962년 10월 14일, 미군 정찰기에 쿠바 미사일 기지가 포착되면서 3차 대전의 전운이 감돌았다. 소련의 지원을 받는 쿠바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8분 후 워싱턴이 타격 되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방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참모진에서는 강경파가 우세했다. 소련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케네디 대통령이 강경파들의 압박에 밀렸으면 3차 대전이 일어났을 것이다. 

강경파 참모진들이 감정에 기반한 전쟁을 판단했다면 케네디 대통령은 딥 데이터(Deep Data)에 집중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유의미한 정보를 찾았던 것이다. 케네디는 두 가지 딥 데이터(Deep Data)를 기반으로 사태 해결 전략을 세웠다. 첫째, 소련의 미사일 운영에 들어가는 부품, 시설, 핵탄두의 쿠바 반입을 막는 것. 둘째, 협상 가능한 소련 측 요구사항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케네디는 항공모함 8척과 해군 함정 90척을 동원해서 쿠바 해상을 봉쇄했다. 이후 소련 측 요구사항을 이른바 ‘치킨게임’이라고 일컫는 협상으로 마무리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딥 데이터(Deep Data)에 기반한 리더십으로 3차 대전을 막은 것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시대다. 데이터가 넘치는 ‘데이터 과잉’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에 리더는 빠른 판단과 건전한 결심, 초격차를 위한 유의미한 정보에 집중해야 한다. 딥 데이터(Deep Data)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당신은 지금 빅 데이터(Big Data)에 의존하는가? 딥 데이터(Deep Data)에 의존하는가?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