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 ‘해피 아워’... 317분의 행복한 시간 속으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 ‘해피 아워’... 317분의 행복한 시간 속으로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1.12.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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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일기

[한국뉴스투데이] 올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2015)를 봤다. 317분의 영화다. 영화제 기간 중 딱 한 번 상영됐다. 317분에 중간 휴식 시간 10분까지 포함하여 327분. 다른 영화 2편을 족히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처음에는 영화 선택에 살짝 망설임이 생겼으나, 영화제 아니면 도저히 못 볼 것 같았다. <해피 아워>는 지난 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에 소개되면서 ‘영화 좋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라서 먼저 본 관객들의 ‘강추’를 믿고 봤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 해피 아워'. 스틸 컷. 영화사조아 제공.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 해피 아워'. 스틸 컷. 영화사조아 제공.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 보는 즐거움을 맛봤다. 317분이 아쉬울 정도로 영화에 푹 잠겼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해피 아워!’영화는 끝났지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극장 밖은 어두운 객석처럼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극장에서 지하철 정거장까지 10여 분을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걸었다. 막차를 놓칠 것 같았다. 결국 막차를 놓쳤지만, 크게 낙심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제의 즐거움을 맛본 날이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해피 아워>의 선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히 흘렀다. 영화만큼이나 영화음악도 잔잔하게 여운이 깊었다. 잔잔하고 여운이 깊은 아름다운 현악기와 피아노의 선율은 영화의 인물들을 가까운 내 친구처럼 친밀하게 응시하게 했다. 극장 객석에서 바라보는 형형색색의 빛으로 탄생하는 인물들의 삶은 한낮의 쨍한 햇볕에 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처럼 사랑스러웠다. 영화의 즐거움을 선물한 감독이 궁금했고, 주인공 4명의 여배우가 궁금했다.

해외초청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 스틸 컷. 영화사조아 제공.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 스틸 컷. 영화사조아 제공.

<해피 아워>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진행된 '하마구치 류스케 즉흥 연기 워크숍 in Kobe'가 계기가 되어 탄생한 영화다. 이 워크숍은 시민의 참여를 받았으며 3차에 걸친 선발을 거쳐 남녀노소 17명이 참가했다. 그들 중에 감독은 연기 경험도 없는 4명의 30대 후반의 여성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그녀들을 중심으로 각본을 쓴 것이 <해피 아워>다. 실제로 워크숍에 참여한 4명의 여성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4명의 여주인공은 2015년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해 제37회 낭뜨3대륙영화제 관객상, 실버 몽골피에(우수작품상)상, 제2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감독상을, 2016년 제10회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 각본상을 받았다.

거리두기 속의 관객과의 대화.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거리두기 속의 관객과의 대화.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해피 아워>는 예년 같으면 영화제 심야 상영작으로 상영됐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는 3일 폐막한다. 경쟁부문 수상작이 폐막작으로 상영될 것이다. 설령 수상을 못하더라도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감독들은 실망하지 마시라. 지치지 마시라. 올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를 발표한 레오스 카락스는 22세에 데뷔하여 40여 년 동안 장편 6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워크숍 참가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해피 아워>라는 놀라운 영화를 만든 류스케 감독처럼, 올해 초청받은 감독들이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미래를 열어가길 응원한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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