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올 서울독립영화제 해외초청작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2015)를 봤다. 317분의 영화다. 영화제 기간 중 딱 한 번 상영됐다. 317분에 중간 휴식 시간 10분까지 포함하여 327분. 다른 영화 2편을 족히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처음에는 영화 선택에 살짝 망설임이 생겼으나, 영화제 아니면 도저히 못 볼 것 같았다. <해피 아워>는 지난 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에 소개되면서 ‘영화 좋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라서 먼저 본 관객들의 ‘강추’를 믿고 봤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 보는 즐거움을 맛봤다. 317분이 아쉬울 정도로 영화에 푹 잠겼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해피 아워!’영화는 끝났지만,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으로 극장을 빠져나왔다. 극장 밖은 어두운 객석처럼 이미 캄캄한 밤이었다. 찬 겨울바람을 맞으며 극장에서 지하철 정거장까지 10여 분을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걸었다. 막차를 놓칠 것 같았다. 결국 막차를 놓쳤지만, 크게 낙심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제의 즐거움을 맛본 날이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해피 아워>의 선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히 흘렀다. 영화만큼이나 영화음악도 잔잔하게 여운이 깊었다. 잔잔하고 여운이 깊은 아름다운 현악기와 피아노의 선율은 영화의 인물들을 가까운 내 친구처럼 친밀하게 응시하게 했다. 극장 객석에서 바라보는 형형색색의 빛으로 탄생하는 인물들의 삶은 한낮의 쨍한 햇볕에 뽀송하게 잘 마른 빨래처럼 사랑스러웠다. 영화의 즐거움을 선물한 감독이 궁금했고, 주인공 4명의 여배우가 궁금했다.
<해피 아워>는 2013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진행된 '하마구치 류스케 즉흥 연기 워크숍 in Kobe'가 계기가 되어 탄생한 영화다. 이 워크숍은 시민의 참여를 받았으며 3차에 걸친 선발을 거쳐 남녀노소 17명이 참가했다. 그들 중에 감독은 연기 경험도 없는 4명의 30대 후반의 여성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그녀들을 중심으로 각본을 쓴 것이 <해피 아워>다. 실제로 워크숍에 참여한 4명의 여성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4명의 여주인공은 2015년 제68회 로카르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해 제37회 낭뜨3대륙영화제 관객상, 실버 몽골피에(우수작품상)상, 제26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 감독상을, 2016년 제10회 아시아태평양스크린어워드 각본상을 받았다.
<해피 아워>는 예년 같으면 영화제 심야 상영작으로 상영됐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서울독립영화제는 3일 폐막한다. 경쟁부문 수상작이 폐막작으로 상영될 것이다. 설령 수상을 못하더라도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감독들은 실망하지 마시라. 지치지 마시라. 올해 9년 만에 신작 <아네트>를 발표한 레오스 카락스는 22세에 데뷔하여 40여 년 동안 장편 6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워크숍 참가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해피 아워>라는 놀라운 영화를 만든 류스케 감독처럼, 올해 초청받은 감독들이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미래를 열어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