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만드는 것
행운을 만드는 것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1.12.17 10:3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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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 내 삶에 불행이 몰아쳤다. 
지금껏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 여겼는데, 

불행이 한꺼번에 몰아치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하나의 불행을 겨우 추스르고, 일어서려고 하니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고, 또 찾아오고.
마치, 누군가 내 머리를 짓누르며 
심연으로 나를 자꾸만 밀어 넣으려는 듯했다. 

그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책만 읽었다. 
마음이 힘들 때는.
‘긍정적인 마음은 행복을 가져와요’,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요’와 같은.
익히 알고 있는 뻔한 글이라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믿고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내 심사가 그리 편하지 않으니
책에서 말하는 희망적인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해서 다 될 거 같으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모든 사람이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을 읽지 않아서인가?

한 역술가가 쓴 책에선 매일매일 행운의 일기를 쓰면 행운이 온다고 했다. 
설마? 사기꾼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 좋다. 하라는 대로 한 번 해보지.’ 오기가 발동했다. 

책에선 이랬다. 
매일 날짜와 시간, 그것도 분 단위까지 쓰고, 
어떤 행운이 있었는지, 길게 쓸 필요도 없이 간략하게 쓰라고 했다.
그리곤 괄호를 하고 금전운, 시간운, 명예운 등등과 같이 구분을 해놓으면 끝!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돈 드는 일도, 시간 드는 일도 아니니
속는 셈 치고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난관이 생겼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와서 행운이다’ 
‘맛집에 갔는데 줄을 서지 않아서 다행이다’처럼 누가 봐도 행운이 있었던 날도 있지만.
이런 진짜 행운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날은 행운이라고 할 수 없는 그저 미적지근한, 맨송맨송한 날들이었다.

하지만 매일 쓰라고 하지 않았던가?
할 수 없이 하루에 있었던 일을 찬찬히 생각하며 행운을 찾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행운이 아닌 것은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 내가 그랬다.
그저 그런 날, 아니 겉으로 보기엔 불행이라 보일 수 있는 일들을 
행운으로 둔갑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2021년 1월 21일 오전 10시
친구가 약속을 연기하자고 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이 생겨 부담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 (성공운) 

2021년 2월 8일 오후 3시 30분
곧 연락을 준다던 곳에선 1시간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마침, 그때 집에 있었는데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건강운, 시간운)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약속을 연기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은 날. 
기분이 나쁜 불행이 아니라 할 일을 더 할 수 있어 행운이었고, 
1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짜증 나는 게 아니라 그 덕분에 피곤함을 덜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행운이 아니던가?

나는 나쁜 상황에서도 행운으로 만드는 요령(?)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깨달았다.
마음과 생각만 바꾸면 불행은 행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내가 겪었던 힘든 시간들이 조금씩 좋게 보이기 시작했고,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됐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자존감 만땅! 자신감 만땅!

이제 더 이상 남들이 말하는 행·불행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행운은 언제든 내가 만들 수 있으니까.
그 역술가가 의도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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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2-01-01 15:24:27
그 역술가가 참 용하네요~ 불행과 행운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항상 긍정정적인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홧팅요~^^

유동희 2021-12-22 12:29:22
누구나 힘든 일이 연속으로 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작가님처럼 글을 읽으며 용기를 얻었답니다.
작가님은 좋은 글을 쓰셔서 힘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음과 생각을 바꾸면 불행도 행운이 될 수 있다는 작가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불행의 끝에서 행복이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