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키워야 하는 이유
리더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키워야 하는 이유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1.12.19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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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項羽)는 자존심 때문에 죽었고, 한신(韓信)은 자존감 때문에 성공했다.
리더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키워야 하는 이유! 리더의 자존감에 조직의 운명이 달렸다. 

항우(項羽)를 죽인 자존심

어릴 적 힘이 센 아이를 보면 어른들은 ‘항우장사’라는 말로 칭찬했었다. 그때부터 읽지는 않았으나 자연스럽게 알게 된 이름이 ‘항우(項羽)’였다. 적어도 필자에겐 힘센 영웅의 상징이었다. 항우(項羽, 기원전 232년~기원전 202년)는 24세에 봉기하여 서초패왕(西楚覇王)으로 즉위한 후 유방(劉邦)과 끝없는 싸움을 하다가 결국 패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다. 
 항우(項羽)는 왜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까? 부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강동지역으로 도주한 후 뒷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부하들의 건의를 뿌리치고 자결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에는 무엇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까? 그것은 자존심이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 동안 70여 차례 싸우면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모든 싸움에 이겨서 천하를 얻었으나 여기서 곤경에 빠졌다. 이것은 하늘이 나를 버려서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  - 항우(項羽)의 마지막 해하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  

 항우(項羽)는 자신의 공을 자랑하고 자신의 지모만 믿고 옛 선례를 따르지도 않았다. 패왕의 업을 이루었다고 무력으로 천하를 경영하려고 하였으나 5년 만에 결국 나라를 잃고 동성(東城)에서 죽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거나 자책하는 마음이 없었다. 오로지 자존심 하나로 버티고 그 자존심에 상처가 나자 판단기준도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시세가 이롭지 않으니 추(騅)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騅)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할 것인가. 우(虞)여, 우(虞)여, 너를 어찌할 것인가?”
         - 항우(項羽)가 자결하기 전 읊었던 해하(垓下)의 노래-

자존심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남에게 굽히지 않은 채 본인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 “자기에 대해 일반화된 긍정적인 태도, 자만(自慢)과도 비슷한 의미” 이다. 
 항우(項羽)는 해하 전투에서 패하게 된 것은 하늘이 자신을 버려서이지 결코 자신이 싸움을 못 해서가 아니라고 말했다.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 품위를 지키려는 자만심의 심리상태임을 알 수 있다. 그에게 강동으로 도주해서 훗날을 도모한다는 것은 비겁하고 구차한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리더로서 자신의 자존심만 생각하면 조직과 구성원들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결국, 조직도 망하고 리더 자신도 스스로 품위를 지키기는커녕 천하의 비웃음을 사는 어리석은 리더로 남게 된다. 

한신(韓信)을 살린 자존감

한신(韓信, ?~기원전 196년)은 전한의 장군이자 제후이다. 유방(劉邦)의 부하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한초삼걸(漢初三傑, 한신, 소하, 장량)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명장이다. 그는 일찍이 향리의 깡패들로부터 가랑이 밑을 기어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받은 일이 있었다. 

“네가 비록 키가 커서 칼을 차길 좋아하나 속은 겁쟁이일 뿐이다. 네가 나를 찌르고 죽일 수 없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라.”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이에 한신(韓信)은 한참 그들을 응시하다가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포복하여 지나갔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일시에 한신(韓信)을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한신(韓信)이 대장군에 임명되자 평가가 달라졌다. 장래의 위대한 장군이 하찮은 깡패들에게 모욕을 당하면서도 조금도 분노를 터뜨리지 않는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를 일컫는 사자성어가 과하지욕(袴下之辱)이다. 즉,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작은 치욕을 견뎌내다.’라는 뜻이다.

한신(韓信)이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는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찮은 깡패들 때문에 대의를 저버릴 수 없었다. 이후 한신(韓信)이 제왕(齊王)이 되어 옛날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고 한 자를 불러 초의 중위(中尉)로 삼았는데 신하들이 그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를 욕보일 때 내가 어찌 이 사람을 죽일 수 없었겠는가? 죽인다 하더라도 이름날 것이 없기에 참고 오늘의 일을 이루었다.”

한신(韓信)이 만약 자존심 대결로 갔다면 살인자가 되어 도망 다니거나 다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존심은 상하더라도 자존감으로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었다.

자존감 있는 리더가 조직을 살린다.

자존감은 ‘스스로 가치를 갖춘 존재로 여기고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 감정’을 의미한다. 일상적 활용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 정도로 사용된다. 자존심이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이라면, 자존감은 타인과의 경쟁과 관계없이 평소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게 인정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는 이 미묘한 차이를 반드시 알아야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은 출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원수 권율에게 불려가 곤장을 맞았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원균은 불리한 상황임에도 출전하여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 괴멸을 초래했다. 반면 이순신은 왕명 거역 죄로 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을 하면서도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13대 133이라는 엄청난 열세에도 불구하고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가 조직의 승패를 결정 짓는다. 지금 당신은 자존심과 자존감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리더인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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