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수고 많았어요!
올 한해도 수고 많았어요!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1.12.27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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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40년간 배우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민희입니다. 이런저런 제 생각들을 여러분들과 여러 시간을 공유하며, 부족하지만 작은 글들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써 왔네요. 

어느덧 2021년이 다 흘러가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모든 분에게 저만의 작은 이야기가 아닌 편지를 써볼까 해요.

어쩌면 이렇게 시간은 빨리도 흐르는 걸까요. 지나는 시간 속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많은 순간이 총알을 타고 어느새 올해의 끝자락에 다다랐네요. 여러분은 2021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모두가 다른 이유로 행복과 불행을 오갔을 테고, 지나고 보니 시간의 흐름이 허망하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주 어린 아이일 때부터 해가 바뀌는 이런 즈음이 되면 늘 아쉽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아이였음에도 해가 바뀌어 한 살을 더 먹고 자라고 어른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두렵고 아쉬웠던 것 같아요. ‘어른이’의 삶이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일찍부터 보아온 탓이기도 하겠지요. ‘어른이’라 표현함은, 젊은 날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꽤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늘어나는 책임감과 사회적 시선이 나를 어른이라 칭하지만, 사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 마음만은 당최 어릴 때와 달라진 게 없더군요.

하지만 그건 슬프기만 한 일 같지는 않아요.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나이 들고 지친 몸이지만, 나는 알잖아요. 내가 젊을 때와 같은 체력이고, 사회적 책임감의 무게만 없다면 그때와 내가 그다지 다를 것 없다는 걸. 

사람은 언젠가 세상에서 한 사람씩 사라져야 하기에, 늙어가고 쇠약해져 가지만, 그런 노화가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지요. 물론 많은 분이 자연스럽게 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생의 마지막을 잘 준비하며 살아가고 계실 거예요.

그러나 삶을 놓는 것 만이 인생의 끝은 아닌 듯해서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기도 하고, 많은 기억 역시 모두 내려놓아야 하기에 나이 한 살 먹는 것에 아쉬움이 깃들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올해도 다 갔다는 것에 잠시 생각이 복잡해지는 요즘이네요. 치열하게 사셨을, 또는 그 무엇도 더는 어찌하지도 못하셨을, 여러분 모두 정말 수고했어요. 
어떻게 살았어도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삶을 잘 영위해서 지금 이 순간을 맞고 있는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수고했던 거예요.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이렇게 우리 스스로를 다독여 봐요.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빛나고 있는 거예요. 와닿지 않더라도 일단은 그리 믿어 봅시다. 그리고 그렇게 또 서로를 응원해 주자고요.

코시국에 예상치 못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분들, 더 힘내시길 바라요.
불행은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때 뒤통수를 친다잖아요. 하지만 진짜 바닥을 봤다면, 이제 올라갈 준비를 해볼까요? 안 좋았던 모든 기운은 올 한 해와 함께 떠나 보내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생각들은 나를, 당신을 더욱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슬픈 마음은 인생의 공부로 묻어두고,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는 나날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랄게요.
우리 모두에게 말이에요.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주신 <한국뉴스투데이>에 감사드리며, 스치듯 이라도 제 글을 바라봐 주셨을 분들께 많은 감사 말씀 전하고 싶어요.
이 소통이 언제까지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편지를 읽게 되실 모든 분께 진심으로 행복을 기원합니다!

우리 모두 정말 수고했어요, 참 잘했어요.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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