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작업 사실 몰랐다”던 한전...사고현장에 직원 있었다
“김씨 작업 사실 몰랐다”던 한전...사고현장에 직원 있었다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1.06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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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1조·절연차량·절연장갑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 없이 투입
한전, 작업 사실 몰랐다고 일관해왔지만 현장에 직원 있었다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된다...공공기관도 예외 아냐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한국뉴스투데이] 하청업체 직원의 작업 중 사망에 관련해 작업 사실을 몰랐다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진술과 달리 사고 당시 한전 측 직원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故김다운씨 작업 중 사망...지난해 한전에서만 8번째 죽음

지난해 11월 5일 한전의 하청업체, 화성전력의 직원 故김다운씨가 작업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경기 여주시 현암동의 한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의식을 잃은 채로 안전고리에 의해 전봇대에 매달려 있던 김씨는 1시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상반신 대부분에 3도 화상을 입는 등 부상이 심했던 김씨는 결국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24일 숨졌다.

작업 중 사망한 한전의 근로자는 김씨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한전에서만 총 8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로 사망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사망자인데, 8명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작업 도중 사망한 한전 근로자는 총 32명이었으며, 그 중 31명이 전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사고 당시 김씨가 했던 작업은 한전의 안전 규정상 2인 1조로 작업하게 돼 있었지만, 김씨는 홀로 현장에 투입됐다. 아울러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김씨는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고, 장갑도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하청업체인 화성전력은 “작업 당일 활선차(전선 작업용 절연 차량)가 모두 사용 중이어서 (김씨의 작업 장소로) 보낼 차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절연차량 배정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작업을 미루는 등 조치하지 않고 무리하게 김씨를 현장에 투입시킨 것이다. 

사고현장에 직원 있었는데 "작업 사실 몰랐다"

사고 이후 한전은 김씨의 작업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앞서 한전 하청업체의 관계자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마친 후에 모두 한전에 보고하게 돼 있다고 진술한 바 있고, 김씨의 휴대폰에도 보고하기 위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작업 중 사진이 여럿 들어있었다. 그럼에도 한전은 김씨의 작업 사실을 몰랐다고 일관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MBC의 보도에 의해 당시 한전 측 직원이 현장에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작업 사실을 몰랐다는 한전 측의 주장은 거짓말로 밝혀졌다. 한전이 오피스텔의 현장 담당자였다고 해명한 한전 여주지사의 해당 직원은 사고 당일 김씨보다 먼저 현장에 와 있었으며, 작업을 시작하기 전 김씨와 작업 보고에 해당하는 짧은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상태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셈이다.

한전은 작업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던 점이나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이행되지 않은 문제에 관련해서는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 <한국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주 내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공공기관도 처벌된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재해조사 및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여러 건 적발해 두 원·하청업체에 총 34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더불어 경찰은 현재 한전 여주지사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부터 모범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전했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보고,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소급적용되지 않는 만큼 김씨의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시행 후로는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의 경영주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6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며칠 전 한전 사장과 통화에서 중대재해 처벌이 시행되면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 사장도 처벌될 수 있다고 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기업의 경영주 처벌 문제에 이목이 쏠려왔지만, 공공기관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에 ▲사고가 잦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적용 제외된 점 ▲50명 미만 사업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공포 후 3년 뒤로 유예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점 ▲발주자인 원청 기업에 대한 처벌 조항이 빠져있는 점 등으로 인해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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