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포커스】 막대기로 직원 항문 찔러 살인...경찰 미흡 대응 논란
【위클리 포커스】 막대기로 직원 항문 찔러 살인...경찰 미흡 대응 논란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1.0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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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 마시던 직원 폭행한 후 막대기로 항문 찌르고 방치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출동도 있었지만 경찰은 인지 못 했다
막대기로 직원을 찔러 사망하게 한 A씨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돼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막대기로 직원을 찔러 사망하게 한 A씨가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돼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막대기로 직원의 항문을 찔러 살해한 A씨가 사건 당일 스스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기로 항문 찔러 살인...스스로 경찰에 신고도

지난 2일 A씨(41)는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직원의 항문에 막대를 찔러 넣어 장기파열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스포츠센터 내에서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가졌다. 다른 직원 2명은 일찍 자리를 떴지만 A씨와 피해자 두 사람은 남아서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640ml 소주 6병과 맥주 4캔 등을 마셔 만취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센터 내부 CCTV 확인 결과 A씨는 31일 새벽 1시 50분경부터 피해자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센터 내의 집기들로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약 70cm의 교육용 플라스틱 막대기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수차례 내리치던 A씨는 피해자의 항문에 3~4차례 막대기를 집어넣었다.

그러다 오전 2시 10분경 A씨는 “어떤 남자가 와서 누나를 때린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다. A씨는 신고하는 도중에도 피해자를 폭행하고 있었고, 이에 경찰은 ‘전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하기 전 A씨는 피해자가 천장을 바라보도록 돌려 눕혔다.

경찰관 6명이 스포츠센터에 도착하자 A씨는 “그렇게 신고한 적 없다”,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싸웠는데 지금은 도망갔다”는 등 말을 바꿨다. 경찰이 CCTV 확인을 요구하자 거부하며 누나를 때린 남성은 자신이 따로 고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때 피해자가 긴 소매의 상의만 입고 하의는 벗은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피해자에게 옷을 덮어준 뒤 어깨를 두드리고 맥박과 체온 등을 확인했다. 경찰관들은 피해자의 신체에 멍이나 상흔이 없어 폭행 사실을 몰랐으며 잠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피해자의 신원을 묻자 “우리 직원인데 술에 취해서 자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며 신고 내용과는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철수를 준비하는 동안 A씨는 피해자에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또 철수하는 경찰의 경찰차 뒷좌석에 탔다가 다시 내리는 등 기행을 보였다.

A씨는 경찰이 떠난 뒤 잠들었다가 약 6시간 뒤인 오전 9시경 일어나 “어제 같이 술 마신 친구가 몸이 딱딱하고 너무 차갑다. 의식이 없다”며 119에 신고했다. 소방의 공조 요청을 받고 함께 출동한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미흡한 초동 대응에 유족 분통

사망 전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달리 조치하지 않은 경찰의 미흡한 대처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의 유족은 “하의가 벗겨진 채 누워있는 피해자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돌아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못 살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피해자의 얼굴이나 다리 등에 외상이 드러나지 않아 현장 출동 경찰관의 입장에서 살인 범죄를 인지할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면서도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을 확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피해자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의 직장, 담낭, 간, 심장 등이 파열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에 당초 A씨에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던 경찰은 A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혐의를 살인으로 정정했다. 

A씨는 당시 만취 상태였던 탓에 자신이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관에게 화를 낸 것만 기억날 뿐 범행 내용에 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막으려다가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때렸다. 죽을 줄은 몰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망 전 누나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피해자는 “20분째 대리가 안 잡힌다”고 말했고, 피해자의 누나는 “그냥 근처에서 자라. 대리 어디 거 불렀냐”며 대리운전 기사의 번호를 보내주기도 했다.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하려 했다는 A씨의 주장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경찰은 A씨의 휴대폰을 임의제출 받아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범행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성폭행이 없었고 성범죄 이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성적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A씨와 피해자는 3년간 함께 일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당일 회식 자리에서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살해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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