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꿈은 이루어진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꿈은 이루어진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1.1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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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고 아널드 스필버그에게 헌정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 음악에 매료됐던 10살 소년은 언젠가는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약속처럼 꿈을 간직했다. 간직한 꿈은 소년의 나이가 70을 훌쩍 넘긴 후에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티븐 스필버그(1946) 이야기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감독 중 하나이며, 할리우드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거장 중 한 사람인 스티븐 스필버그. 야무진 꿈을 실현한 소년은 고인이 된 부친 아널드 스필버그(1917~2020)에게 꿈을 헌정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1)는 소년의 꿈으로 시작된 영화다.

안셀 엘고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안셀 엘고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원제 West Side Story>(2021)의 원작은 뮤지컬이다. 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뮤지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가장 위대한 뮤지컬 작품 중 하나이며, 잊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전한 작품이다.

원작 뮤지컬은 제롬 로빈스(안무, 연출), 아서 로렌츠(극작), 레너드 번스타인(작곡), 스티븐 손드하임(작사) 등 4인의 전설적인 원작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청춘의 애틋한 로맨스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담아낸 원작 뮤지컬은 제12회 토니상 안무상과 무대 디자인상을 받았다. 1961년 처음 영화화되어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총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제롬 로빈스 연출과 안무로 제작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발표되던 시기는 뉴욕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미국 뮤지컬이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 가족 오락처럼 뮤지컬이 흥행했고, 내용도 기승전결의 유쾌한 해피엔딩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당시 뮤지컬과는 차별화된 주제를 담고 있다. 1950-60년대 사회적 이슈였던 미국 이민 사회와 이민자 가정의 청소년 문제를 전면에 다뤘다. 상업 뮤지컬 무대에선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을 터. 그러나 대성공을 이룬다.

안셀 엘고트, 레이첼 지글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안셀 엘고트, 레이첼 지글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의 배경은 1957년.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뉴욕에 정착한 푸에르토리코인 이민자 집단 샤크파와 폴란드계 백인 무리인 제트파는 뉴욕의 서쪽 구역에서 서로 적대관계를 이룬다. 양 파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파티가 있던 날 샤크파의 일원인 치노와 결혼하기 위해 뉴욕으로 온 마리아와 제트파의 일원인 토니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스필버그는 샤크파와 제트파의 언어적 차이까지 관객들에게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자 영화 속에서 스페인어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의도적으로 자막을 삽입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1957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 장면이 환상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난폭하고 슬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장면 장면 쏟아지는 현란한 춤과 노래와 형형색색의 의상의 색채 하모니는 슬픔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밝고 화려하다. 매일의 일상이 팍팍하고 고단한 우리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것처럼. 노래는 아름답고 힘차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틸 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유대인 가정에 태어나 어릴 적부터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여 13살에 영화를 감독한 스필버그. 17살 때 500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 <불꽃>은 동네 극장에 개봉하여 수익을 올렸다. 당시 극장주는 이 아이는 커서 영화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감독은 “처음 8mm 영화를 만들어 십 대 관객들에게 공개했을 때 나는 엄청나게 긴장했었다”고 한다.

꿈을 이룬 76세의 소년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디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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