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자이너 사망 재조명...산업재해 여부 주목
현대차 디자이너 사망 재조명...산업재해 여부 주목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1.1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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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7일 스스로 목숨끊은 현대차 디자이너
유족들, 직장내괴롭힘 과로 등 산재 신청...결과 2월
현대차 조직문화 개선위한 허울 뿐인 설문조사 비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팀장급 직원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들이 신청한 산재 결과가 곧 나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팀장급 직원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사망과 관련해 유족들이 신청한 산재 결과가 곧 나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디자인센터 팀장급 직원 이찬희 책임연구원의 사망이 재조명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씨 유족들은 이씨가 사망한 뒤 직장내괴롭힘과 과로 등을 이유로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현대차가 이씨의 사망을 가정사로 결론내린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촉망받던 현대차 디자이너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씨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이씨는 지난해 9월 7일 광진구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은 이씨가 디자인에 참여한 4세대 투싼이 세상에 공개되기 8일 전이다. 현대차는 2020년 9월 15일 중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투싼 4세대 모델을 전세계 동시 공개했다.

사망 당시 39살이던 이씨는 10살과 7살 남매를 둔 아버지이자 현대차 디자인센터 팀장급인 책임연구원으로 내외부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너였다.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내부에서는 이씨의 죽음이 직장내괴롭힘과 관련됐다는 이야기가 퍼져나왔다.

이씨 사망 후 직장인 익명소통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이씨가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렸다는 제보가 올라왔다. 현재는 삭제된 해당 글에서 제보자는 센터장이 이씨에게 “X만도 못한X 니가 디자이너냐”며 폭언을 퍼부었다고 적었다.

업무 과다도 심각했다. 이씨의 부인은 MBC뉴스에서 이씨가 밤에도, 휴일에도 회사에서 일만 했고 회사에서 자고 오는 날도 수두룩했다고 밝혔다. 생전 이씨는 부인에게 “내가 죽으면 묘비명에 죽어라 일만 하다가 죽었다고 써달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일에 매달렸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폭언과 과로에 시달리던 이씨는 결국 이상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 센터장과 면담을 한 이씨는 야근하던 도중 돌연 동료들 앞에서 “이찬희입니다. 제가 부족한게 많습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라고 소리를 치며 회사를 돌아다녔다.

이후 이씨는 정신과에서 조울증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진단받고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휴직에 들어갔다. 그리고 복직을 한달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 직장내괴롭힘 과로 등으로 산재 신청

이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이씨의 유족은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신청서를 접수했다. 

산재신청서에서 유족들은 이씨가 직장내괴롭힘과 과로 등으로 정신질환을 얻어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의 동료들은 이씨가 센터장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과로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센터장은 차량 디자인 작품을 리뷰하는 자리에서 이씨에게  "누구야 무슨 냄새야", "디자인 못 하면 지하실 갈 줄 알아", “너는 내가 회사 나가라고 디자인을 이렇게 만드는 거냐” 등 인신 공격성 발언을 퍼부었다.

또 이씨가 다른 두명의 동료와 함께 완성한 차량 디자인을 두고 센터장이 이씨를 배제하고 나머지 두명의 공로만 추겨세우는 등 성과를 배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씨의 근무 기록을 보면 하루 평균 8시간20분 근무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야근과 날밤을 새는 것은 기록되지 않았다. 동료들은 책임급 직원들은 야근이나 특근 등 기록을 세세히 남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 증언했다.

이씨 사망 원인은 가정사?

이씨 사망 이후 내부는 술렁댔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홍보팀인지 인사팀인지 내부에서 이씨의 죽음을 가정사로 자살한 것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말이 떠돌았다.

현대차는 이씨 사망 이후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이씨의 동료들이자 디자인센터 직원들은 "윗사람 말이라면 스케줄 고려하지 않고 열정을 빌미로 대응", "상급자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아 번아웃(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걸릴 상황", "조직문화 진단 때 많은 내용을 썼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등으로 대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회사가 보인 반응은 황당했다. 디자인센터 직원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본 한 임원은 실장, 팀장, 직원 등 디자인센터 직원들을 모아놓고 "소통하려고 노력했는데 왜 이런 점수가 나왔냐“며 실망했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이를 두고 제대로 된 실태 파악보다 조사 결과를 다그치는 회사의 분위기로 인해 군대식 문화로 유명한 현대차의 조직문화에 대한 여전한 우려와 보여주기식 조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이씨의 유족들이 신청한 산재 심사 결과는 오는 2월 경 나올 예정으로 산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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