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포커스】 평택 화재로 소방관 순직...지휘체계 개편 시급
【위클리 포커스】 평택 화재로 소방관 순직...지휘체계 개편 시급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1.15 0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불 진압 후 소방관 투입...고립된 소방관 3명 숨져
경찰 합동감식 나섰지만 화인 불분명...국과수 분석
현장 경력 없는 현장 지휘관 문제 대두돼 개편 촉구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1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1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평택 물류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의 지휘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물류창고 화재로 소방관 3명 순직...합동 영결식 거행

지난 5일 오후 11시 45분경 평택시 청북읍 고렴리에 위치한 팸스 물류창고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6일 0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고, 화재 7시간만인 오전 7시 10분경 큰 불길이 잡혀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사그라들었던 불씨가 다시 커지면서 인명 수색 작업을 위해 현장에 투입돼있던 소방관 5명이 고립됐다. 이 중 2명은 자력으로 탈출했지만, 나머지 소방관 3명이 탈출하지 못하면서 끝내 숨졌다.

순직한 故이형석 소방경, 故박수동 소방장, 故조우찬 소방교에 대한 합동 영결식은 지난 8일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 등 200여명이 참석해 소방관들의 넋을 기렸다.

경기도는 이들에 1계급 특진과 옥조근조훈장을 추서했고, 고인들의 유해는 합동영결식 이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김동연 등 대선후보들의 조문 발길도 이어졌다.

사고 이후 경찰은 공사 과정에서 안전수칙 위반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지난 7일 시공사·감리업체·하청업체 등 6개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업무상 실화 혐의를 적용받은 임직원 14명에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어 12일에는 발주처 등 관련 5개 업체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더불어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화재의 원인과 소방관들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한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물류센터 1·2층을 살폈다.

감식은 불길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류창고 1층에서 시작됐는데, 인화성 물질이나 전열기구, 가스 폭발 등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발화점으로 추측됐던 고체연료 역시 직접적인 화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원의 화재 잔해물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다만 1층 바닥 일부에서 구리열선이 발견돼, 경찰은 구리선과 연결된 배전반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구리 열선 사용은 시멘트를 빠르게 굳히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예정 준공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무리하게 구리 열선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발 방지 위해선 지휘체계 개편 시급해

소방관의 순직 문제는 반복되는 비극이다. 지난해 6월에도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순직이 있었고, 지난 10년간 화재 현장에서 진압이나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은 47명에 이른다. 평균 한 해에 5명꼴이다.

소방대원 교육훈련 강화, 훈련 시설 확대, 출동 대원 관리팀 운영, 드론 등 첨단 장비 적극 도입 등 여러 가지 해결책들이 필요하지만, 현장의 소방대원, 소방노동조합, 전문가들은 모두 ‘지휘체계 개편’이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장지휘관의 역량 강화 대책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재 진화는 대개 큰불을 먼저 진압하고, 큰불이 잡히면 잔불 정리 및 인명 수색을 위해 대원을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평택 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때 화재가 재확산 될 위험이 있어 소방관 현장 투입에는 신중하고 전문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를 결정하는 현장지휘관은 정작 현장 근무 경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고위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경력은 평균 20년 6개월에 달했지만, 이들이 화재진압이나 구조 등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평균 10개월 남짓인 것으로 전해졌다. 

순직 소방관들을 위한 추모 집회를 진행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이하 전공노 소방노조) 역시 “현재 소방조직은 현장 경험보다 계급에 의한 지휘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소 20년 이상 현장경험이 있는 책임자를 배치하는 등 현장 지휘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전공노 소방노조는 ▲현장경험 쌓을 수 없는 간부후보생제도 폐지할 것 ▲현장중심 소방력 기준 개정과 단일호봉제 도입해 현장대응력 강화할 것 ▲고인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순직을 막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노조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 구성할 것 등을 촉구했다. 

이에 지난 13일 소방청은 4개 소방 노동조합 소속 현장 소방관이 포함된 ‘화재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중앙사고합동조사단’을 꾸렸다. 순직 진상조사에 소방노조가 참여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민·관이 공동으로 맡고 사고조사 전문가, 화재·건축 분야 교수, 법률 전문가, 노동조합 추천 전문가, 소방청 담당 공무원이 참여하는 해당 조사단은 사건 당시 현장 대응 내용을 검토하고, 상황 관리에서의 문제점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오는 17일 청와대 앞에서 ‘대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소방행정과 현장 대원 분리 채용 등 조직 구조 개편 ▲퇴직 후 즉시 퇴직연금 지급 ▲소방공무원 공상추정법 도입 ▲온전한 국가 소방조직 구성 ▲교대근무 별도보수체계 마련 등 교대근무체계 개선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