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방조한 10대 형제 징역형 선고
친할머니 살해·방조한 10대 형제 징역형 선고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1.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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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 살해 이후 친할아버지도 살해하려 했지만 동생 만류로 미수
“성인 되면 독립하라고 해 누구라도 죽이고 감옥에 가려 했다”고 진술

[한국뉴스투데이] 친할머니를 살해한 A군과 살해를 도운 A군의 동생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은 20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19세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범행을 도와 존속살해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된 17세 동생에게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과 함께 보호관찰이 명령됐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이나 결과의 중대성, 패륜성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다만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타고난 반사회성이나 악성이 발현됐다고 판단되진 않으며 교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동생의 양형에는 범행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은 점, A군이 할아버지도 죽이려 하자 울며 만류한 점 등이 고려됐다.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대구 서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자 흉기로 약 60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범행을 목격한 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 했지만, 동생의 만류로 미수에 그쳤다.

동생은 A군의 지시에 따라 범행이 일어나는 동안 창문과 현관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두 형제는 부모 이혼 후 어머니와 살았었지만, 친할머니가 어머니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며 지난 2012년부터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가 20살 이후에는 집을 나가라고 했다. 집을 나가면 굶어죽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죽이고 감옥에 가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약한 할머니를 죽였다”고 진술했다. 

재판에서는 “동생은 아무 잘못이 없고, 다 제가 시켜서 그랬다”며 동생의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동생 역시 “형과 떨어질 수 없어 경찰에 저도 잡아가면 안되냐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 이후 피고인들에게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 등 책 두 권을 선물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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