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1.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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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만난다

작가에게 부인은 어떤 존재일까.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은 작가에게 부인은 어떤 존재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구술로 집필한 <도박꾼>의 속기사였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와 결혼했다. 이후 14년의 결혼 생활 동안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걸작을 썼다. 안나는 속기사로서, 독자로서, 비평가로서 도스토옙스키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친 동반자였다. 도스토옙스키가 안나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대표작도 바뀌었을지 모를 일이다.

니콜라스 베도스,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스틸 컷. ㈜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니콜라스 베도스,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스틸 컷. ㈜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원제 : Mr & Mrs Adelman>(2017)은 문학의 향기가 담배 연기처럼 스며든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71년부터 2016년에 프랑스의 격변하는 정치 상황과 맞물려 사회와 문화 그리고 순수문학의 흐름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지 당시 TV 장면들을 푸티지 하여 보여준다. 1978년 콩코르상 수상자로 ‘파트릭 모디아노’가 호명되는 장면은 정말 짜릿하다. 채 1분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지난 역사의 기록을 영화에서 보는 충격은 놀랍다. 사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영화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콩쿠르상을 받은 ‘파트릭’은 201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대담한 시도도 없고 사회에 대한 비전도 없는 꼰대’로 묘사했지만, 사실은 ‘파트릭’에 대한 오마주로 해석한다. 주인공 ‘빅터’는 필명으로 유대인인 ‘사라’의 성 ‘아델만’으로 바꾸는데, 이는 영화에서 자주 언급된 유대계 작가들과 무관하지 않은 설정인 듯하다. 파트릭도 부친이 유대인.

 

니콜라스 베도스, 도리아 틸리에,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스틸 컷.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니콜라스 베도스, 도리아 틸리에,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 스틸 컷.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연출과 주연 빅터 아델만 역을 연기한 니콜라스 베도스 감독은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이 첫 장편영화다. 연출과 주연뿐만 아니라 각본과 영화음악 작곡까지 참여했다. 손색없는 데뷔작이다. 실제 연인 사이였던 도리아 틸리에와 공동 주연을 맡았고, 함께 각본을 썼다.

 

니콜라스 베도스, 도리아 틸리에,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스틸 컷.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니콜라스 베도스, 도리아 틸리에, '미스터 앤 미세스 아델만'스틸 컷. (주)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영화는 14개 단락의 서사와 에필로그로 끝맺는다. 첫 만남과 마지막 이별까지 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따라 두 사람에 45년 여정을 담았다. 설레고 달콤한 그러나 잔혹한 한편의 누아르처럼, 사랑은 청춘과 함께 죽음처럼 소멸한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잘못 사랑하고 서로 괴롭히고 화해하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굴레 속으로 두 사람의 삶이 엉키고 이별의 침묵은 차라리 평화롭다.

진실로 한 사람의 일생으로부터 남는 것은 무엇일까. 부부를 괴롭혔던 지적장애 아들의 장례식을 마치고 ‘슬프지 않아서 운다’는 ‘사라’의 울음은 얼마나 솔직하던지,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듯해서 참 먹먹했던 장면이다.

영화는 제43회 세자르영화제 여우주연상, 데뷔작품상 노미네이트, 제25회 햄튼국제영화제 장편극영화 관객상을 받았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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