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천 생태계 복원 시급하다”…환경운동연합 안숙희 활동가
【인터뷰】 “하천 생태계 복원 시급하다”…환경운동연합 안숙희 활동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2.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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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에서 하천 생태계 복원를 위해 활동 중인 물하천담당 안숙희 활동가를 만났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지난 26일 서울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에서 하천 생태계 복원를 위해 활동 중인 물하천담당 안숙희 활동가를 만났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한국뉴스투데이] 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우리 몸의 66%가 물이고 자연생태 역시 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강과 하천에 흐르는 물은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가 되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의 강과 하천은 물을 잘 이용하기 위해 만든 수만 개의 농업용 보로 인해 곳곳의 물길이 막혀 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보를 해체해 하천의 연속성을 만들어주는 것이 하천 생태계 복원에서 가장 시급하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 중인 물하천담당 안숙희 활동가를 만나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법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사용하지 않는 ‘보’ 해체해야 하천이 산다

지난 2000년대 중반까지 환경부는 기능과 용도가 없는 소규모 댐을 시범적으로 철거하고 그로 인한 효과를 검증해 왔다. 그러나 2012년 4대강사업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16개의 댐이 완공된 후 녹조가 발생했고 수질변화에 따른 생물상의 변화는 물론 농어민들의 삶이 황폐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질과 생태계다. 환경운동연합 소속 안숙희 활동가는 하천의 수질을 살리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물하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5년부터 현재까지 생물 다양성이 매우 줄어들고 있는데 육상이나 해안에 있는 생물종의 30~40% 정도가 최근 45년 동안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담수 생태계의 경우에는 80%의 생물종이 사라졌고요. 10마리 개구리 중에 지금은 2마리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죠.”

이처럼 심각한 생태계의 파괴는 하천의 연속성이 단절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4대강을 비롯해 많은 하천들의 연속성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국 하천에는 약 3만3000여개의 농업용 보가 설치되어 있어요. 하천 1.1km 당 농업용 보가 하나씩 설치가 됐다고 보면 됩니다.”

농업용 보는 하천의 중간에 콘크리트로 물막이를 세우고 물을 가둬 필요할 때 농업 용수를 취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우리는 그동안 하천에 많이 기대어서 살았고 농사도 짓고 수돗물도 마시고 했죠. 그러나 지금은 농사짓는 분들이 줄어들기도 했고 농업 방식이 바뀌면서 하천수를 이용하는 일도 줄었습니다.”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농업용 보는 전국에 약 3만3000여개에 달한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농업용 보는 전국에 약 3만3000여개에 달한다. (사진/환경운동연합)

농업방식이 바뀌면서 사용되지 않는 농업용 보들은 그대로 방치됐다. 인근 주민들은 강을 막고 물의 흐름을 막은 농업용 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원래부터 있던 구조물로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울시에만 80여개의 농업용 보가 있어요.” 정릉천, 우이천, 성북천, 중랑천 등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농업용 보는 하천의 연결성을 방해하고 생물의 이동성을 훼손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경기도 용인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까지 이어진 35.6kn의 탄천에는 아직도 15개의 농업용 보가 남아있다.

안숙희 활동가는 사용하지 않는 농업용 보는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댐이나 보를 철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녹조발생과 생물 다양성 복원, 수질 개선, 회귀성 어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지역주민들과 상의하에 해체하고 있죠. 유럽 연합은 무려 2만5000km 하천의 연속성을 이어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어요. 이는 수질과 생태계를 지키는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불필요한 농업용 보를 해체하기 위해 안숙희 활동가는 농업용 보 철거 캠페인을 통해 정부에 제안을 하고 있다. 하천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일은 지자체와 환경부, 환경공단, 국립생태원 등이 함계 해야한다. 시민들에게도 알리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오랫동안 활동하다보니 성과도 있습니다. 2월부터는 성남 탄천에 놓인 농업용 보를 시작으로 하나씩 철거해 나갈 예정이에요. 자원으로서의 물을 넘어 생명으로서의 물을 생각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오는 2월 10일 환경운동연합은 성남 탄천의 농업용 보 철거를 앞두고 있다.

안숙희 활동가는 불필요하게 방치된 농업용 보를 하나씩 철거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안숙희 활동가는 불필요하게 방치된 농업용 보를 하나씩 철거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가장 규모가 큰 환경단체, ‘환경운동연합’

안숙희 활동가는 환경운동연합 소속 활동가다. 환경운동연합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환경단체다. “1993년도에 창립돼 생명과 평화, 생태, 참여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감시나 견제에 대해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안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200여명의 지역 활동가들이 힘을 모으고 있죠.” 

환경운동연합은 현장성과 대중성,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대의 환경단체로 성장했다. 지난 2002년에는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 회원단체로 정식 가입해 협력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환경단체인만큼 단체가 거둔 성과도 크다. “물하천과 관련해 동강댐 백지화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도 저희 역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2007년 국내 가장 심각한 해양오염 사고인 서해안의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시민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조직하고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사고 이후 경각심이 커진 우리나라 핵발전소 문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지도,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확대하는 일도 중요한 문제죠."

반면 아쉬운 점도 있다. “환경 문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부분이라 사실 모든 활동이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4대강 사업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 해체를 공약했지만 결국 한 개의 보도 해체하지 못한 채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관련해서도 SK케미칼과 옥시 등 기업이 책임을 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낙동강에서 생태 복원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낙동강에서 생태 복원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기업과 개인도 이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안숙희 활동가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폐기물을 사용하지 않는 등 기업이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최근 우동과 과자 등 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트레이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안내문을 기업에 보냈고 긍정적인 회신을 받아 트레이가 없어진 사례가 있어요. 기업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생산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용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 등으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개인도 늘고 있다. 안숙희 활동가는 개인이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를 강조했다. “배달음식도 늘고 테이크아웃 등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어요. 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개인 컵과 밀폐용기를 가지고 다닌다던지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은 고기를 먹지 않는 비건식을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또, 가까운 동네의 환경단체 등을 검색해 회원가입도 하고 활동가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관심 가져주시고 필요하다면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활동가이기 전에 한 개인이기도 한 안숙희 활동가는 올해 개인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올해 소고기를 안먹고 새옷을 사지 않기로 했어요. 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베어내야 하죠. 제가 먹는 것과 입는 것 모두 기후위기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면 작은 실천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숙희 활동가는 환경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환경 정책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생활하는 곳에서, 뉴스를 보면서 정부가 어떤 환경 정책을 펼치는지 주의깊게 바라봐 주시고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을 추천해요. 지자체 뿐만 아니라 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서도 국민들이 어떤 의견을 가시고 목소리를 내는지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시고 환경단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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