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차별·정신건강 문제 심각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차별·정신건강 문제 심각
  • 정한별 기자
  • 승인 2022.02.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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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경험해도 신고는 3%만...차별 구제 대책 없었다
우울증상 50%, 자살 생각 41%, 자살 시도 8% 가량
성소수자 정신건강 대책 필요...통계 실시 선행돼야
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국회토론회가 진행됐다.
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국회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한국뉴스투데이]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국회토론회가 개최돼 한국 성소수자 청년이 경험하는 차별 실태 및 제도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성소수자 청년들이 체감하는 차별...구직·근로 환경 적대적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이하 다움), 국회부의장 김상희, 강민정·강은미·권인숙·류호정·박주민·배진교·심상정·용혜인·유정주·이동주·이상민·이은주·이탄희·장혜영 국회의원,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의 주최로 ‘한국 성소수자 청년을 말하다’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다움이 지난해 8월 실시한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이하 조사)’의 결과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조사에는 최근 10년간 한국에 거주한 만 19세~34세의 성소수자 청년 3911명이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정체성 인식 및 수용 시기, 커뮤니티 소속 상태 등 청년 성소수자 생활 전반이 조사됐으며, 특히 청년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사회제도적 차별 실태가 두드러졌다. 

조사에서 청년 성소수자 가운데 33.6%는 최근 1년간 성소수자로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트랜스젠더(FTM·MTF·논바이너리·젠더퀴어 등 주민등록상 성별과 성별 자기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평균 약 65%가 최근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최근 1년간 가장 심각했던 차별을 경험한 상황은 대학·대학원(19.7%), 직장(17.4%), 화장실·탈의실·사우나 등(13.6%), 일자리를 구할 때(9.6%), 상담기관(8.2%), 카페·식당·바·클럽 등(7.9%), 의료기관 및 복지센터(6.2%), 관공서 등 공공기관(6%) 등이다.

그러나 심각한 차별을 경험한 경우에도 관련 조직이나 경찰 등에 보고 또는 신고한 경우는 3%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은 85.7%의 응답자는 ▲신고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53%) ▲항상 일어나는 일이므로 신고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져서(53%) ▲내가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38.6%) ▲사람들이 사건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아서(28.6%)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청년 성소수자들이 구직 및 근로 환경에서 체감하는 차별 문제 역시 심각했다.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26.7%는 구직에 성소수자 정체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폭력이나 위협, 괴롭힘을 당할까봐 정체성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곳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6.3%는 직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트랜스젠더의 경우 구직 과정에서의 차별 경험 비중이 높았다. 트랜스젠더 여성 가운데 69.1%, 트랜스젠더 남성 가운데 60.7%가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랜스 여성의 경우 임시직(39.5%) 및 시간제(39.5%) 근무자의 비중이 다른 정체성에 비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급여를 받는 고용 상태 응답자 가운데, 73%는 현재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속였다고 응답했다. 직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에 달했고, 자신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적인 언행을 경험하고(12.3%), 동료가 그의 성소수자 정체성으로 인해 부정적인 언행을 경험하는 것을 듣거나 본(20.7%) 경우도 많았다.

'2021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 조사 결과 발표' 국회토론회에서 참여자 및 개최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뉴스투데이)

우울·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 심각해...우선 통계부터 실시돼야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성소수자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다. 조사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우울증상을 경험한 응답자는 49.8%로 절반 수준이었고, 최근 1년간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41.5%,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경우 역시 8.2%에 달했다.

지난 2020년 한국복지패널, 지난 2019년 국민영양조사 등에서 일반 청년 전반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실태조사에서 우울 유증상 비율이 약 8%,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약 5%,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1% 미만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6~15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더불어 최근 1년간 정신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6%에, 정신과에서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8%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0년 청년 전반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전문가를 만났다고 응답한 비율은 11.9%에 불과했고, 8.4%만이 정신과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이호림 고려대학교 보건학박사는 “성소수자의 취약한 건강 실태는 각종 설문 및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보고돼온 것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놀라운 사실은 일관되게 보고돼온 성소수자 건강실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2022년 현재 성소수자의 건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전무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에서는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 정책에서 성소수자 청년이 배제돼있는 문제와 더불어, 국내 성소수자의 인구 수 등 정책의 발판이 되는 기본적인 인구학적 통계조사가 우선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지난 2020년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에게 중앙행정기관의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 수립 등에 반영하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낸 바 있다.

이에 김보경 통계청 통계정책과 과장은 “성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은 개인정보보호법 상 민감정보에 해당되고, 표본추출틀 구축 역시 선행돼야 한다”며 성소수자 항목 추가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도 “통계청에서는 통계작성기관이 성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포함해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정한별 기자 hanbyeol.o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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