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에게 보내는 니체의 경고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에게 보내는 니체의 경고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2.02.12 14:4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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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 감추고 싶은 심리가 있다.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는 실패를 온갖 변명으로 포장한다. (삽화/ 박상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 감추고 싶은 심리가 있다.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는 실패를 온갖 변명으로 포장한다. (삽화/ 박상미)

실패와 취약점을 인정한다고 나약한 게 아니다.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은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에게 보내는 니체의 경고 “실패를 인정한다고 나약해지지 않는다.”

 「여우 한 마리가 탐스럽게 열려있는 포도를 따려고 했다. 하지만 포도송이가 높은 가지에 달려있어 아무리 높이 뛰어도 닿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하던 여우는 지쳐서 포도를 따겠다는 생각을 포기했다. 그리고 ‘저 포도는 어차피 시어서 먹지 못할 거야. 딱 봐도 신게 틀림없어.’라고 말하며 가버렸다.」
 
이솝 우화 서른두 번째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야기다. 철학자 니체는 <방랑자와 그 그림자>에서 이 우화를 언급했는데 여우보다 더 뻔뻔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여우보다 더 뻔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니체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억지만을 늘어놓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서 여우는 ‘어차피 시어서 못 먹을 거야’라고 혼자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만, 사람은 더 교활하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손을 뻗어서 포도송이를 따먹고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가 없네”라며 거짓 소문을 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니체가 말한 ‘여우보다 더 뻔뻔한 사람’이 리더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감추고 싶은 심리가 있다.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날 때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때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는 실패를 온갖 변명으로 포장한다. 이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부가 아닌 외부 탓으로 돌리거나 특정 인물 때문인 것처럼 조작하기도 한다. 자신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순간 나약한 존재로 인식되는 게 두려운 나머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런 리더는 오래가지 못한다. 리더가 의도하는 바를 부하들이 모를 리가 없다. 겉으로는 동조할 수 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리더를 배신한다. 리더가 ‘혼자 살겠다’고 발버둥 치면, 부하들도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게 되어있다. 결국, 조직의 질서는 깨지고 단결력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린다. 

반면에 현명한 리더는 ‘실패를 인정한다고 나약해지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믿는다. 이들은 취약함이 드러나는 것을 오히려 자신이 성장하는 기회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발휘한다. 이런 리더는 부하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리더다. 억지로 센 척하는 리더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뿐이다. 미국 작가, 매들린 렝글(Madeleine L’Engle)은 실패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지혜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는데 늘 새겨두면 좋을 말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른이 되면 더는 취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취약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의 비밀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에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리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회복 탄력성은 니체의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니체의 <우상의 황혼> 중에서
                                                           
니체는 아픔과 고통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며 기쁨과 행복에 이르는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큰 고통이라고 해도 그 아픔 때문에 죽을 수는 없으며, 어떠한 아픔이나 상처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용기를 가진다면 어려운 삶 속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조직의 리더는 니체의 말처럼 외부적 조건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결단과 인내, 용기를 가지고 행동한다. 이런 사람이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지닌 사람이다. 강력한 회복 탄력성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긍정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패 시 좌절감과 분노에 놀아나지 않게 된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책에서 “회복 탄력성은 성공에 대한 강한 집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음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때 조직 구성원은 리더를 신뢰하며 리더를 중심으로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다. 이런 리더가 존재하는 조직은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두 번째 비밀은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이다.
고대 로마제국의 군대가 오랫동안 막강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전투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적군의 전술과 무기체계를 받아들여서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로마군의 짧고 굵직한 칼은 적국 사비나 족의 무기였고, 사각 밀집대형의 전술은 그리스군에게서 배운 것이다. 로마군의 강력한 전투력 속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조직문화’가 있었다.

“적일지라도, 배우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다.”

로마시인 오비디우스는 “적일지라도, 배우는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다.”라고 했다. 나보다 우월한 적에게 배우려면 우선 내가 적보다 약하다는 취약성을 쿨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의 강점을 나에게 받아들여 더 강력한 무기와 전술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직장인 중에는 연공서열 또는 직급과 체면을 따지면서 자신보다 아랫사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습관적으로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늘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회의 분위기를 흐리게 만든다. 심리적으로 자신보다 강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이런 사람들에게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여유를 심어줘야 한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조직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리더라면, 니체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성찰해보자. ‘나는 여우보다 더 뻔뻔한 리더인가? 우리 조직은 실패를 쿨하게 인정하고 우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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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한 2022-02-12 16:08:40
멋진 글 잘보고갑니다.^^
행복한 오늘 되십시오^^

이승철 2022-02-12 15:51:40
배울수 있는 상대는 이미 적이 아니고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