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인생
마이너리그 인생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02.1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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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류인가, 비주류인가?
나를 중심으로 타인을 마이너로 규정 지을 때, 스스로를 메이저로 여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과 잣대로 그것을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걸까? 

누구의 삶이나 특별하다. 그러나 나보다 낫고, 그렇지 못하고를 마음속으로 정하고 그 기준으로 누가 주류이고 비주류인지 따지게 된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는 미국야구가 생소했던 일반 국민조차 메이저리그에 열광하게 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로 패배감과 상실감에 빠져있던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비주류였던 동양인이 주류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힘들었던 우리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란 희망과 함께 주류의 틈을 뚫고 승승장구하며 통쾌함을 주었다.
데이터와 수치가 정하는 성적으로 나누는 주류사회에서 능력과 노력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적이거나 소수를 인정해 주지 않으려는 이기가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 짓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주류에 속해 있을 때의 우월감이나 안정감은 비주류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비례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평범한 삶은 보편적이면서도 개개인에겐 특별하다. 
세상의 중심은 ‘나’이고, 평범하지만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 그 하루하루는 대체될 수 없는 나만의 삶인 것이다.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 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은희경 <마이너리그> 중…

살아가는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고, 눈앞의 현실 또한 그다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일상이라 해도 그럭저럭 흘려보낼 수는 없다. 그 하루가 쌓여 내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주류사회에 속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것이 아니라, 평범할지라도 특별한 내 하루가 곧 나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비주류의 삶을 안정적이지 못하다 치부하는 건 어리석다. 천편일률적 성공이라는 게 있을까? 저마다의 삶의 목적이 다르기에 성공의 의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비주류가 가진 개성과 소신은 존중돼야 한다. 중심에서 벗어나고, 아직 인정을 덜 받았다 해서, 추구하는 가치가 존중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메이저와 마이너를 어떤 기준으로 규정짓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또한, 스스로를 주류로 여기든 비주류로 여기든, 소중하지 않게 하루를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내가 어떤 사회에 속해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비주류일지 몰라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열심히 살아가는 ‘나’는 내 삶의 메이저리거이다.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뒤에 싸구려 목재를 쓰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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