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평생의 숙제-
거리두기 -평생의 숙제-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02.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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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무서운 속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사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이런 전 세계적 위기에 어쩔 수 없는 조치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코로나 블루를 겪은 바 있으며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 위험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지만, 피로도가 쌓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길어지는 사람들 간의 거리두기 속에서, 인간관계의 적절한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어느 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에 시달린다. 또 어느 때는 목이 타도록 사람이 그립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둔다는 건 항상 숙제다.
세상은 내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펜데믹 이후 각종 모임도 사라지고, 가능하면 사람들은 사적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여럿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광경을 본 지 오래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사람이 그립고 외로운 때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강제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우리는 가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가 있다.

관계라는 건 나와 잘 맞는 사람과만 맺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를 주거나 받게도 된다. 그것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순간에 부딪힌다면 사람에 시달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적당한 거리두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위의 책에서 고슴도치는, 나도 찔리지 않고 누군가를 찌르지도 않으면서, 서로 온기를 나누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것이 바로 적당한 거리두기 이다. 그러나 서로의 가시의 길이를 모른다면 어느 만큼의 거리가 적당한지 알 수 없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인생이다.
내 삶을 완성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 주지 않고 잘 지내보려는 노력 중 하나가 적당한 거리두기는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싫든 좋든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사랑하되 진짜 사랑하지 않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내가 아프지 않기 위해 시작한 그 방법은 점점 마음이 상하지만 겉으로 웃을 줄 알게 되고 기분 나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게 되고 
'나는 뭔가'하는 회의가 들지만 
그 회의와 후회가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는
조금은 기분 나쁘지만 웃어줄 수 있고
마음 상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으로 남의 마음을 헤치는 것보다
어쩌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페포포 메모리즈> 중….

삶에서 정답이란 없다. 무엇이 내 삶을 더욱 값지게 하고 훌륭하게 하는지는 내가 결정한다. 다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을 헤치는 것보다는 좋은 관계를 위해 내 마음을 조금 양보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방어기제로 인해서도 거리두기는 필요할 수 있다.
적당하다는 것. 적당히 웃어주고, 적당히 넘어가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어찌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건조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매일매일 열정적으로 또는 극단적으로만 살아간다면, 숨 한번 쉬지 않고 노래 부르는 것과 같다.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적당함'은 필요하다.
지금의 안타까운 코시국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루빨리 종결돼야 하지만, 관계 속에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우리에게 남은 평생의 숙제인듯하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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