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복수는 과거를 되살리지 못한다
‘더 배트맨’... 복수는 과거를 되살리지 못한다
  • 곽은주 기자
  • 승인 2022.03.06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패는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는 저마다 상처가 있다. 특히 유년 시기에 불의의 사고로 부모의 죽음을 눈앞에서 봤다면, 그것도 의도적인 살인으로 비롯된 것이었다면 그 충격은 평생 악몽으로 따라다닐 것이다. 다행히 영화 이야기라 안도하지만,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면 히어로 영화에 나올 법한 사건들이 실제로 발생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로버트 패틴슨,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로버트 패틴슨,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2022년 첫 히어로 블록버스터 더 배트맨31일 개봉 후 파죽지세로 근래 최고의 흥행을 달리고 있다. 5일 현재 41만 명이 넘었다.

<더 배트맨 : 원제 The Batman>(2022)을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은 배트맨은 전통적인 히어로이면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고심했다고 일전에 화상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과 악의 요소를 갖고 있기에 이분법적으로 선악을 무 자르듯이 가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터. 이번 배트맨은 전통적인 히어로의 서사를 약간 비껴간 다분히 현실적인 캐릭터로 연출됐다.

거대한 스케일의 선 굵은 액션 블록버스터이면서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섬세한 내면의 연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번 배트맨의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영웅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가진 인간 배트맨으로 패틴슨이 보여 준 연기는 믿음직한 이웃집 청년처럼 신뢰를 준다. 패틴슨은 차기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이미 캐스팅되어 매우 기쁘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로버트 패틴슨,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로버트 패틴슨,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의 서사는 부패한 고담시가 무대다.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은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을 조사하는 탐정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난다. 이에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브루스 웨인은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배후에 과거 부모님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로버트 패틴슨 외에도 셀리나 카일로 캣우먼 역을 맡은 조이 크라비츠, 리들러 역의 폴 다노, 알프레드 역의 앤디 서키스, 고든 경위 역의 제프리 라이트, 펭귄 역의 콜린 파렐. 그리고 팔코네 역의 존 터투로, 길 콜슨 검사 역의 피터 사스가드, 벨라 레알 역의 제이미 로슨 등 명배우들의 앙상블도 극의 몰입도를 높여 준다.

특히 할리우드 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콜린 파렐의 변신이 눈을 의심하게 한다. 콜린 파렐은 완벽한 특수분장을 한 채 등장해 눈썰미 좋은 관객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더 배트맨>에서 콜린 파렐이 맡은 역할은 고담시 최고의 갱스터인 팔코네의 부하이자 카지노의 사장인 펭귄으로 DC 슈퍼빌런 라인업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 차기 시리즈의 메인 빌런과 솔로 무비의 주인공으로까지 예고될 정도로 이번 영화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콜린 파렐은 대단한 대본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이가 있었고 모든 캐릭터는 배경 스토리와 서브 텍스트 그리고 깊은 감정적, 심리적 분위기가 가득하다면서 대본을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영화에서 차를 이용한 모든 액션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액션이다. 배우들은 방대한 전투 시퀀스를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촬영 때마다 긴장이 감돌았다고 한다. 총제작 기간이 5년 걸렸다고 하니, 촬영의 강도가 녹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의 배경 고담시는 생동감 있고 깊이 있는 미장센으로 도시의 변화무쌍한 낮과 밤의 풍경을 화려하고 그로데스크하게 보여 준다. 고딕 건축물 사이로 보이는 고층 건물과 고가 열차를 보는 것은 즐겁다. 영화의 즐거움을 상기 시켜주는 영화다.

끝이란 없어요. 이어서 또 다른 영화를 트는 극장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던 얼마 전에 작고한 이어령의 말처럼, 극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또 새로운 영웅으로 배트맨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다.

곽은주 기자 cineeun60@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