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신한금융, 감독 소홀에도 사외이사 재선임 후폭풍
【심층진단】 신한금융, 감독 소홀에도 사외이사 재선임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2.03.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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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ISS 등 반대 의견에도 기존 사외이사 모두 재선임
시민단체, 견제기능 상실한 사외이사 재선임에 비난 목소리
신한금융지주의 펀드 부실 판매 책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가 모두 재선임돼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신한금융지주의 펀드 부실 판매 책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가 모두 재선임돼 논란이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신한금융지주의 펀드 부실 판매 책임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외이사들이 모두 재선임됐다. 수천억대의 펀드 피해가 발생했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이라며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시민단체 등은 신한금융의 사외이사들이 견제 기능을 상실한 경영진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비난하고 있다.

주총서 기존 7명 사외이사 모두 재선임

신한금융의 제20기 정기 주주총회는 지난 24일 열렸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21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안과 사외이사 선임안,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안 등이 올라왔다. 이 중 단연 눈길을 모은 것은 사외이사 선임안이다. 

신한금융 이사회의 구성은 총 14명이다. 이 중 사외이사 8명의 임기가 이날 만료됐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한지주 및 자회사에서 총 9년의 임기를 거친 최경록 이사는 이날 퇴임이 결정됐다.

최경록 사외이사를 제외한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윤재 전 대통령재정경제비서관), 진현덕 페도라 대표이사, 허용학 홍콩 First Bridge Strategy Ltd. 대표 등은 모두 재선임됐다.

나머지 사외이사는 2023년 임기가 만료되는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곽수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배훈 변호사법인 오르비스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등이다. 여기에 이날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교수가 새로 선임됐다.

앞서 이번 주총 일주일 전 신한금융의 주식 8.7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기가 끝나는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윤재원, 이윤재, 진현덕, 허용학 등 7명의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재선임 반대 이유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업 리스크와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부실 판매 사태를 방치해 기업가치 훼손하고 감독의무를 소홀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도 같은 이유로 재선임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기존 사외이사들이 모두 재선임되면서 결국 책임을 피해갔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는 시민단체와 펀드 부실판매 피해자들, 일부 주주들의 주총 입장이 거부되면서 주총장 입구에서는 관계자들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실 사모펀드 책임에 경영진은 나몰라라?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독의무 소홀의 핵심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부실 판매 문제다.

라임 펀드 사태는 지난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이 1조6000천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벌어졌다. 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은 부실한 기업에 투자받은 고객의 돈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회사 규모를 키웠고 부실한 기업에 문제가 터지면 또 다른 펀드를 파는 등 일명 돌려막기식으로 펀드를 운용했다. 이는 명백한 사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를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아 은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모펀드 중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상품이 폰지사기에 휘말리자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과 계약을 변경해 부실 문제를 숨겼다. 또, 신한금투는 토탈리턴스와프(TRS)라는 금융기법 등을 동원해 라임자산운용에 돈을 빌려주며 문제를 키웠다.

신한은행 역시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을 인지하고도 일부 펀드 상품만 운용을 중단했고 무역금융펀드는 계속 판매했다. 이렇게 판매를 강행해 신한은행은 라임 펀드 중 가장 마지막에 환매가 중단된 CI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 됐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조 회장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주의적 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조 회장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금융감독원은 조용병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신한금융지주에는 기관경고를 내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도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이어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게는 직무정지와 신한금투에 업무 일부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회사의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기관경고-시정명령-영업정지-등록‧인가 취소’의 5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경영진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의 5단계 나뉘는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신한금융 경영진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는 내려졌지만 신한금융지주가 받은 기관경고를 제외하면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경징계가 내려지는데 그쳤다. 이에 조용병 회장은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진옥동 행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 

결국 라임 펀드 사태를 은폐해 문제를 키운 신한금융 최고 경영진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조용병 회장의 경우 조카 손자와 금감원 부원장 자녀 등의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여기에 이를 감독해야 할 사외이사들의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거센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부 재선임되면서 라임펀드 부실 판매에 대한 책임은 전무후무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시민단체 등 “견제기능 상실한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금융정의연대와 펀드 피해자들은 주총날 신한금융지주 본사를 찾아 “신한금융 이사회는 내부통제 부실로 사모펀드와 채용비리 사태를 일으킨 조용병 회장과 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없이 견제기능을 상실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비상식적 행보”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신한금융은 지난해에도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고 조용병 회장을 해임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한채 배당금 잔치만 벌였다”며 “올해도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아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은 조용병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묻고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했어야 함에도 견제기능을 상실한 채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신한금투 등 피해자 구제방안에 대한 의견 제시와 신한금융 주가 관리 문제 등을 묻기 위해 주총장 입장을 시도했으나 만석이라는 이유로 입장이 제지됐다. 

이들은 펀드 피해자 구제방안 외에도 지난 2020년 신한금융의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 희석화는 물론 주가가 하락한 것을 문제삼고 주식매입과 주식 소각 등 개선 방안에 대한 신한금융의 답변을 촉구했다.

한편, 신한금융은 이날 주총을 통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주총 다음날부터 6월 24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식 취득 완료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 밝힌 것.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이는 신한금융이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트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PEA를 대상으로 벌인 유상증자 1조2000억원 규모에 못미친다며 반발하고 있어 양측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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